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의 세계
위수정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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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의 세계> - 위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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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올린 ‘소설보다 봄 2022’ 리뷰에서 “이 책 덕분에 위수정 작가님에게 입덕하게 되었다.”라는 문장을 적었다. 그만큼 <아무도>라는 작품은 내게 인상적이었고 위수정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북클럽문학동네’를 가입할 때 선택할 웰컴키트 도서 목록에 <은의 세계>라는 위수정 작가님의 소설집을 봤었는데 아쉽게도 그때는 <아무도>를 읽기 전이어서 다른 책을 받았었고, <은의 세계>는 뒤늦게 ‘내돈내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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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의 세계>에는 총 8개의 중, 단편소설이 실려있다. 가장 처음에 실려있는 표제작 <은의 세계>를 읽고 나서는 매우 당혹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작품 하나를 다 읽었지만 뭔가 명확하게 끝났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너무 모호했으며, 극의 기승전결이 선명하지 않은 전개가 나를 매우 당황시켰다. 때문에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지 않고 급히 작품 해설을 읽기 시작했다.

🗣 위수정의 이야기는 굵직한 사건을 마련하지 않고 명료한 사실을 도입하지 않고 단순한 인과관계를 부각하지 않으므로 사건이나 사실의 맥락을 세상의 의미로 파악하는 독자라면 어떤 장면이나 상황에 대해 부연이나 해명을 기다리게 되는 경우가 없지 않을 것이다.

작품 해설에 쓰여있던 이 문장은 <은의 세계>에 대해 해명하지 않음으로써 해명을 하는 것 같았다. 내가 느꼈던 모호함과 난해함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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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을 하고 나니 이 작품이 정말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은의 세계>를 읽으면 읽을수록 내 머릿속에서 자꾸 한강 작가님의 <채식주의자>가 떠올랐다. 고등학생 때 <채식주의자>를 읽은 뒤의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독서를 즐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읽어서인지, <채식주의자>는 소재부터 난해하면서도 괴기스러워서 읽기 힘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은의 세계>는 <채식주의자>보다는 훨씬 읽기 수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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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의 세계> 전반적으로 안개가 자욱하게 듯이 흐릿한 분위기가 느껴졌고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느끼는 재미가 있었다. 수록된 작품들은 모두 인과관계가 명확한 사건들이 체계적으로 연결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소설 속에 감춰진 것들과 이해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많았고, 때문에 사건의 전체 내용과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아니라 어떤 서사를 구성하기 위해 알려져야 무언가에 대한 작가님의 감각이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어서 그런 같다. 지금까지 읽은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난해하고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이었지만 자체의 독특한 재미가 있었다. 일반적이지 않고 묘한 매력의 한국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싶다. 호불호가 정말 많이 갈릴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런 신선함은 한번쯤은 경험해보기 좋은 책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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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
세이카 료겐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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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 - 세이카 료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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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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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코를 위해>, <소문>, <테라피스트그리고 최근에 출간된 <백광>까지, SNS 마케팅을 정말 잘하는 출판사 '스튜디오 오드리' 서평단에 뽑히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작품 역시  서평단의 활동으로 받은 도서이다사실  광고를  때마다 흥미를 유발하는 광고 내용 때문에 책을 사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는  너무 힘들었다그래서 무료로 책을  있는 기회를 받게 되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아무튼 이번에 받은 책은 일본에서 '인터넷소설 대상' 수상한 로맨스 판타지 소설이다장르도 그렇고 '인터넷소설 대상'이라는 점에서 쉽고 가볍게 읽을  있는 책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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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를 대충 요약하면  남자가 사신에게 수명을 넘겨주는 대가로 시간을 되돌릴  있는 '은시계' 얻어 어떤 소녀의 자살을 막으려 노력하는 이야기이다우리나라의 웹소설 계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타임리프소재  나오기 때문에 작품 역시 뻔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물론 예상대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렇지만도 않았다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점이 분명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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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부분은 '주인공들의 서사'이다남녀  주인공은 모두 자살을 결심했던 만큼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특히 내가 가장 마음이 갔던 것은 남자 주인공 '아이바 '이었다그는 친부모에게 버림받고 양부모에게 입양되었는데어린 시절 친부모를 만나고 싶어했던 마음과 그를 알아주지 않는 주변 어른들이로 인해 마음의 벽을 쌓고사람들과 거리를 두며 홀로 고립되어가는 과정을 주인공이 담담하게 읊는 장면이 너무 슬펐다로맨스 판타지 장르에서가슴 아릿한 느낌을 받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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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작품은 반전도 있었다줄거리만 보면 대충 자살을 결심했던 둘이 서로 사랑을 키워 나가는 내용이지 않을까추측할  있고실제로 이대로 이야기가 진행된다하지만 후반부의 이야기는 예상하지 못한 전개로 이어졌다스포일러가   있어 많은 말은 못하지만로맨스 판타지 장르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맞닥뜨릴 줄은 몰랐기에 더욱 짜릿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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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앞서 말했듯이  작품의 초중반부 전개는 예상 그대로 흘러가서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그러나 주인공들 내면 속에 남아있던 상처를 치유해가는 장면들이  작품만의 개성을 살렸다는 생각이 든다그래서  작품을 굳이 '로맨스 판타지' 장르로 국한하고 싶진 않다보고 있으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내면의 성장과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느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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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남의 눈치만 보고 살았을까?
최리나 지음 / 모모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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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남의 눈치만 보고 살았을까?> - 최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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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물은 작가님께 금전적 대가 없이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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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인스타그램에 독후감을 올리면서 (적긴 하지만)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몇 번 받아봤다. 그런데 작가님께 직접 연락이 온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가 뭐라고 놀라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어쨌든 긍정적인 마음으로 도서를 받았다. 그렇게 받은 책은 <나는 왜 남의 눈치만 보고 살았을까?>라는 제목의 치유 에세이였다. 원래의 나는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지만, 최근에 읽은 에세이 <아무튼, 술>과 <젊은 ADHD의 슬픔>을 정말 재밌게 읽었던 데다가 이 책의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기분 좋게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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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당시의 나의 기분과는 달리 이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매우 어두웠다. 이 책은 작가님이 그동안 인생을 어떻게 살아오셨는지를 돌이켜 짚어보며 깨달은 교훈들이 담겨있다. 아직 인생을 살아본지 만 23년밖에 되지 않은, 그마저도 큰 굴곡 없이 화목하고 행복하게 살아온 내가 감히 작가님의 힘들었던 개인사를 읽어도 될까 싶을 정도로 무거운 글이었다. ‘치유 에세이’를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거의 처음이다) 이렇게 어두컴컴한 심연 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일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읽기 전 작가님이 DM으로 ‘읽고 놀라는 분들이 많으시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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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개인사를 내가 이 글에 요약하여 적는 것이 큰 실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망설여지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을 사람들에게 어떤 내용인지는 소개를 해야하겠기에 조심스레 적여보겠다. 어릴 적부터 가부장적인 할아버지와 같이 살며 계속해서 움츠러들고 소심해졌고, ‘간질’을 ‘오랜 벗’이라 할 정도로 오랜 시간 앓아왔으며, 성인이 되어서는 두 번의 이혼을 겪었는데 그 과정은 고통 그 자체이셨다. 웬만한 드라마도 이렇게 쓰면 욕먹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 이야기가 작가님이 살아온 현실이셨다니… 읽으면서 나는 참 행복한 삶을 살아오고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달음과 동시에 괜시리 작가님께 죄송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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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매우 힘든 삶을 살아오셨지만, 지금은 극복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하신다. 이 책에는 힘들었던 당시의 심정과 그를 극복한 방법들이 나와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직접 책을 읽어보고 느꼈으면 좋겠어서 이 글에서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만 언급하려고 한다. 바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제목과도 연결되는 내용인데,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남’을 기준으로 생각하게 되며 눈치를 보게 되지만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나도 예전에는 중,고등학교 때 다른 친구들 눈치를 많이 보며 소심하게 살았는데, 그 이유가 그 당시 나의 자존감이 정말 낮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위로를 받았던 것 같았다. 나 자신을 많이 사랑해야겠고, 어디든 당당하게 다닐 줄 알아야겠다는 깨달음을 다시 한번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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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이 책 출판사의 대표님도 ‘작가님, 이야기가 너무 무겁네요.’라고 하셨을 만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우울한 사람이 이 책을 읽다보면 더 우울해질 것 같은 느낌도 들긴 하지만, 결국 끝까지 다 읽는다면 위로를 받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용기를 얻을 것이다. 특히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에게는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좋은 책을 선물해주신 작가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면서 이 글을 마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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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솔아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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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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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의 ‘젊은작가상’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군대 훈련소였다. 훈련소에서는 휴대전화를 훈련병들에게 불출하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사람이라도 한번쯤은 책을 들여다보게 된다. 훈련소에 있던 진중문고 중에서 눈에 띄었던 책이 바로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었다. 정확히 몇 회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당시에 읽었던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내게는 좀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그 후론 젊은작가상을 찾지 않았다. 하지만 군생활하면서 한국문학을 많이 읽기도 했고 이번에 ‘북클럽문학동네’에서 웰컴키트로 받기도 해서 다시 한번 도전해보자는 마음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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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 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기 전, 그동안의 ‘젊은작가상’에 크고작은 논란들이 몇차례 있었던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중에서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비판이 있는데, 바로 ‘젊은작가상의 주제’다. 다양한 소재를 다룬 작품들을 고루 수상하는 것이 아니라, ’젠더 이슈’, ‘페미니즘’, ‘동성애 혐오’ 등의 주제를 잡은 작품들만 우대받는다는 것이다. 사실 내가 훈련소에서 읽었던 ‘젊은작가상’ 작품집을 읽다가 덮었던 이유도 수록된 작품들이 다 비슷비슷한 분위기로 내게 불편함을 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올해의 <제 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도 큰 기대를 하진 않았지만, 이번엔 아주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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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집에서도 젠더 이슈나 동성애를 소재로 다룬 작품들이 대다수이고, 이로 인해 알라딘과 왓챠피디아 등에서 적지 않은 악플들을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런 부분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젊은작가상’에서 추구하는 방향을 ‘페미니즘’, ‘동성애’ 등의 사회적 이슈를 시사하는 것으로 설정했다면, ‘젊은작가상’은 현재 그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가고 있는 과정 중에 있는 것이 아닐까. 지금 사회적으로 ‘젠더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방향성을 설정한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감히)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바이다. 물론 이 과정을 거친 결과가 그 ‘갈등을 심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남녀를 불문한 사회적 연대’이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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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 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던,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은 그런 ‘젠더 이슈’와는 거리가 있던 작품들이었다. (당연히 나의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김멜라 작가님의 <저녁놀>은 성인용품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게 신선함을 넘어서 당혹감을 느꼈고, 김지연 작가님의 <공원에서>는 공원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당하는 여성의 모습을 드러내는 묘사가 너무 짙어서 나의 좁은 그릇이 감당하긴 부담스러웠다. 반면, 임솔아 작가님의 대상작 <초파리 돌보기>는 ‘모성애’와 ‘페미니즘’을 적절하게 섞어 문학적으로 잘 녹였다는 느낌을 받아 가슴이 뭉클해지는 작품이었고, 내가 좋아하는 김병운 작가님의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은 ‘동성애’와는 또다른 ‘무성애’의 성적 취향에 대해 전혀 다른 시점으로 조명하여 나 자신을 반성하게 함과 동시에 나의 좁은 시각을 넓혀주었다. 김혜진 작가님의 <미애>와 서수진 작가님의 <골드러시> 역시 한국문학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잔잔하지만 묵직한 감정의 동요를 절실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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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내게 가장 큰 충격을 준 작품은 바로 서이제 작가님의 <두개골의 안과 밖>이다. 이 작품을 뭐라고 형용해야 할지 감이 오질 않는다. ‘SF’인가, ‘디스토피아’인가, ‘판타지’인가, ‘환상문학’인가, 아니면 전부 다? 전부 다 아닐 수도. 아무런 스포일러를 당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작품을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뭐라 말은 못하겠지만, 평소 치킨을 ‘치느님’이라 칭하며 치맥을 즐겨하던 나 자신이 혐오스러웠다고만 하겠다. 읽으면서 내가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다 읽고 보니 ‘여운’으로 뒷통수를 세게 맞았고 이 작품을 다시 한번 더 읽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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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직후 약 1년 간은 특별 보급가 7700원에 구입할 수 있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을 붙잡고 이 책 꼭 읽어보라고 외치고 싶다. 분명히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작품들이겠지만, 문학성은 믿고 볼만한 한국 단편의 수작들을 모아놓았으니 한번쯤은 읽어봐도 좋을 듯 싶다. 나는 앞으로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찾아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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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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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한아뿐> - 정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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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재인, 재욱, 재훈>을 재밌게 읽어서 정세랑 작가님의 다른 작품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때마침 합정역 근처에 약속이 있어서 약속시간보다 일찍 가서 알라딘 중고서점 합정점을 방문했고, <이만큼 가까이>와 <지구에서 한아뿐>을 구매했다. 특히 <지구에서 한아뿐>은 외계인과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던 터라 정세랑 작가님이 쓴 로맨스 소설은 어떨지 매우 궁금해져서 이 작품을 먼저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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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는 앞서 말한 대로 지구인 ‘한아’와 외계인의 사랑 이야기이다. 기대했던대로 편안한 분위기에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결말의 매력을 느낀 작품이었다. 근데 여기에다 ‘외계인’이라는 소재와 그 외계 행성의 '첨단 과학 기술' 등의 SF적 상상력이 더해져서 정세랑 작가님만이 써낼 수 있는 로맨스 SF 작품 <지구에서 한아뿐>이 탄생했다. 분량도 200페이지 가량으로 얇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가독성까지 갖추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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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자 웃음이 났던 장면은 바로 놀이공원 장면이다. 주인공 ‘한아’와 외계인은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하기 위해 놀이공원을 가게 된다. ‘한아’가 외계인에게 궁금했던 놀이기구가 있냐고 묻고, 외계인은 우주여행을 컨셉으로 한 롤러코스터가 타고 싶다고 한다. ‘한아’ 역시 그 정도의 중급 롤러코스터면 첫 놀이기구로 나쁘지 않겠다고 판단하여 같이 타게 되는데, 외계인은 놀이기구를 타는 동안 이상반응을 보일 뻔한 위기를 맞닥뜨린다. 운행이 끝난 뒤 ‘한아’가 이유를 묻자, 외계인은 실제 우주 여행을 상당히 비슷하게 따라했다고 하며 본인도 고향 행성에서 지구로 올 때 이런 느낌이 들었다고 답한다. 이 부분에서 특정 놀이공원이나 롤러코스터의 이름이 명시되진 않았지만, ‘롯데월드’의 ‘혜성특급’이 머릿속에 선명히 그려졌다. 그 놀이기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외계인의 모습과 놀이기구에 대한 설명이 공감이 가면서도 색다른 시각이어서 웃음이 많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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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작가님의 작품을 읽을 때에는 그 작품 속의 사회적인 문제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지구에서 한아뿐>에서도 그런 문제점이 등장한다. 바로 ‘환경 문제’이다. 주인공 ‘한아’는 환경 운동가적인 모습을 많이 보인다. 예를 들면, 소의 방귀가 대기 오염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여 비건 레스토랑에 가기도 하고, 비행기 등의 이동 수단이 야기하는 대기 오염이 싫어서 여행 자체를 싫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근데 내게는 이런 부분들이 조금 과하게 느껴졌다. 물론 환경 오염 등의 사회적 문제를 문학 작품에 담는 것은 좋다. 하지만 사회적 문제를 시사하는 것이 극의 흐름과 어울리지 못하고 오히려 흐름을 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는 당연히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자 취향이다. 지금까지 사회적 문제를 담은 많은 작품들이 불멸의 고전으로 남겨질 정도로, 그런 작품들이 가지는 의미는 명확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 ‘문학 작품’을 읽고 싶은 사람으로서 사회적 문제의 시사 보다는 문학 자체의 재미를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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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부분이 아주 조금 아쉽긴 했지만, 주인공 말고도 매력적인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여 재밌으면서도 감동을 받기도 했다. ‘한아 친구유리 털털한 성격과, 아이돌 팬클럽 회장인주영 뚝심있는 모습, 과거를 회상하며 뒤늦긴 했지만 진심을 담은 반성을 하는엑스등등. 정세랑 작가님의 작품을 읽는 것은 항상 어느 정도의재미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 점이 없진 않았어도 충분히 따뜻하고 상상력 넘치며 재밌는 작품이었다. 아직 읽지 않은 정세랑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을 빨리 읽고 싶은 마음과 아껴가며 읽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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