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의 기분 - 책 만들고 글 쓰는 일의 피 땀 눈물에 관하여
김먼지 지음, 이사림 그림 / 제철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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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편집자를 꿈꾸는 사람에게 한 줄기의 빛과 소금 같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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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사랑의 천사 문학동네 시인선 238
최백규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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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과 감성과 주제의식을 모두 갖춘 젊은 시인의 시집을, 저는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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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
사무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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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곧내. 제목이 곧 내용이었다. 『고도를 기다리며』 만큼 작품을 온전히 설명하는 제목을 가진 작품이 또 있을까? 『고도를 기다리며』는 정말 ‘고도’를 기다리는 내용만 담겨있는, 다소 난해하고 불가사의한 희곡이다. 이와 비슷한 후기들을 이곳 저곳에서 정말 많이 들어왔었기에 굳이 읽어보지 않아도 작품이 지닌 난이도가 상당할 것이라는 추측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하여 그동안 나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의도적으로 피해왔었다.

그러던 중 『고도를 기다리며』에 대한 약간의 해설과도 같은 글을 접하게 되었다. 이 작품에서 ‘고도’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 해석의 종류는 정말 무궁무진하게 다양한데 그 글에서 제시하는 고도는 바로 ‘죽음’이라는 것이었다. 고도가 죽음을 뜻한다는 시각으로 『고도를 기다리며』를 풀어나간 그 글을 읽고 있자니, 어쩐지 나 또한 이 작품을 직접 읽고서 정말 고도를 죽음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다소 두려운 마음을 품에 안고 책을 펼쳤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그 해석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죽음은 어떠한 성질을 갖고 있을까. 일단 우리 모두는 언젠간 죽는다. 한 명도 빠짐없이 누구나 죽는다. 지극히 ‘확실’한 사실이다. 그러나 언제 죽는지는 모른다. 그 누구도 자신이 언제 죽을지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다. 너무나도 ‘불확실’하다. 즉, 확실하지만 동시에 불확실한 것이 바로 죽음이다. 죽음은 올 때까지 오지 않지만, 아무리 늦어져도 언젠가는 올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고도를 기다리며』 속 ‘고도’와 유사한 속성을 띠고 있다.

『고도를 기다리며』의 두 주인공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오지 않는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그들에게 고도가 오는 일은 없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고도가 온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한 두 주인공은 고도를 왜 기다리는지, 왜 그래야 하는지 그 당위에 대한 이유가 전혀 언급되지 않는데, 이 또한 죽음과 비슷하다. 우리는 언젠가는 올 것이란 확실성 때문에 죽음을 그저 기다리는 것이지, 그에 대한 의무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면 사뮈엘 베케트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통해 죽음을 기다리는 우리내 모습을 보여주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끝끝내 고도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세상을 떠난 작가를 원망하며 책장을 덮는다.

고도가 내일은 꼭 온다고 그랬지. (사이) 그래도 모르겠어? (9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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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읽기
이승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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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왜 읽는가, 문학을 왜 읽어야 하는가.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질문들을 아마 한 번쯤은 필히 들어봤을 것이다. 이 질문들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집요하리만치 따라다닌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질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언제나 생각해봐야하는 주제임이 틀림없다. 문학이 우리내 삶에 어떤 도움을 주는가, 문학의 효용은 과연 무엇에 있는가.

내가 생각한 답이 정답이라 확신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까지 적지 않은 문학을 읽어오면서 느낀 바로는 이렇다. 문학 작품을 읽을 때면 그 작품 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 제삼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내 모습에서 반성과 교훈을 얻기도 하고, 또 ‘나만 그런 건 아니었구나’하는 위안과 감동을 받기도 한다는 것. 무심코 취한 어떤 행동에 누군가가 상처를 받았을 수도 있다는 걸, 혹은 반대로 내가 이래서 그동안 상처를 받아왔다는 것을 깨달을 때, 그때 나는 비로소 한단계 나아진 삶의 태도를 갖추게 되는 듯하다.

이번 이승우 소설가의 산문집 『고요한 읽기』를 읽으면서 문학에 대한 그의 사유와 철학에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고개만 끄덕였다 뿐인가,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배움과 교훈도 얻을 수 있었다. 소설에 대한 소설가의 사유를,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도무지 공감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더랬다. 자신이 문학으로부터 얻은 인생의 통찰, 삶의 교훈,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 등은 내 마음에 와닿아 큰 감동과 울림을 선사하였다. 지금까지 나는 에세이나 수필 장르의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그렇지 않다. 깊이 있고 큰 울림을 주는 수필이라면 두 팔 벌려 대환영이다.

‘나’를 발견하게 해주기 때문에 책은 중요합니다. ‘나’를 읽게 하지 않는다면 책을 읽을 이유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 책을 통해 ‘나’를 읽을 때, 나는 ‘나’를 통해 타인과 세상을 같이 읽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타인과 세상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 자기에 대한 의심과 돌아봄이 없는 이해만큼 위험한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읽기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나를, 사람을, 세상을 정말 잘 읽어야 합니다. (7p)

문학에 유사종교적 기능이 있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이 아니다. 인간의 존재 방식에 대해 고민한다는 점에서 문학은 종교의 거울이다. 인간은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고,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질문하고 추구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38p)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의 동기가 도피인 경우가 있다. (…) 내부를 피해 외부로 달아난 어떤 사람은 외부에서, 그러니까 세상에서 정말 열심히 일하고 최선을 다해 산다. 그는 내부의 ‘나’를 만나기가 두려워서 외부에서만 산다. (…) 한순간도 마음을 내려놓지 못한다. 늘 마음을 들고 살아야 해서 힘들다. ‘자기 착취’가 그렇게 이루어진다. (…)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그 자신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보다 두려워하는 것이 또 있을까?” (22~23p)

환심을 사기 위해 건네는 꽃은 환심을 살 수 있지만 사랑은 아니다. 사랑은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그렇지만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환심을 사는 것이 먼저다. 그래서 꽃을 건네는 비순수가 사랑의 속성으로 받아들여진다. (…) 비순수의 표현을 통해서만 선언되는 순수가 있다. 사랑이 그렇다. (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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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민음의 시 308
김경미 지음 / 민음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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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만에 미장원엘 가서

머리 좀 다듬어 주세요, 말한다는 게

머리 좀 쓰다듬어 주세요, 말해 버렸는데

왜 나 대신 미용사가 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취급이라면」 부분

삶을 사는 게, 살아내야 하는 게 가끔씩 갑갑하고 막막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우울’과는 다른 감정이다. 너무 열심히 달려와서 지쳐버린 ‘번아웃’과도 다르다. 음… 버겁다는 표현이 조금 더 알맞은 듯하다. 앞으로 내가 헤쳐나가야 할 인생의 단계랄지 장벽이랄지 그런 것들을 떠올려 볼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 숨이 턱 막혀온다. 그런 내게 위의 시 구절은 생각지도 못하게 큰 울림을 주었던 것 같다. 처음에 저 구절을 읽었을 때 뭔가 감동이 느껴지긴 하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어서 되게 혼란스러웠으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제는 그 연유를 조금 알 것 같다.

어느 날 혼자 버스를 타고 가다가

일 초 전

친구와 절연했다는 걸 깨달았다

깨달음이 있으므로

입과 귀에서 그 친구를 없애다가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쳤다

그 친구가 내게

나 또한 그 친구에게

우리는 서로 지나쳤으리라

멀리 온 정거장처럼 도를 넘어섰으리라

네가 억울하고 후련하듯

나도 후련하고 억울하리라

너는 나 없이도 친구가 많고

나는 친구 없이도 하늘이 맑으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또 지나치지 않도록 버스에서

창밖을 본다

창 속에 말 없이 앉아 있는 나를 본다

멋진 밤이다

「지나치다」 전문

친구와 절연해본 경험이 다들 한번쯤은 있지 않을까 싶다. 나도 딱 한 번 있다. 그 친구와 너무도 명징하게 ‘손절’했다.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서 거대한 파급력을 끼쳤던 경험 다섯 손가락 안에 들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 영향이 긍정적이지는 않았기에, 언제나 나는 그때의 경험이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오르려 할 때마다 애써 외면하고 도망치려 했다. 그리고 이 시를 만나니 그때의 나를 이제야 비로소 마주할 용기가 생겼다.

그 친구와 나는 서로 ‘도를 넘어섰’다. 그 애도 그랬겠지만 나 역시 ‘억울하고 후련’했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또다시 도를 ‘지나치지 않’기 위해 시적 화자처럼 나 또한 ‘창밖을’ 보고 그에 비친 ‘나’를 봐야 했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과거의 나 자신을 반추하게 하는 시, 시를 읽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 아닐까?

말하고 싶지 않아서

말이 피가 될까봐

피가 씨가 될까봐

차라리 말을 할 수 없는 곳으로

한마디도 못 알아들을 루미니아로

(…)

말이 많아도

피가 튀지 않는 입들

한동안 루마니아를 사랑하기로 했다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는

루마니아에 말을 내려놓기로 했다

「늦가을 루마니아」 부분

(…) 내가 속았다 쾅! 내가 속였다 쾅! 실패했다 콰쾅! 너는 못났다 콰콰쾅! 끝장이다 콰콰쾅! 네가 싫다 쾅 콰콰쾅! 그 소리 막느라 한사코 청춘을 다 바쳤다 (…)

「피아노 소리」 부분

이 외에도 크나큰 울림이 느껴지는, 적잖은 감동을 주는 시들이 참 많았다. 현대시에서 이런 감정을 느끼다니, 이 시집이 요즘 역주행하며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던 것 같은데 그 이유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무수한 이미지들만 나열해놓고 어디 한번 느낄 수 있으면 느껴보라지 하는 젊은 시인들에게, 이 시집을 보고 좀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 독자들을 배려하는 시를 오랜만에 만난 것 같아 너무도 행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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