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하여 내리는 비 때문에 볼 수 있는 진풍경 중의 하나는 손가락 굵기만한 지렁이가 길바닥으로 나와 있는 모습입니다.어제 집 부근을 거니는데 앞의 아가씨 몇이 깜짝 놀라면서 멈춰섭니다.어머...이거 뭐야! 뭐가 이렇게 큰 거야...잠깐 멈춰서서 구경하는 아가씨들. 아가씨들이 간 뒤에 그 자리에 뭐가 있나 가보니 굵은 지렁이가 죽어있습니다.오...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안 봐도 훤합니다.그 지렁이가 꿈틀거리면서 움직일 것입니다.개미들이 새까맣게 모여들어 운반하는 거죠. 

  오늘 그 곳에 가보니 정말 조그만 개미들이 새까맣게 모여서 영차영차 하고 있습니다.길 한 가운데라서 사람들이 지나가다 밟을 것 같기도 한데 개미들은 오로지 지렁이 나를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개미들에게 행운을 빌어주며  위쪽의 초등학교에 가보았습니다.이곳은 주말이면 내가 올챙이를 관찰하는 큰 물통이 있는 곳입니다.비가 많이 와서인지 물통의 물도 그득하고 시원합니다.올챙이나 사로잡아 관찰해볼까 해서 쪼그려 앉았습니다. 

   개구리밥을 손으로 휘저어 물속을 보았습니다.맑은 물속을 지나가는 올챙이들.7월만 해도 볼펜심만한 올챙이들이 이젠 볼펜 뚜껑 길이가 되었습니다.양 손바닥으로 얼른 한 놈을 떠냈습니다.손바닥위에 오른 이 놈이 기어가는 것이 아니라 약간 동작이 빠릅니다.자세히 보니 앞뒷발이 다 나왔습니다.아직 꼬리가 길긴 하지만 점점 꼬리는 줄어들고 개구리가 될 것입니다.올챙이 얼굴을 내 얼굴에 향하게 하니 이 놈의 눈이 나를 빤히 쳐다보는 듯합니다.참 신기합니다.도시의 학교 한 켠에 사람이 마련해준 이런 물통에서 개구리와 다슬기가 번식하다니...이 올챙이들은 개구리가 되어 어디로 가는 것인지...부근 야산으로 가는지... 

   8월 초 언젠가 비가 심하게 오고 나서 잠깐 그치는 순간 이 물통 옆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이렇게 비가 심한 때는 올챙이들이 어떻게 하고 있나 봤더니 몇 마리가 물통 밖에 튀어나와 있습니다.비가 너무 심하게 와서 물통의 물이 넘치면 이런 일이 가끔 일어났습니다.워낙 큰 비라서 물통 옆의 땅에도 물이 고여있으니 올챙이들이 그곳에서 헤엄을 치고 있습니다만, 햇볕이 나서  물이 마르면 죽고 말겠죠.얘들을 구해줘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그런데 워낙 작은 놈들이라 손으로 잡기가 쉽지 않아 옆의 화단에서 넓적한 잎사귀를 두 개 따서 하나씩 양 손에 쥐고 모아서 그 놈들을 떠냈습니다.이 놈들을 물통 속으로 넣으니 신나게 헤엄칩니다.저승에서 이 놈들 덕에 천당갈 수도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염라대왕님. 저 남자가 우리를 구해줬어요. 오..그래 그러면 너는 천당에 가라. 옛다! 차표 여기 있다!

  옆집의 자매가 어디서 구했는지 태어난 지 한달 정도 된 아기고양이들을 세마리 사왔습니다.며칠전부터 복도를 타고  앵앵거리는 소리가 나서 고양이를 샀구나 생각했죠.어제 구경갔더니 동생이 한 마리. 언니가 두 마리를 들고 보여줍니다.흰바탕에 노란 얼룩이인데 앵앵거리는 모습이 정말 귀엽습니다.이 집엔 말티즈 개도 한마리 있는데 함께 키울 모양입니다.아기고양이들은 얼마나 어린지 발톱 집어넣을지도 모릅니다.안아주니 발톱이 닿아 조금 따끔따끔합니다. 

  저녁 무렵이 되자 옆집 딸들 중 동생이 자기 친구들에게 고양이 구경 오라고 연락을 했는지 옆집에 남녀어린이 소리가 시끌시끌합니다.복도식 아파트라 소리가 다 들리는데 그 내용은..."와! 이것봐. 귀여워..." "아유 따가워! 발톱 나왔네" "이제 그만 하고 나도 한번 만져보자!" 등 등...어린이가 작은 동물들과 노는 광경은 정말 귀엽습니다.나도 가끔 옆집에 가서 고양이가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봐야겠습니다. 

  그런데 옆집 아저씨는 고양이를 새로 사온 딸들이 좀 못마땅한 듯합니다.개도 있는데 왜 고양이를, 그것도 세마리나 데려왔느냐는 겁니다.하지만 딸들은 기어코 키워야겠다는 기세...어떻게 될까요...만약 아저씨가 고양이를 버리거나 팔면 난리가 날 것 같은 분위기인데...나도 옆집에 가끔 가서 고양이를 만나려면 옆집이 고양이를 키우는 것으로 부녀 간에 합의를 보면 좋으련만... 

***개구리밥은 개구리가 먹는 사료가 아님. 궁금하면 검색해 확인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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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8-21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말씀이...!ㅎㅎ
그밥이 그밥이 아니라는 건 아는데
넙적한 잎모양으로 된 거 아닌가요? 흑..모르겠다.ㅜ

노이에자이트 2011-08-21 20:45   좋아요 0 | URL
넓은 모양의 잎은 연꽃이나 수련이고, 개구리밥은 잎이 아주 작고 자잘해요.이게 모여서 둥둥 떠있죠.

cyrus 2011-08-21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그 고양이들을 잘 키웠으면 좋겠네요. 동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없다면
애완동물을 집에서 기른다는게 힘든거 같아요. 그래서 동물이 좀 컸다싶다거나
여건상 키우기가 불가능하면 버리게 되니까요.

시골에 자라지 못한 도시 아이들이라면 정말로 개구리밥을 개구리가 먹는 밥인줄
알겠어요 ^^;;


노이에자이트 2011-08-21 20:46   좋아요 0 | URL
그 아기고양이들은 벌써 동네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습니다.다행히 그 집 아줌마는 동물을 좋아해요.

광주에도 그런 사람 많아요.어린이가 아니라도...

우주 2011-08-21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 재밌군요 ^^

노이에자이트 2011-08-21 20:47   좋아요 0 | URL
요런 글도 가끔 써야죠!

자하(紫霞) 2011-08-21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끼 고양이는 발톱을 못집어넣는군요.
올챙이도 구해주시고...
노이에자이트님은 복 받으실겁니다~ㅋ

노이에자이트 2011-08-21 22:05   좋아요 0 | URL
아마 두 달 정도 되면 집어넣을 수 있을 겁니다.

올챙이의 보은이라는 제목으로 동화가 나올 듯!

Sati 2011-08-22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동네는 길냥이가 많은데, 얼마 전에 줄무늬 새끼냥이 한 마리가 뒷다리가 하나 잘려나간 채 죽어 있더라구요... 어쩌다 그리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사흘 째 밤에 도저히 뒤숭숭해서 견딜 수가 없어서 꽃삽을 들고 나가 남의 집 화단에 흙이랑 자갈을 몰래 퍼다가 위에 뿌려주기는 했는데... 참 질기면서도 덧없는 것이 생명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노이에자이트 2011-08-22 15:27   좋아요 0 | URL
불쌍한 영혼이 편히 쉴 수 있게 도와주셨군요.

페크pek0501 2011-08-23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양이를 무서워했었는데, 어느 날 고양이를 실내에서 키우는 후배 집에 놀러가서는 완전히 고양이에게 꽂혔습니다. 그렇게 예쁜 짓을 많이 할 수가 없어요. 그 고양이는 작은 공을 가지고 놀 줄도 알고 가수가 노래 부르는 쇼 프로그램도 좋아해서 티브이 시청도 하더라구요. 후배의 말이 쇼 프로는 불빛이 번쩍번쩍 해서 좋아하는 것 같대요. 그리고 어찌나 수줍음이 많은지 제가 좀 만지려 하면 확 뛰어가서 침대 밑에 웅크리고 엎드려 있더라구요. 그리고 제가 관심을 안 가져야 어슬렁 기어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일부러 관심 없는 척하면서 관찰했지요.

사랑스러운 고양이었어요. 동네에서 도둑고양이만 봐 오던 내게 고양이의 이미지를 확 바꿔 준 사랑스러운 고양이.

노이에자이트 2011-08-23 15:52   좋아요 0 | URL
어허...신기한 고양이를 알게 되었군요.고양이도 성격이 천차만별입니다.활달하고 요란스런 고양이도 있지요.

알고 보면 귀여운 동물들이 많지요.고양이는 악마라는 편견때문에 손해를 많이 봤습니다.

달사르 2011-08-28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개구리밥을 모르기도 하는군요. 하하. 개구리밥을 아주 잘 아는 제가 괜히 뿌듯합니닷! 저도 어릴적에나 봤던 올챙이여서 지금은 본다면 그 미끄덩거리는 걸 손으로 잡을 수 있을지 고개가 갸웃거려지네요. ㅎㅎ 노이에자이트님의 천당행 차표! 고개 끄덕끄덕.

노이에자이트 2011-08-28 14:58   좋아요 0 | URL
냇물에서 올챙이 잡기는 아무래도 힘들지만 작은 웅덩이 같으면 비닐컵 같은 것으로 잡을 수 있을 거에요.

우리 모두 착한 일을 해서 천당행 차표를 얻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