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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솔아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4월
평점 :
<제 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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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의 ‘젊은작가상’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군대 훈련소였다. 훈련소에서는 휴대전화를 훈련병들에게 불출하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사람이라도 한번쯤은 책을 들여다보게 된다. 훈련소에 있던 진중문고 중에서 눈에 띄었던 책이 바로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었다. 정확히 몇 회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당시에 읽었던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내게는 좀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그 후론 젊은작가상을 찾지 않았다. 하지만 군생활하면서 한국문학을 많이 읽기도 했고 이번에 ‘북클럽문학동네’에서 웰컴키트로 받기도 해서 다시 한번 도전해보자는 마음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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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 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기 전, 그동안의 ‘젊은작가상’에 크고작은 논란들이 몇차례 있었던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중에서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비판이 있는데, 바로 ‘젊은작가상의 주제’다. 다양한 소재를 다룬 작품들을 고루 수상하는 것이 아니라, ’젠더 이슈’, ‘페미니즘’, ‘동성애 혐오’ 등의 주제를 잡은 작품들만 우대받는다는 것이다. 사실 내가 훈련소에서 읽었던 ‘젊은작가상’ 작품집을 읽다가 덮었던 이유도 수록된 작품들이 다 비슷비슷한 분위기로 내게 불편함을 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올해의 <제 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도 큰 기대를 하진 않았지만, 이번엔 아주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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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집에서도 젠더 이슈나 동성애를 소재로 다룬 작품들이 대다수이고, 이로 인해 알라딘과 왓챠피디아 등에서 적지 않은 악플들을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런 부분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젊은작가상’에서 추구하는 방향을 ‘페미니즘’, ‘동성애’ 등의 사회적 이슈를 시사하는 것으로 설정했다면, ‘젊은작가상’은 현재 그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가고 있는 과정 중에 있는 것이 아닐까. 지금 사회적으로 ‘젠더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방향성을 설정한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감히)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바이다. 물론 이 과정을 거친 결과가 그 ‘갈등을 심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남녀를 불문한 사회적 연대’이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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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 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던,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은 그런 ‘젠더 이슈’와는 거리가 있던 작품들이었다. (당연히 나의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김멜라 작가님의 <저녁놀>은 성인용품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게 신선함을 넘어서 당혹감을 느꼈고, 김지연 작가님의 <공원에서>는 공원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당하는 여성의 모습을 드러내는 묘사가 너무 짙어서 나의 좁은 그릇이 감당하긴 부담스러웠다. 반면, 임솔아 작가님의 대상작 <초파리 돌보기>는 ‘모성애’와 ‘페미니즘’을 적절하게 섞어 문학적으로 잘 녹였다는 느낌을 받아 가슴이 뭉클해지는 작품이었고, 내가 좋아하는 김병운 작가님의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은 ‘동성애’와는 또다른 ‘무성애’의 성적 취향에 대해 전혀 다른 시점으로 조명하여 나 자신을 반성하게 함과 동시에 나의 좁은 시각을 넓혀주었다. 김혜진 작가님의 <미애>와 서수진 작가님의 <골드러시> 역시 한국문학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잔잔하지만 묵직한 감정의 동요를 절실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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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내게 가장 큰 충격을 준 작품은 바로 서이제 작가님의 <두개골의 안과 밖>이다. 이 작품을 뭐라고 형용해야 할지 감이 오질 않는다. ‘SF’인가, ‘디스토피아’인가, ‘판타지’인가, ‘환상문학’인가, 아니면 전부 다? 전부 다 아닐 수도. 아무런 스포일러를 당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작품을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뭐라 말은 못하겠지만, 평소 치킨을 ‘치느님’이라 칭하며 치맥을 즐겨하던 나 자신이 혐오스러웠다고만 하겠다. 읽으면서 내가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다 읽고 보니 ‘여운’으로 뒷통수를 세게 맞았고 이 작품을 다시 한번 더 읽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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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직후 약 1년 간은 특별 보급가 7700원에 구입할 수 있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을 붙잡고 이 책 꼭 읽어보라고 외치고 싶다. 분명히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작품들이겠지만, 문학성은 믿고 볼만한 한국 단편의 수작들을 모아놓았으니 한번쯤은 읽어봐도 좋을 듯 싶다. 나는 앞으로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찾아 읽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