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즈 사강의 단편집. 그녀의 장편 만큼이나 단편 역시 너무 좋다.

"재밌네, 당신이 사냥을 하지 않는다는 게"
"10년이나 됐는데 이제야 놀라?"
"놀라는 데도 시간이 정해져 있나." - P20
제롬은 산양을 죽이지 않기로 했다. 왜, 언제, 어떻게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필사적으로, 그리고 서툰 솜씨로 쫓아왔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단순한 아름다움 혹은 거만함, 혹은 비스듬히 기울어진 눈 속에 비친 평화로운 동물성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제롬은 이유를 알려고 들지 않았다. - P32
돌아가는 길에 여자는 잠깐씩 생각에 잠긴 니콜라의 옆모습을 훔쳐 보았다. 스무 살이었다면 이 남자를 미친 듯이 사랑했을 거라는, 지금까지의 삶이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낭비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의 삶은 낭비였을지도 모른다는...) - P47
하지만 결국 난 죽게 되겠지, 그렇다면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말해야 할까? 하지만 무엇에 대해 말하지? 우리에 대해서? 우리 사이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 거의 없거나. - P55
"둘이 함께하는 행복이란...쉽지가 않네..."
그리고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어쨋든 이제 그에게 행복 같은 건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행복이든, 마르트든, 다프네든. 이제 그는 뛰고 또 뛰는 심장일 뿐이다. 그리고 지금 그가 사랑하는 것은 그것뿐이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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