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게임즈 : 호모사피엔스의 취미와 광기 오늘의 젊은 작가 38
심민아 지음 / 민음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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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게임즈 : 호모 사피엔스의 광기와 취미> - 심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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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계기로, 앞으로는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새롭게 출간되는 책들을 읽지는 않을 것 같다. 민음사에서 책과 줌 북토크 및 여러 굿즈들을 패키지로 묶은 상품을 팔았고, 북클럽 회원으로서 20% 포인트 차감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곧바로 구매하여 읽기 시작한 것인데… 나의 취향과는 정말 맞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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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품의 줄거리를 요약하기도 힘들다. 굳이 설명을 해보자면… 게임을 전혀 알지 못하는 주인공 ‘유라’가 ‘키코’라는 게임 회사에 취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 할 수 있겠는데, 무언가 커다란 사건 하나가 전개되는 방식이 아니다. 그저 회사원인 주인공의 세상에 대한 푸념들 혹은 그녀가 겪은 사소한 몇몇 사건들이 아주 두서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쓰여있었다. 이런 스타일의 소설은, 내 취향과 전혀 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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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이런 방식으로 전개되는 소설들은, 인물들의 행동이나 생각을 적어놓은 문장들에서 유머스러운 포인트들이 있는 것이 보통이다. (아니, 꼭 그래야만 할 듯싶다.) 이 작품에서도 그런 부분들이 많았다. 그러나, 전혀 웃기지 않았다. 작가님이 ‘이 부분에서 웃으세요~’하고 친절하게 가이드한 듯한 부분들이 많이 느껴졌는데, 나의 유머코드와 전혀 맞지 않았기 때문인지, 전혀 웃음이 나지 않았다. 너무도 아쉬운 독서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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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혼자에게
이병률 지음 / 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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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혼자에게> - 이병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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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등 일반 산문의 문장과 소설 속 문장의 결은 아주 많이 다르다. 소설의 경우에는 독자들의 마음에 가닿는다 하더라도 이야기 속 장면에 맞는 문장이다보니 독자가 그 상황에 본인을 맞추어 몰입을 해야하는 반면, 일반 산문의 경우에는 작가가 자신의 생각을 훨씬 직접적으로 드러내어 독자들은 그 마음을 소설보다 더욱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따지려는 것이 아닌, 그저 개인적으로 느낀 둘의 차이를 설명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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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학교 선배님의 추천으로 이병률 작가님의 산문을 처음 읽어보았다. 시도 쓰시는 분이라 나랑은 결이 맞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너무도 시적인 산문 <시와 산책>이 나랑 전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배님이 전혀 어렵지 않다고 말씀해주셔서 그 말을 믿고 읽어보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내 마음을 울리는 듯한 문장들을 정말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소설을 주로 읽는 나에게 이 책은, 소설 속 문장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내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들었다. 그 많은 문장들 중 일부를 공유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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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p]

📖 하지만, 떨어지는 것은 절대로 중요한 일이다. 당선되지 않았다는 것은 당선의 의미만큼이나 중요하며 역시나 안 되었다는 것은 되기 위한 과정으로도 중대하다. (중략) 안 될 수도 있는 일에 말도 안 되는 확률이 도사리고 있었음을 인정하는 것으로 한 사람의 어느 한 단면은 바뀐다. 그 상황은 자신의 현재를 확대해서 볼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내부의 힘까지도 뭉근하게 키운다. 어딘가에 떨어져보지 않는 우리는, 어디에선가 망해보지 않은 우리는 결코 성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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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3p]

📖 밥을 먹을 때 그 사람과 함께여서 맛이 두 배가 되는 사람이면 좋겠다. 별 음식도 아닌데 그 사람하고 함께 먹으면 맛있는, 그런 사람이 옆에 있으면 좋겠다.

📖 슬픔을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 슬픔을 알더라도 드러나지는 않지만, 또 어딘가에는 슬쩍이라도 칠칠맞지 못하게 슬픔을 묻힌 사람이면 좋겠다.

📖 벌이 날아들었을 때 “움직이지 말고 그냥 눈감고 있어”하고 내가 소리치면, 나를 믿고 벌이 떠날 때까지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있어주는 사람이면 좋겠다.

📖 어떤 비밀에 대해 내가 이야기할 때 ‘누구한테 절대 이야기하면 안 돼’라고 못박지 않아도 좋은 사람.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거나 두 사람이 아주 완전히 분리될 일이 생길 때, 서로의 어떤 부분에 대해 남에게 함부로 말로 옮기는 일을 하지 않는 그런 사람.

📖 평상시에는 보통 눈을 가진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을 들여다볼 때나 세상을 내다볼 때는 광각렌즈와 망원렌즈, 모두의 사용이 가능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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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p]

📖 설령 당신이 어느 바닷가에서 주워온 조개껍데기 하나 남기는 것 없다 하더라도 누군가 당신을 떠올릴 때 슬픔 대신 어느 믿음직한 나무 한 그루를 떠올릴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나는 바란다.

📖 세상과의 이별을 앞둔 순간에 단어 하나가 멤돌더라도 그 단어를 마음 속에서 꺼내올리지 못할 수도 있겠다. 죽음 앞에서 확연히 떠오르는 뭔가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설명하거나 다 풀고 갈 상황이 안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살면서 미처 다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어리석게도 영원히 내성적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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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p]

📖 “아마, 공연이 잘 안됐다면 그건, 자기 자신한테 집중이 안 되서였을 거예요. (중략) 우린 늘, 자기 자신한테 집중을 못해서 못마땅해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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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p]

📖 그 누가 됐건, 누군가 먼길을 떠나는 것은 커다란 의미다. 먼길 위에서 안전해야 하고, 성과를 가져와야 하고, 또 남겨두고 온 가족을 많이 생각해야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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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p]

📖 다른 사람 너머를 보고 싶어하는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다른 사람의 속을 읽고 싶은 적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그게 다 좋아해서였겠지만 그게 다 관심 있어서였지만 단지 그런 자잘한 욕심들로 힘든 일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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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p]

📖 우리는 너무 많은 걸 알고 싶어하는 바람에 끝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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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p]

📖 만나고 있다고 다 사랑하는 건 아니다. 지금 만나고 있는 그녀에게서 헤어지자는 말이 몇 번이나 나왔다면 이미 잔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고 그걸 주섬주섬 봉합하려는 너는, 이성 때문에 그러는 것이지 네 영혼이 시켜서가 아닌 거다. 무슨 얘기냐 하면 가만히 네 영혼에게 물어보라는 이야기다. 네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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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p]

📖 그때는 그랬을리 없는 상황들을 이제는 꺼내보며 내가 원하는 상황으로 재배치한다. 나의 고집으로 인해 별로 좋게 기억될 만한 사건이 아닌데도 시간이라는 망사를 이용해 그때 일을 통과시켜 재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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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p]

📖 사실 우리는 잘 만나다가도 어느 순간 둔해진 관계라서 안 만나게 되고, 또 멀어지게도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아예 둔한 사람 자체를 멀리하게도 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안 섬세한 사람들’에게 있어 섬세한 사람이란 ‘그거 참 머리 아픈 사람들’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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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p]

📖 그래, 맞아. 저토록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는 삶. 바로 내가 살고 싶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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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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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랑> - 히가시노 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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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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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되기 전의 가제본을 미리 받아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자그마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다. 출간 전이기 때문에 이 작품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 없는 상태로 읽게 되었고, 보통 이런 상황에서 책을 읽는다면 약간의 불안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라면 기본적으로 믿고 보는 가독성과 흡인력을 알고 있기 때문에 별 부담없이 읽기 시작했다. (참고로 가제본으로 받았을 당시의 제목은 ‘낮과 밤이 겹치는 순간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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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 소설을 많이 쓰는 작가로 유명하지만, 실은 그보다 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많이 써왔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녹나무의 파수꾼> 등 독자에게 따뜻한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이나 <방황하는 칼날>, <편지> 등 가슴 아픈 서사를 담은 작품 등등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말 많은 장르의 작품을 써온 것 같다. 하지만 이 작품은 작가가 지금까지 계속 써왔던 작품들과는 또 다른 종류의 새로운 도전과도 같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젠더 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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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여자도 그렇겠지만, 생판 모르는 남자에게 그런 일을 당한 게 너무 굴욕적이었어. 성적 욕망을 품게 했다는 사실, 그 자체를 견딜 수 없었어. 자신이 남자에게 그런 존재라는 게 받아들여지질 않았지. 그래서 다음 날부터 바지를 입기로 했어. 당시 교복을 입었어야 했는데, 치마는 정말 입고 싶지 않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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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서사를 놓고 보자면 미스터리 장르적인 요소가 없진 않지만,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지내온 배경 등을 고려한다면 이 작품은 분명히 페미니즘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주인공과 그에게 여성으로서의 삶을 강요하는 주변 환경, 그리고 여성으로 살아가기에 호락호락하지 않은 사회적 현실 등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런 작품도 쓸 줄 아는구나’ 하며 원래도 알고는 있었지만 다시 한번 더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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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랑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뭐랄까, 재미와는 별개로 읽으면서 계속 불편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페미니즘이나 여성 서사라고 해서 불편한 것이 아니라 일본 문학을 읽다보면 종종 느껴지곤 하는 일본 특유의 분위기가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정서적인 차이에서 오는 불편함인 듯싶다. 명확하게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구태여 설명해보자면, 우리나라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문화적인 요소가 일본에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듯한 부분들이 작품 속에서 종종 등장했다는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전에 읽었던 <비밀>이라는 작품에서도 비슷한 불편함을 느꼈는데, 옮긴이의 말을 보니 아예 작가가 이 작품을 <비밀>의 후속편으로 생각하고 집필하였다고 한다. 그러니 불편함이 느껴졌던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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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프레드 울만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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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 프레드 울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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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나치즘의 사상이 스멀스멀 기어오르기 시작했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은, 유대인 소년과 독일 귀족 소년의 애틋한 우정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히 ‘전쟁문학’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 작품은 ‘전쟁’보다는 ‘우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특히 이 작품이 그려내는 우정도 일반적인 것과는 다른, 같은 나이의 동급생이더라도 단순히 ‘친한’ 사이를 넘어서 그를 ‘동경’하는 마음의 우정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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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하는 그 친구에게 나 자신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 혹시라도 나를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 속으로 끙끙 앓으면서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되짚어보거나 자신의 처지(유대인)를 무시하는 듯한 모욕감을 느끼는 등등 혼란스러운 ‘사춘기’ 그 자체의 심정을, 나 역시 경험한 적이 없지 않았기에 이 작품이 그리고 있는 사춘기 소년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하고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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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우정 이야기로만 쓰였다면 조금은 밋밋한 작품이 될 수도 있었겠으나, <동급생>은 그렇지 않다. 앞서 말했듯 이 작품은 2차대전 발발 직전의 혼란스러운 독일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대인을 혐오하는 ‘나치즘’의 사상이 이들의 우정을 깨뜨리며 소설은 절정에 다다른다. (결정적인 스포일러는 아닙니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비극적인 면모를 ‘수용소에서의 죽음’과 같이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사춘기 소년들의 우정을 깨뜨리는 방식으로 보다 간접적으로 표현하였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더 깊고 오래가는 슬픔의 여운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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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문장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 책에 대한 거의 모든 리뷰에서 마지막 문장을 언급하고 있는데, 나 역시 마지막 문장을 읽었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누군가는 ‘마지막 문장만을 위해 존재하는 소설’이라고도 할 정도였다. 또한 첫문장 역시 그렇다. 작품을 끝까지 읽고 난 다음 다시 첫문장으로 되돌아가보면,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부분만큼은 절대 ‘스포일러’할 수 없기에, 직접 책을 읽어보며 확인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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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보지 못한 숲 오늘의 젊은 작가 1
조해진 지음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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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보지 못한 숲> - 조해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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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책 <단순한 진심>을 쓰셨던 조해진 작가님의 작품인지라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도 그저 믿고 읽게 되는 감이 있다. 사실 <여름을 지나가다>가 나랑은 맞지 않는 작품이어서 조금의 걱정이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다른 책을 계속 읽다가도 조해진 작가님 특유의 아름다운 표현력 및 문장력이 보고 싶어질 때가 있어져서 <아무도 보지 못한 숲>을 집어들어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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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기 시작했을 땐, 조금 많이 당황스러웠다. 글이 너무도 추상적이고도 관념적이라 이야기 구조가 내 머릿속에 명확하게 자리잡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이 말인 즉슨, 인물들의 관계랄지 사건의 발단 등을 설명하지 않은 채 그저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두서없이 나열한 글을 계속 보는 것 같은 감상이었다. 작품 총 분량이 약 160페이지 정도 되는데 그 중 60페이지 정도까지 그런 기분을 느꼈으므로, 평소였다면 중간에 ‘읽덮’했을 것이었으나 ‘조해진’ 작가님의 작품이니 그래도 참고 읽어보자는 마음을 가졌다. 그러다가 67페이지에 다다라서야 비로소 모든 등장인물들의 행동들이 이해가 되고 납득이 가기 시작했다.

🗣 가스폭발 사고의 사망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 오랫동안, 소년은 그때의 상황을 납득하지 못했다. (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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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주인공 ‘미수’는, 오래전 사채로부터 도망치는 삶을 사는 어머니에게서 떨어져 동생과 함께 삼촌의 집에서 살게 되었다. 빚쟁이들은 도망간 어머니를 대신하여 삼촌과 숙모에게 지속적인 협박과 괴롭힘을 가하였고, 그런 상황이 계속되다보니 삼촌의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정도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삼촌이 사는 K시에 기차역 가스폭발 사고가 발생하고, 사고의 사망자 명단으로 올라가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안 삼촌과 숙모는, ‘미수’ 모르게 그의 동생을 빚쟁이들에게 넘기며 그 보상금으로 그들의 괴롭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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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는 몰랐다. 삼촌과 숙모가 말한 것을 의심 없이 그대로 믿었기에 그저 동생이 불의의 사고로 죽은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모종의 계기로 삼촌과 숙모의 파렴치한 만행을 알게 된 ‘미수’는, 동생이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게 되며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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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보지 못한 숲>은 2013년 출간되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10년이나 지난 셈이다. 그래서인지 작가님의 최근 작품과는 조금 다른 결을 보이는 것 같았다. 앞서 말했듯 소설의 초반부를 읽을 때 너무도 선명하지 않은, 추상적인 느낌이 마치 환상문학을 읽는 기분이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겠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는, <단순한 진심>을 읽을 때 느꼈던 마음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외롭고 쓸쓸한 현실을 그저 묵묵히 버티고 있는 인물들이 실은 외로운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줄 수도 있는 연대의 가능성을 조망하여 작중 인물 뿐만 아니라 독자들도 결국엔 위로를 받고 희망을 품게 되는 이야기라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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