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장준우. 신문사 기자에서 셰프로 변신 후 음식 너머에 있는 맥락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 이탈리아 요리학교 ICIF를 졸업하고 시칠리아에서 음식을 배웠다. 음식이란 곧 문화와 식재료의 산물이란 걸 깨닫고 카메라 하나를 들쳐 메고 세계를 다니며 식문화와 식재료를 탐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 와인 비스트로 '어라우즈'를 운영하며 글뿐 아니라 맛으로도 경험을 나누고 있다. (책날개 발췌)
2017년부터 현재까지 격주로 신문지면에 칼럼을 쓰게 되었고 일부를 엮어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익숙지 않은 식재료나 요리를 소개하는가 하면 때론 익숙한 식재료와 요리를 낯설게 보기도 하고, 다른 나라의 식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각기 서로 다른 독립적인 이야기들이지만 마치 궁극의 종착지인 고향 이타카를 향해 나아가는 오디세우스처럼 '음식의 본질이란 무엇일까'란 화두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여정임을 눈치채는 독자가 한 분이라도 계시기를 바란다. (9쪽)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매력적인 식재료'에는 호박, 오이, 옥수수, 토마토, 아티초크, 아스파라거스, 허브, 후추, 버터, 샤프란, 2부 '음식의 속사정'에는 카레, 파스타, 추로스, 케밥, 골수 요리, 장어 젤리, 처트니, 피시앤드칩스, 비둘기 스테이크, 푸아그라, 3부 '낯선 듯 익숙한 세계의 맛'에는 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영국, 독일, 페루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문득 흥미롭게 본 어떤 책 프롤로그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미국의 가드닝 칼럼니스트, 그러니까 정원과 관련된 글을 쓰는 작가가 주류 판매점을 둘러본 후 "이게 바로 정원이 아니고 뭐겠어요!"라고 흥분하며 외치는 대목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술은 대부분 식물을 원료로 한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흔하디흔한 술병 일지 몰라도 그의 눈엔 술의 원료가 되는 식물이 보이고, 그에 얽힌 역사적 맥락과 에피소드들이 파노라마처럼 좌르르 펼쳐졌으리라. 접시 위에 담긴 하나의 음식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주류 판매점에서 흥분한 가드닝 칼럼니스트와 비슷한 감정이 든다. 한 접시의 음식은 우리에게 꽤 많은 이야깃거리를 던져 주기 때문이다. 익숙한 대상이라 할지라도 찬찬히 들여다본다면 어느새 낯선 대상으로 바뀐다. 그 지점에서부터 호기심이 생겨나고, 이야기는 호기심에서부터 시작된다. (6쪽, 프롤로그 중에서)
그러고 보면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장을 보고 밥을 먹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 재료 하나하나, 음식 하나하나에서 이야기를 찾아본다면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엄청난 세상을 무감각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신발끈 바짝 매고, 정신줄 놓지 말고, 이 책을 따라가야 한다. 별별 이야기가, 그리고 때로는 정말 신경도 안 썼던 소소한 것까지 흥미롭고 맛깔스럽게 풀어나가니 이 세상을 다시 보는 느낌으로 읽어나간다. 앞에 언급한 가드닝 칼럼니스트가 주류 판매점을 둘러보고는 "이게 바로 정원이 아니고 뭐겠어요!"라고 감탄하던 그 마음을 건네받은 듯하다.
이 책의 시작은 호박 이야기부터다. 애호박 가격이 급등했던 어느 순간을 다들 접했을 것이다. 하나에 1,000원대 중반이었던 애호박이 4,000원까지 급등했을 때, 나는 된장찌개에 흔하게 듬뿍 넣어서 먹던 호박을 이제는 먹지 말든가 아껴 먹든가 해야겠다고 푸념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데 저자는 애호박이 이슈가 되니 호박이라는 식재료에 대한 탐험으로 생각이 이어진 것이다. 그렇게 호박을 비롯하여 오이, 옥수수, 토마토 등 흔한 재료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