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 이모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1
박민정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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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선 서독과 동독의 통일과 관련한 소재를 다룬 작품이려나… 싶었다. 보통의 한국문학에서는 흔히 접할 수 없는 ‘서독’이라는 단어에 눈길이 갔으므로 (중고서점에서 아주 깨끗한 상태의 절반 가격인 상태였던 건 덤으로) 이 책을 구입하였다. 물론 그런 부분들이 아주 없진 않다. 다만, 이 작품에는 그 외에도 더 많은 주제들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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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주인공은 대학원을 졸업하기 위해 교수의 압박에 못 이겨 브레히트의 번역되지 않은 원문을 토대로 논문을 써야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물론 이 대학 교수가 성착취를 한다거나, 악의적으로 주인공을 괴롭히기 위해 그런 행동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주인공은 힘들어한다. 악의 없는 순수한 호의가 더욱 괴로운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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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할 수 있었으나, 이 작품은 그 외에도 해외 입양아의 문제도 다루고 대학원생의 성폭력 문제(주인공의 지도교수와는 다른 인물), 서독 이모의 개인적인 서사까지 다루고 있다. 각각의 주제와 서사를 깊이있게 다루기 위해선 분량이 어느정도 뒷받침되어야 하지 않을까…싶지만 이 작품에는 100페이지 가량밖에 되지 않는다. 심지어 판형도 작고 자간도 넓은 ‘핀 시리즈’이다보니 일반적인 소설책들과 비교하면 분량은 100페이지보다도 더 줄어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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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서독 이모> 읽으면서 이야기에 공백이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뭔가 이야기를 풀어갔으면, 하는 생각이 바로 장면이 전환된다던지, 몰입이 깊어질 즈음 이야기가 끊긴다던지워낙 짧은 분량이라 앉은 자리에서 바로 완독할 있었지만, 아쉬운 느낌을 지우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작가님의 다른 작품 <미스 플라이트> 추천 받긴 하였으나, 솔직히 때문에 호기심은 동강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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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물질의 사랑 - 천선란 소설집
천선란 지음 / 아작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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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천선란 작가님의 작품들을 모두 사서 읽을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천 개의 파랑>과 <나인>을 연이어서 읽었는데, 두 작품 모두 내게 큰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이어 읽었던 작품들은 내게 썩 좋은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랑과 나의 사막>은 생각보다 가독성이 떨어져서 조금 실망했고,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는 너무 재미없어서 읽다가 중간에 덮어버리기도 했다. 그렇게 작가님에 대한 나의 사랑(?)은 식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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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앞서 말한 두 작품이 별로였던 것은 나의 독서 컨디션이 좋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SF를 좋아하지 않음에도 계속해서 읽어왔기 때문에 SF에 물렸을(?) 수도 있고… 뭐 어쨌든 그래서 한동안 SF 장르의 소설을 읽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SF에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순수 한국문학이나 세계문학전집들만 골라서 읽어왔다. 하지만 사람은 아주 간사한 동물인지라, 계속 그런 것들만 읽다보니 새삼스레 SF로 머리를 리프레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내 책장에 꽂혀있던 이 작품이 눈에 들어와 바로 집어들어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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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잃어버렸던 천선란 작가님에 대한 나의 애정이 다시금 살아나는 듯한 기분이었다. 톡톡 튀는 소재들이 매력적인 작품도 있었고, SF적인 색채가 강하지는 않지만 먹먹한 감동을 주는 작품도 있었다. 심지어는 4페이지 정도의 아주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강력한 임팩트를 남긴 작품도 있었으니, 이정도면 아주 만족했던 독서였다는 다했지 않은가. 천선란 작가님의 최근 작품이라고 있는 <노랜드> <이끼숲> 살까 말까 계속 고민하다가 끝까지 구매욕구를 참았는데, 책으로 인해 어쩔 없이 나의 지갑이 다시 한번 열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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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나쁜 일 오늘의 젊은 작가 37
김보현 지음 / 민음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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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다리 위를 두 남녀가 거리를 둔 채 걷고 있다. 그러다 여자가 다리 난간 위를 넘어 밑에 있는 강으로 뛰어내리고, 뒤이어 남자도 겉옷을 벗은 채 여자를 따라간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 남자는 그곳에서 빠져나온다. 여자 없이, 홀로.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어떤 한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 이 사건이 있은 뒤 3년이 지난 어느 날, 이 남성은 자신을 찾아온 아내를 보지 못한 채 어떤 여성을 따라가고, 그 뒤로 연락이 끊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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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내용은 <가장 나쁜 일>의 극초반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외도나 불륜, 뭐 이런 거 아닐까… 싶지만 그렇지 않다. 아내는 사라진 남편을 추적할수록 그 뒤에 심상치 않은 음모와 사건들이 엮여있는 것을 점차적으로 알게 된다. 소설의 중후반부가 전개될 때까지 계속해서 새로운 관계성들이 발견되고 그에 따라 새로운 인물들도 등장하면서 서사의 규모는 초반보다 훨씬 거대해져 간다. 그 과정이 긴박하고 스릴있게 전개되기 때문에 추리, 스릴러 장르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작품은 정말 최적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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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그런 부분들이 너무 힘들었다. 순수문학이나 고전문학들을 읽을 때에는 그저 소설이 전개하는 이야기를 독자로서 순순히 따라가면 되었는데, <가장 나쁜 일>을 읽을 때에는 결말이 대체 무엇일지, 이 사건에서 숨겨진 내막이 대체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른 채 읽기 때문에 계속 전전긍긍하게 되고 읽는 내내 기가 빨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는 추리소설‘만’ 읽었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어떻게 그렇게 읽었는지 지금은 전혀 알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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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러므로 작품 자체는 정말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주저 없이 추천할 있을 같다. 다만, 앞으로의 독서 생활에 있어서 당분간 추리 소설은 읽지 않을 같다.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책을 읽으면서 진이 빠지는 경험을 했으므로이제는 추리소설을 놓아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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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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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밝은 밤>이야말로 이미 너무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 베스트셀러가 아닐까 싶다. 나도 이 책을 사두고선 계속 책장 속에 묵혀두다가 북클럽 문학동네 웰컴키트로 받은 ‘소설가가 뽑은 올해의 소설’에서 최은영 작가님 작품을 다시 읽으며 그제서야 <밝은 밤>을 집어든 것이다. 예상했던 만큼 좋은 문장들이 가득했고, 예상했던 만큼 먹먹한 여운에 젖어들 수 있었다. 다만 기대했던 만큼 슬프거나 눈물을 펑펑 쏟아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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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나 줄거리 설명이야말로 이런 베스트셀러의 뒤늦은 후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으므로, 거두절미하고 바로 나의 감상부터 말하도록 하겠다. 앞서 말한 것처럼, <밝은 밤>에 대해 겨울서점을 비롯한 여러 북튜버들이 입을 모아 눈물을 펑펑 흘릴 정도로 슬펐다고 하길래, 혹시 나도 책을 읽으며 눈물을 쏟는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음, 아니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그 이유를 전혀 알지 못했다. 왜 그럴까,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이야기가 조금 작위적이라고 느꼈기 때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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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에 걸친 여성서사가 주를 이루는 이 작품에서, 남성은 그야말로 ‘악’하게만 비춰진다. 정말 말이 안될 정도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인물(증조부)도 나오고 현실에서 흔하디 흔한 인물(남편)도 나온다. 이 작품의 여성은 주로 남성들에게 피해를 받는 입장으로만 나오는데, 꼭 이렇게만 인물을 그려냈어야 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굳이 피해자로만 그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삶을 이끄는 여성 인물이 나왔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그래도 아주 오래전의 우리나라에선 여성이 주체적으로 살아가기엔 너무도 무리였던 ‘유교’사회 였기에 납득을 할 수는 있었다. (그럼에도 아쉬운 감상이 없어지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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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그래도 <밝은 밤>은 너무 좋은 여성 소설이자, 역사 소설이자, 휴머니즘 소설이기 때문이다. 증조모와 새비 아주머니의 가슴 아린 인연부터 주인공과 할머니의 서로를 위하는 애틋한 마음까지… 읽으면서 가슴이 따뜻해지고, 먹먹해지는 건 절대 부정할 수 없었다. 어떤 장면에서는 코 끝이 찡해지는게, ‘사람들이 이 부분에서 많이 울었겠구나’하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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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새비 아주버니의 죽음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이 부분을 설명하기엔 미천한 나의 글솜씨가 한없이 부족하여 관련한 문장 몇 줄을 옮겨 적으며 이 글을 마치려 한다. 혹여나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꼭 한번쯤은 시간내어 읽어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 (123-128p)

 - 희자 어마이, 내레 더이상 기도를 못하겠어. 천주님, 그때 뭐하고 계셨어. 어린아이들, 죄 없는 사람들이 그렇게 찢겨 죽어가는 동안 뭐하고 계셨더랬어.

 - 희자 어마이, 전지전능한 천주님이 왜 손을 놓고 계신 기야. 나는 슬프기만 하는 천주님께 속죄하고 싶지 않아. 천주님 앞에서 내 탓이오, 내탓이오, 말하고 싶지 않아. 천주님이 정말 계신다면 그때 뭐하고 계셨느냐고 따지고 들고 싶어. 예전처럼 무릎 꿇고 천주님, 천주님 감사합니다, 말하고 싶지 않아. 기래, 나를 살려주셨지. 기래서 감사하다고 말한다면 다른 사람들 목숨은 뭐가 되나.

 - 첨엔 마음도 편치 않았다. 희자 아바이가 천주님에게 사과받고 싶다고 화내는 기를 보는 마음이. 내레 겁이 많잖아. 그런데 아니야…… 희자 아바이가 진짜 천주님을 버렸다믄, 화도 내고 사람들이 하란 대루 종부성사도 받았을 기야. 천주님을 사랑하지 않았다믄 기냥 미적지근하니 미사 가서 앉아 있다 왔을 기야. 그런 고집 부리지도 않았을 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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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살인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0
최제훈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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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살인마>는 첫 세 장부터 네 명의 피해자가 연달아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첫번째 피해자가 말단 조폭, 두번째 피해자가 아이돌 사생팬, 세번째 피해자가 광신도 노파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들의 연관성이 언론에서 주목되지 않았다는 점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살해당할 만한 동기가 있었으므로… 하지만 네번째 사건이 결국 터지면서 전국이 발칵 뒤집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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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두 사건에서는 주목되지 않았던 점이 세번째, 네번째 사건에 들어서서 조명을 받은 것인데, 그것은 바로 사건의 순서만큼 피해자의 손가락이 잘려있었다는 점이다. 실시간 검색어에는 손가락을 끊는다는 의미의 '단지()' 살인마 라는 별칭이 1위를 굳건히 지키며 모든 경찰 수사가 총동원되고 온갖 전문가들이 나서서 사건 피해자들의 연관성을 추측하지만 딱히 알맞는 가설은 도출되지 않는다. 이때, 방구석에서 홀로 틀어박힌 채 일할 수 있는 전업 투자자인 주인공 ‘영민’은 살인범의 논리를 파악해내는데 성공한다. 그것은 바로 성경에 나오는 ‘십계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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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민’은 본인이 알아낸 이 사실을 역으로, 학창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원수에게 복수하는 방법으로 활용한다. 즉, 모방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완전 범죄를 저지르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한 그는 몰디브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본인의 삶을 다시금 되찾는 듯했다. 하지만 그때, 영민의 기분을 완전히 박살내는 문자가 한통 오게 된다.

🗣 ‘단지 살인마, 전화 요망, 010-XXXX-XXXX’ (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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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주인공이 연쇄 살인의 논리를 알아냈을 방구석 탐정이 활약하는 추리소설인가 싶었다. 전혀 아니었다. 여지껏 추리소설을 적지 않게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모방범 시점으로 전개되는 소설은 <단지 살인마> 처음이 아닌가 싶다. 그정도로 상당히 신선했고, 또한 그만큼 재미있게 읽었다. 추리소설 특성상 마음 한켠을 깊이 울리는 감동이나 교훈 같은 것은 없다만, 그래도 한번쯤은 읽어보기에 괜찮은 (아니, 아주 좋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도 예상대로 전개되지 않았다. 결말 또한 이런 식으로 끝날 줄은 몰랐다. 호불호가 갈릴까? 모르겠다. 그래도 읽었을 읽을만하다 감상은 남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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