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에 갔던 헌책방을 며칠 전에 갔더니 셔터가 내려져 있었어요.불길한 예감...옆에 있는 편의점에 들어가 점원에게 물어보니 문 닫힌 지 한 달 정도 된 것 같다네요.꽤 여러 권 사려고 맘먹고 들렀는데 이렇게 되다니 아쉽고 허탈한 기분이 들었습니다.헌책방 아줌마는 해방동이였어요.그러니 아직은 70이 안 되었죠.내가 자주 가는 헌책방 중에는 주인이 70을 훌쩍 넘긴 곳도 몇 군데 있으니 아직 나이 때문에 은퇴할 때도 아닌데...
헌책방들 중에도 다른 데보다 바가지를 씌우는 곳이 있는 반면 괜찮은 책을 염가에 파는 곳도 있어요.그 아줌마가 그랬어요.성격도 서글서글하구요.그래서 잊을 만하면 가서 책을 샀어요.광주에서는 꽤 큰 매장에 서가도 여러 개 있어서 비교적 쾌적한 분위기에서 책을 고를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지난 번에도 "우리가 광주 헌책방 중에선 그래도 꽤 책이 팔리는 편이란 말이오..."하고 자부심을 내비쳤길래 이렇게 문을 닫을 줄은 몰랐죠.
헌책방을 자주 다니니 싸게 살 수 있는 곳을 압니다.하긴 가끔 인터넷에 오른 글을 보면 이건 좀 너무 하다 싶을 정도로 바가지를 씌우는 헌책방도 있는 것 같은데 광주엔 그 정도로 막된 주인은 없어서 다행입니다.폐점한 서점을 뒤로 하고 좀 더 걸어서 자주 가는 또다른 헌책방을 갔습니다.와...놀랄만큼 달라졌습니다.들어가기도 힘들 정도로 어지럽게 쌓인 책더미가 없어진 것입니다.또 새로 들여놓은 책들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요. "깨끗해졌습니다..." 하고 인사했더니 주인인 40대 초반 남자(광주 헌책방에서 두 명의 젊은 주인 중 한 명)는 "하도 정신 사나워 고물상에 팔았어요." 합니다.그러면서 한 쪽에 조금 쌓아놓은 책더미를 가리켰습니다."저쪽 건 한 권 500원으로 떨이로 팔 거요.". 자세히 살펴보니 괜찮은 책이 꽤 있습니다.그래서 10권 골라 5000원에 샀지요.
이용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알라딘 헌책방에도 500원 짜리 책들이 있어요.그 중엔 꽤 괜찮은 것도 있습니다.그렇다고 기존의 헌책방의 할 일이 없어진 건 아니에요.알라딘에서는 바코드 없는 책은 취급을 안 하니 그런 책들은 아무래도 헌책방 거리로 가서 구해야죠.또 두 권 이상으로 된 소설인데 알라딘에 다 갖추어져 있지 않은 것도 있어요.그런 때는 헌책방에 가서 짝을 제대로 맞추기도 합니다.
해방동이 아줌마 헌책방의 그 많은 책들은 어떤 고물상으로 갔을까요? 한 달 전에 폐점했다니 이젠 폐지더미가 되어 재활용 공장의 파쇄기로 쓸려 들어갔을 가능성이 많죠.아...괜찮은 책들이 꽤 많았는데...문 닫기 전에 내게 전화 연락이라도 해주시지...그러면 책을 많이 샀을텐데...
내 단골 헌책방이 이렇게 또 사라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