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면서도 평이하지만 읽다 보면 뭉클해지는 작품. 일단 제목이 다했다.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 이라니...






커버리고 나면 아이들은 더 이상 놀이를 하지 않는다. 아녜스는 어느 날 놀이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자크도. 어느 날 문득 놀이를 할 줄 모르게 되는 것이다. 비밀을 잊어버린다.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그걸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온갖 삶들을 마음속으로 지었고 그것을 굳게 믿는다. 그러다가 어느날, 그게 끝나버린다. 그냥 그렇게 갑자기 딱 멈춰버린 것이다. 놀이의 상실, 놀이의 망각, 나는 그게 바로 일생 중 최악이 날이 아닌가 한다.

(놀이의 망각, 일생 중 최악의 날 시작) - P34

모든 것에는 대가가 있게 마련. 트랑에서의 행복, 내가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마셨던 그 행복은 거짓이었다. 그 행복의 내부에는 그보다 더 큰 불행이 도사리고 있었다. - P73

그들 사이에 더 이상 사랑이 없어졌기 때문에 아버지는 술을 마셨던 것일까? 아니면 아버지가 술을 마셨기 때문에 사랑이 죽어버린 것일까? - P75

트랑의 집에서 그는 전쟁을 몰고 오는 사람이었다. 비명과 고함 말이다.그런데 여기 병원 병실에서 그는 남들을 웃기는 사람, 같이 우스개 애기를 하며 즐기고 싶은 사람이었다. 나는 문득 내가 놓쳐버렸던 모든 것을, 내가 갖지 못했던 모든 것을 눈으로 보는 느낌이었다. - P85

<나의 모든 하루하루는 작별의 나날이었다.> 어린 시절을 보냈던 이 콩부르의 숲을 떠나야만 했을 때의 가슴을 찢는 듯한 아픔을 표현한 대목이었다. 왜 어린 시절부터 사람은 사랑하는 모든 것과 작별을 해야 하는 것일까? 왜 모든 것들은 허물어지고 마는 것일까? 왜 모든 것이 사라져버리는 것일까? - P88

너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넌 이제 아버지가 없어. 이렇게 되뇌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마치 내 속에서 내가 빠져나가버린 것만 같은 느낌이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바로 이 순간 내가 누군지 알 수가 없다. 아니 나는 내 속에서 나를 무섭게 하는, 나를 부끄럽게 하는 어떤 존재를 발견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사라졌을때 생기는 공허함이란 이런 거다.) - P98

그러나 지금 나는 아버지의 무덤 앞에 서 있다. 나는 놀이의 비밀을 잃어버렸다. 나는 어린 시절을 잃어버렸다. 모든 날들이 작별의 나날인 것이다. - P101

나는 어떤 낯익은 일상적 세계에서 떨어져 나오고 있으며 그 세계를 더 이상 알지 못하게 될 것임을 조금씩 조금씩  느낀다. - P116

다시는 이 집이 우리 집이 아닐 것임을. 어린 시절의 집, 행복과 불행의  집, 다 끝났다. 나는 벌써부터 이방인이 된 기분이다. 어서 떠나자. 이 집은 죽음의 냄새가 난다. - P138

까마득한 옛날에 내가 어린아이들 무덤에서 아기천사를 훔치곤 했던 그 작은 공동묘지에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나란히 묻혔다. 그리고 그 두분과 함게 우리들의 어린 시절도 묻혔다. - P145

그리고 다시 한번 더 작별의 인사를, 비록 그것이 불가능한 것임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어린 시절이란 작별인사를 할 것이 아니라 매일같이 함게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돌아갈 수 없더라도 그때 시절의 기억은 매일 함께할 것이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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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03 0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가을에 이책을 ! ㅎㅎ(번역이 훌륭합니다)
이책 완독 하시고 나면 로맹가리 작품 읽독 추천 합니다
하루하루가 작별!
새파랑님 굿!나잇!

새파랑 2021-09-03 06:05   좋아요 2 | URL
아 읽고 왠지 슬퍼서 그냥 자버렸어요 😅

페크pek0501 2021-09-04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모르는 책이네요.
프랑스 문학은 김화영 번역가가 최고죠.

새파랑 2021-09-04 19:45   좋아요 0 | URL
김화영님은 페크님도 인정하셨으니 최고가 맞는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