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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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한아뿐> - 정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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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재인, 재욱, 재훈>을 재밌게 읽어서 정세랑 작가님의 다른 작품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때마침 합정역 근처에 약속이 있어서 약속시간보다 일찍 가서 알라딘 중고서점 합정점을 방문했고, <이만큼 가까이>와 <지구에서 한아뿐>을 구매했다. 특히 <지구에서 한아뿐>은 외계인과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던 터라 정세랑 작가님이 쓴 로맨스 소설은 어떨지 매우 궁금해져서 이 작품을 먼저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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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는 앞서 말한 대로 지구인 ‘한아’와 외계인의 사랑 이야기이다. 기대했던대로 편안한 분위기에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결말의 매력을 느낀 작품이었다. 근데 여기에다 ‘외계인’이라는 소재와 그 외계 행성의 '첨단 과학 기술' 등의 SF적 상상력이 더해져서 정세랑 작가님만이 써낼 수 있는 로맨스 SF 작품 <지구에서 한아뿐>이 탄생했다. 분량도 200페이지 가량으로 얇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가독성까지 갖추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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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자 웃음이 났던 장면은 바로 놀이공원 장면이다. 주인공 ‘한아’와 외계인은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하기 위해 놀이공원을 가게 된다. ‘한아’가 외계인에게 궁금했던 놀이기구가 있냐고 묻고, 외계인은 우주여행을 컨셉으로 한 롤러코스터가 타고 싶다고 한다. ‘한아’ 역시 그 정도의 중급 롤러코스터면 첫 놀이기구로 나쁘지 않겠다고 판단하여 같이 타게 되는데, 외계인은 놀이기구를 타는 동안 이상반응을 보일 뻔한 위기를 맞닥뜨린다. 운행이 끝난 뒤 ‘한아’가 이유를 묻자, 외계인은 실제 우주 여행을 상당히 비슷하게 따라했다고 하며 본인도 고향 행성에서 지구로 올 때 이런 느낌이 들었다고 답한다. 이 부분에서 특정 놀이공원이나 롤러코스터의 이름이 명시되진 않았지만, ‘롯데월드’의 ‘혜성특급’이 머릿속에 선명히 그려졌다. 그 놀이기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외계인의 모습과 놀이기구에 대한 설명이 공감이 가면서도 색다른 시각이어서 웃음이 많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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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작가님의 작품을 읽을 때에는 그 작품 속의 사회적인 문제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지구에서 한아뿐>에서도 그런 문제점이 등장한다. 바로 ‘환경 문제’이다. 주인공 ‘한아’는 환경 운동가적인 모습을 많이 보인다. 예를 들면, 소의 방귀가 대기 오염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여 비건 레스토랑에 가기도 하고, 비행기 등의 이동 수단이 야기하는 대기 오염이 싫어서 여행 자체를 싫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근데 내게는 이런 부분들이 조금 과하게 느껴졌다. 물론 환경 오염 등의 사회적 문제를 문학 작품에 담는 것은 좋다. 하지만 사회적 문제를 시사하는 것이 극의 흐름과 어울리지 못하고 오히려 흐름을 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는 당연히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자 취향이다. 지금까지 사회적 문제를 담은 많은 작품들이 불멸의 고전으로 남겨질 정도로, 그런 작품들이 가지는 의미는 명확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 ‘문학 작품’을 읽고 싶은 사람으로서 사회적 문제의 시사 보다는 문학 자체의 재미를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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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부분이 아주 조금 아쉽긴 했지만, 주인공 말고도 매력적인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여 재밌으면서도 감동을 받기도 했다. ‘한아 친구유리 털털한 성격과, 아이돌 팬클럽 회장인주영 뚝심있는 모습, 과거를 회상하며 뒤늦긴 했지만 진심을 담은 반성을 하는엑스등등. 정세랑 작가님의 작품을 읽는 것은 항상 어느 정도의재미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 점이 없진 않았어도 충분히 따뜻하고 상상력 넘치며 재밌는 작품이었다. 아직 읽지 않은 정세랑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을 빨리 읽고 싶은 마음과 아껴가며 읽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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