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문장이 모두 감각적이다. 이런 책을 왜 이제서야 읽었는지 후회단다. 특히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는 최고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새들이 왜 먼 바다의 섬들을 떠나 리마에서 북쪽으로 십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이 해변에 와서 죽는지 아무도 그에게 설명해주지 못했다.

(한 가지 이유는 있을텐데...) - P12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영혼이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야 할 터. 그것이야말로 영혼이 과학에 당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이런 멋진 말을 하는 작가는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다.) - P13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어쨌든 한 가지 설명은 있을 거요. 언제나 한 가지 이유는 있는 법이니까. - P18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그의 내부에 있는 무언가가 체념을 거부하고 줄곧 희망이라는 미끼를 물고 싶어했다. 그는 삶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는, 황혼의 순간 문득 다가와 모든 것을 환하게 밝혀줄 그런 행복의 가능성을 은근히 믿고 있었다.대책 없는 어리석음 같은 것이 그의 안에 자리잡고 있었다. - P20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바다란 소란스러우면서도 고요한 살아 있는 형이상학, 바라볼 때마다 자신을 잊게 해주고 가라앉혀주는 광막함, 다가와 상처를 핥아주고 체념을 부추기는 닿을 수 있는 무한이었다.
- P21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이 새들이 모두 이렇게 죽어 있는 데에는" 하고 그는 말을 이었다. "이유가 있을 거요"

그들은 떠나갔다.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기 직전 여자는 모래 언덕 꼭대기에서 걸음을 멈추고 잠시 주저하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는 이제 그곳에 없었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카페는 비어 있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아무도...) - P36

<류트>

조심스러움에 익숙한 성격, 열정의 부를 쾌적하게 암시하는 듯한 저기압의 기후 속에서만 편안함을 느끼는 기질, 줄곧 묵직하고 차분하게 늘어드려진 커튼과 완벽하게 어울리는 너무나 창백한 안색, 이 모든 것들이 그녀로 하여금 지중해를,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고는 들어가고 싶지 않은 색채와 향기와 소리의 정글로 여기게 했다. - P43

<류트>

하지만 그는 예술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예술 작품에 대한 취미도 뒤늦게서야 찾아온 것이었다. 그랬다. 그의 손, 그의 손가락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의 손은 마치 자신의 꿈, 그로서는 알 길 없는, 그의 의지와는 무관한 갈망을 품고 있는 듯했다. - P47

<가짜>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는 법. 그녀의 코는 열여섯 살 때 밀라노의 어떤 외과의사가 완전히 새로 만든 거요. 당신은 내 반 고흐 그림이 가짜라고 했소만. 당신 수집품 중의 결작 역시 가짜요. 그 증거가 지금 당신 눈앞에 있지 않소. - P132

<본능의 기쁨>

어쨋든 저자들에게 치명적인 것이 있다면 바로 사랑에 빠지는 겁니다. 격한 감정은 저들을 단숨에 해치우지요. 그건 잘 알려진 사실 아닙니까. - P150


댓글(7)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아 2021-09-10 18: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로맹가리의 매력에 발을 담그신 새파랑님😆👍

새파랑 2021-09-10 18:57   좋아요 2 | URL
이게 다 미미님 때문입니다 😄 단편들이 다 우울하네요🙄

2021-09-10 1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10 1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10 1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1-09-11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중에서 가장 좋은 글로 20쪽과 43쪽의 글을 뽑겠어요.
새파랑 님이 이렇게 열공하시니깐 이달의 당선작에 뽑히시는 거군요...
당선작, 진심 축하드립니다. ^*^

새파랑 2021-09-11 10:51   좋아요 0 | URL
열공하듯 책을 읽는거 같아요 😅 페크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