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국어 공부 : 문법편 시로 국어 공부
남영신 지음 / 마리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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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 다들 그런 이야기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어느 시인이 자신의 시에 대한 시험문제를 풀었는데 열 문제 중 다섯 문제는 틀렸다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그러면서 어떻게 시에 대한 감상을 그렇게 강요하듯 문제를 내냐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별 수 있겠는가. 딱히 다른 방법도 없다. 그리고 잘 이용하면 오히려 국어를 익히는 데에 도움이 되니 잘 활용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이 나름 신선했다고 할까. 문법을 이런 식으로 익히자는 시도도 괜찮겠구나, 생각한다. 그러니까 시로 국어공부를 하자는 건데, 그 첫 번째로 문법공부를 하는 거다.

시 감상과 문법 공부라는 상당히 이질적인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 보자!

이런 생각이 참신한 발상이라는 평가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책 뒤표지 중에서)

처음에는 '어디 한번 보자'라는 생각이 강했다. 궁금하기도 했고 말이다. 특히 '시를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책을 처음 펼치고 새로운 시의 세계로 빠져드는 듯했다. 문학 장르에서 어떻게 보면 시가 국어 문법과는 가장 거리가 먼 장르처럼 여겨진다.'라고 하는 정호승 시인의 추천사에 동의하며 이 책 《시로 국어 공부 : 문법편》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남영신. 우리 말글을 존중하고 바르게 쓰는 운동을 펼쳐 왔다. 한자어와 외래어에 짓눌려 있던 토박이말을 살려 쓰기 위한 《우리말 분류 사전》(1987)을 펴냄으로써 많은 토박이말이 국어사전에 오르도록 하는 데 이바지했다. 법률 용어와 행정 용어 같은 공공언어를 쉽게 쓰는 운동을 벌인 끝에 국어기본법을 제정하는 성과를 얻었다. 공무원과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공언어 바로 쓰기 교육,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우리말 바로 쓰기 교육을 했고, 이제 학생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시를 이용한 국어 교육을 시작하려 한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시를 읽으면서 국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 보자는 취지로 만든 책입니다. 하나의 문법서이면서 시를 문법적으로 감상하는 길잡이 구실을 하도록 만든 책입니다. 이 책을 읽는 분이 모두 시를 나처럼 읽는 것에 공감하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어떤 분에게는 국어를 배우고 익히는 데 시 읽기가 퍽 유용한 길이 되어 주리라고 믿습니다. 잘 짜인 각본 같은 시를 읽는 기쁨,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시를 읽는 상쾌함은 일종의 발견이라고 할 만한 기쁨을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그런 발견을 여러분도 이 책에서 찾아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6쪽)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문법적으로 시 읽기', 2장 '문장의 형식과 성분', 3장 '겹문장', 4장 '문법 뛰어넘기, 파격'으로 나뉜다. 심미적 감상과 문법적 감상, 문법적 감상이 필요한 이유, 문장의 형식, 문장의 성분, 문장 성분별로 시 문장 분석하기, 문법의 기본 요소, 높임법 익히기, 서법 익히기, 홑문장과 겹문장, 안은문장과 안긴문장, 이어진문장, 낮은 단계의 파격, 생략, 어순 뒤바꾸기, 불완전의 멋 등의 문법을 살펴볼 수 있다.

우리는 문법을 배우지 않아도 말을 익힐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구태여 문법을 배우는 이유가 있으니, 첫째는 언어의 기본 원리를 터득하여 정확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함이고, 둘째는 수준 높은 글쓰기 능력을 기르기 위함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런데 그렇게 익히는 문법에 대한 책이 딱딱하고 따분한 것이 아니라, 시를 소재로 얇은 책으로 일러준다는 것은 정말 참신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보면 이 정도는 익힐 만하고, 이 정도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문법이 딱딱하고 지루하다고 해도 말이다. 그리고 시를 이렇게 접근해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책이 아니었으면 우리말의 문법에 대해 자발적으로 읽고 익힐 기회조차 없었을 텐데, 이 책 덕분에 시를 문법적으로도 읽어보았다. 문법적 감상,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관점이고 오히려 특별한 일이 되었다.



사실 '문법'은 지긋지긋했다. 영문법이든 국문법이든 말이다. 하지만 시로 문법을 공부한다는 것은 봐줄 만하고 오히려 신선했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말을 사용하는 누구든, 우리의 문법을 한 번은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볼 필요가 있을 것이고, 그 시간을 이 책과 함께라면 부담감도 덜고 신선하고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문법을 보는 특별한 시간을 한국시와 함께 가져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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