필립 로스 작품을 처음 읽어보았다. 음, 뭔가 쎄 하다. 그런데 이 안타까움은 왜일까






그런데도 그 모든 게 일종의 연기, 아주 엉터리인 연기처럼 보였다. 무너져내리는 인물을 연기할 때 거기엔 체계와 질서가 있다. 그러나 무너져내리는 자신을 지켜보는 건, 자신의 종말을 연기하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다. 극도의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한 일이다. - P14

등장인물이 자살하는 희곡들을 떠올려보았다. 헤다 가블러의 헤다. 영애줄리의 줄리, 히폴리투스의 파이드라, 오이디푸스 왕의 요카스테, 안티고네의 거의 모든 인물들, 세일즈맨의 죽음의 윌리 로먼, 모두가 나의 아들의 조 켈러, 얼음장수 오다의 돈 패릿, 우리 타운의 사이먼 스팀슨, 햄릿의 오필리아, 오셀로의 오셀로, 줄리어스 시저의 카시우스와 브루투스, 리어 왕의 고너릴,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의 안토니, 클레오파트라, 이노바부스, 차미언, 깨어나 노래하라!의 할아버지, 이바노프의 이바노프, 갈매기의 콘스탄틴.

(여기서 7작품을 읽었다 ㅎㅎ) - P48

하지만 결국 언젠가 상황이 바뀌면, 액슬러는 생각했다, 그녀는 이 관계를 끝내버릴 수 있는 더 강한 위치에 올라서고 나는 너무 우유부단해서 이 관계를 지금 끊어버리지 못한 탓에 힘없는 위치로 떨어지겠지. 그리고 그녀가 강해지고 내가 약해졌을 때 가해질 타격을 나는 견뎌내지 못하겠지. - P73

대다수 사람은 이런 이상한 결합을 싫어할 것이다. 그러나 그 기이함이 정말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공포도 있었다. 또다시 완전히 끝나버리는 것에 대한 공포, 제2의 루이즈가 되는 것에 대한 공포, 비난하고 발광하고 복수하는 전 애인이 되는 것에 대한 공포. - P105

그녀는 말했다. "그 사람은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했어요. 아버지가 말하고 싶은 게 이건가요?" "그래, 그렇단다." 그가 말했다. "누구나 심각한 문제들을 안고 살아요, 아빠." "누구나 심각한 문제들을 안고 살지만 그렇다고 다 정신병원에 입원하진 않아."

(모두가 정신병원에 입원하지는 않는다. 자살하지도 않는다.)

- P106

그는 맥베스를 어떻게 연기할지 답을 찾지 못했던 때만큼이나 알 수 없었다. 스물다섯 살 어린 연인에게 버림받은 늙은 연인 역을 어떻게 연기해야 하지? 캐럴이 수화기를 들고 있는 동안 방아쇠를 당겨 자신의 머리통을 날려버렸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거야말로 이 배역을 연기하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었을까? - P146

그주 후반에 청소를 하러 온 여자가 다락방 바닥에서 그의 시신을 발견했을 때, 그의 옆에는 이렇게 적힌 쪽지가 놓여 있었다. "사건의 진상은 콘스탄틴 가브릴로비치가 총으로 스스로를 쏘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갈매기의 마지막 대사였다. 확고하게 자리잡았던 무대의 스타, 한때는 배우로서 명성이 자자했고, 전성기에는 그를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극장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그가 그 역을 훌륭하게 해냈던 것이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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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9-26 19: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낯설어서 이번에 새로 나온 책인가 했는데, 이전에 나온 책이었네요.
필립 로스 책 여러권이지만, 다 읽은 건 아니라서, 모르는 책도 많을 거예요.
새파랑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새파랑 2021-09-26 20:02   좋아요 2 | URL
필립 로스 책은 처음 읽어봤는데 재미있네요 ^^ 문화적 충격임😅

scott 2021-09-27 17: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로스옹! 전락부터 읽으셨군요 네메시스 사알짝 추천 합니다!(미국의 목가-휴먼스테인-에브리맨 세권은 명작!)

새파랑 2021-09-27 17:44   좋아요 1 | URL
이 책 읽고 맨붕에 빠졌는데 ㅋ 다른 책도 읽어봐야 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