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크릿 가든'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연기자 현빈. 그는 인터뷰에서 '고3때까지 부모님과 학교가 시키는 대로 살았다'고 했습니다.그런데 대학을 가려고 할 때 연극을 하겠다고 했더니 아버지가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로 때리더라는 것.문 잠긴 방에서 두들겨 맞는데 방 밖에서 어머니와 형이 아무리 말려도 구타는 계속 이어졌다고 합니다.그 이야기를 하고 나서 "그땐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알 것 같아요.모든 부모님은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기대하시잖아요" 하고 기자에게 말했다는데...기자는 "지금은 아버지께서 뭐라 하시는지" 하고 물었고 현빈의 대답은 "아무 말씀 안 하시더라구요" 하고 웃었다네요(조선일보 어수웅 기자와의 대담).
현빈 씨는 중장년의 나이도 아니고 이제 30이 된 젊은 연기자입니다.흔히들 나이든 연예인들이 "우리 때는 딴따라라고 해서 연예인의 지위가 낮았다.연예인이 되겠다고 했더니 크게 혼났다" 고 회고합니다.그런데 젊은 현빈도 그랬다니...우리나라에선 해마다 1~2월이 되면 대학 진학을 앞둔 자녀와 부모가 크게 한바탕 하는 때입니다.여기 가라...나 못가겠습니다...다 너를 위하는 거다...어디서나 판에 박힌 줄다리기...실제로 명문대에 재학 중인 학생들도 부모의 강요때문에 원하는 학과를 못갔기 때문에 불만족스런 학교생활을 근근히 이어가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그때의 갈등이 평생의 상처로 남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현빈과 아버지의 갈등은 아들이 톱스타가 됨으로써 완전히 풀렸을까요? 만약 현빈이 톱스타가 되지 못하고 그저그런 단역으로 연기자 생활을 하고 있다면 그 아버지는 무슨 반응을 보였을까요.지금도 연기자 거의 대부분은 생계가 어려울 정도의 저소득자입니다.그들이 연기자가 되겠다는 말을 했을 때 절대불가를 외치던 부모들은 생계걱정을 하는 자식의 모습을 보고 무슨 말을 할까요? 제 주변에는 나이가 중년이 되었는데도 잊을 만하면 부모에게 "그때 내가 가라는 대로 대학 갔으면 지금보단 형편이 괜찮았을 거 아니냐"는 말을 듣는 사람이 있습니다.그러니 그 저소득층 연기자들이 무슨 말을 듣고 살지 대강 알 만하지요.
한국사람이 왜 불행하다는 사람이 많은가 하는 질문에 전문가가 아니라도, 남과 비교하고 또 비교당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실제로 조사해보면 사회적으로 매우 명성도 있고 고소득층인 이들도 자기가 행복하다고 만족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결국 끊임없이 남과 나를 비교당하는 사회는 서로를 피곤하게 하는 지옥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그래서 명절에 모인 친인척끼리도 비교하면서 불편하게 합니다.어린이 청소년은 성적으로 비교당하고, 대학생은 취직을 했느냐 안 했느냐...취직하면 결혼은 언제...결혼하면 아이는 언제...아이 낳으면 진학은 어떻게...집은 더 큰 데로 안 옮기냐...등 등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퍼붓는 것도 누구와 비교하는 태도가 고질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덴마크는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곳입니다.국내 취재진이 직접 현지에 가서 알아보니 그 곳은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고 합니다.남이 잘 살면 그들이 행복한 것이지 나와는 무관한 거 아닌가...내가 왜 그들을 부러워 해야 하느냐는 젊은 남자의 시원한 대답이 인상적이었습니다.학생들은 "왜 내가 상급학교 진학하는데 부모가 이래라 저래라 하느냐 부모님들은 그런 간섭 안 한다." 고 이야기합니다.아..그렇구나...남과 비교 안 하니 자식들이 무슨 학교에 진학하고 무슨 직업을 가지든 간섭하지 않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덴마크는 잘 사는 북유럽 복지국가니까 그러는 것 아니냐고 아는 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하지만 우리보다 훨씬 국민소득이나 경제규모가 낮은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만족하고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비교하지 않는 것....
이제 2월도 다 지나갑니다.진학문제로 부모와 자식이 한바탕 회오리바람이 일어났던 것도 조금씩 가라앉을 때입니다.부모와 자식 모두가 상처만 안고, 그 상처가 평생을 갈지도 모르는 일...간신이 많은 나라일수록 충성심을 강조하고, 가정이 화목하지 못한 사람이 많은 나라일수록 효도를 강조한다고 합니다.하긴, 마음이 배배 꼬인 사람은 "네 글도 우리나라와 덴마크, 방글라데시를 비교하는 것 아니냐?" 하고 시비를 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