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한 이런 통찰력은 경험에서 나오는 걸까? 지식에서 나오는 걸까?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오늘 처음으로 이 <섬>을 펼쳐 보게 되는 저 낯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 한다.
(까뮈가 나를 부러워 한다.) - P15
저마다의 일생에는, 특히 그 일생이 동터 오르는 여명기에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다시 찾아내는 것은 어렵다. 그것은 다른 수많은 순간들의 퇴적속에 깊이 묻혀 있다. 다른 순간들은 그 위로 헤아릴 수없이 지나갔지만 섬뜩할 만큼 자취도 없다. 결정적 수난이 반드시 섬광처럼 지나가는 것은 아니다. - P25
나는 그렇게 하기는커녕 꽃들이 하나씩 하나씩 시들어 떨어지듯이 그 상태들이 사라져 가도록 버려두고 있었다. 나는 그냥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쫓아다녔다. 여행 그 자체밖에는 아무런 다른 목적이 없는 여행이었다. - P27
바다 가까운 곳에서 지내고, 부지런히 바다와 접촉하면서 살다 보니 내 마음속에는 만사가 헛된 꿈과도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 - P29
대국적인 견지에서 보면 삶은 비극적인 것이다. 바싹 가까이에서 보면 삶은 터무니없을 만큼 치사스럽다. 삶을 살아가노라면 자연히 바로 그 삶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절대로 그런 것 따위는 느끼지 않고 지냈으면 싶었던 감정들 속으로 빠져들게 마련이다.
(삶은 비극적인 것이다. 터무니없을 만큼...) - P32
내가 지나온 삶을 돌이켜 보면 그것은 다만 저 절묘한 순간들에 이르기 위한 노력이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렇게 하기로 굳게 마음먹은 것은 저 투명한 하늘의 기억 때문이었을까? 내 어린 시절, 반듯이 누워서 그리고 오래도록 나뭇가지 사이로 물끄러미 바라보았던 하늘, 그리고 어느날 싹 지워져 버리던 그 투명한 하늘의 기억 때문이었을까?
(문장이 다 하나같이 아름답다....) - P34
우리가 어떤 존재들을 사랑하게 될 때면 그들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어찌나 많은지, 그런 것은 사실 우리 자신에게밖에는 별 흥밋거리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제때에 상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 P57
이제 마침내 물루는 제가 좋아했던 정원에, 제 집으로 여기며 지냈던 정원에 묻혔으니, 쉬렌 근처의 섬에 매장되는 파리의 고양이들보다 더 행복하고, 무엇보다 가슴이 조여들도록 답답한 공동묘지에 묻히는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며, 아피아 가도를 따라 자기네 전원 영지에 묻히는 부유한 로마 사람들만큼이나 행복하다.
(과연 행복했을까???) - P74
달은 우리에게 늘 똑같은 한쪽만 보여 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 또한 그러하다. 그들의 삶의 가려진 쪽에 대해 우리는 추론을 통해서밖에 알지 못하는데 정작 단 하나 중요한 것은 그쪽이다.
(보지 못하는 쪽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 알지 못하는 그 곳) - P91
언제나 충만한 힘을 갖고 싶으나 그러지 못한 사람들에게 여행이란 아마도 일상적 생활 속에서 졸고 있는 감정을 일깨우는 데 필요한 활력소일 것이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한 달 동안에, 일 년 동안에 몇 가지의 희귀한 감정들을 체험해 보기 위하여 여행을 한다. 우리 마음속의 저 내면적인 노래를 충동할 수 있는 그런 감동들 말이다. 그런 내면적 노래가 없이는 우리가 느끼는 어느 것도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여행과 내면의 노래라니...) - P95
그러므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서 도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되찾기 위하여 여행한다고 할 수 있다.
(여행의 이유) - P96
그러나 사람들은 말로는 나하고 같은 생각인 척해 놓고는 뒤에 가서... 내가 왜 변했느냐고요? 나도 모르겠어요. 아마 나는 본래부터 그랬는지도 모르지요.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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