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책세상 세계문학 1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정회성 옮김 / 책세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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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는 영화로 먼저 접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온 동명의 영화를 본 후 책을 한 번 읽겠다고 결심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에 다른 출판사 버전으로 책도 읽었는데, 지금은 영화를 보았던 것도 책을 읽었던 것도 가물가물하다. 책을 아직 안 본 줄로만 착각한 것이다. 하긴, 책을 다시 읽을 때에는 이런 때가 좋다. 너무 쌩쌩하게 기억날 때에 다시 보면 재미가 반감하니, '이 책을 읽었던가?'하고 아리송할 때가 제격이다.

피츠제럴드의 소설은 《위대한 개츠비》처럼 지금 읽어도 조금도 감각이 낡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번 번역은 요즘 나온 젊은 작가의 신작 소설이라고 해도 믿길 정도다. 그의 소설들은 대체로 깔끔하고 산뜻하고, 가끔은 경박스러울 정도로 밝고 가볍다. (298쪽)

이번에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해서 이 책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보게 되었다.

《위대한 개츠비》는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물질만능주의와 퇴폐주의 속에 '아메리칸 드림'이 훼손되어가던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금주법이 시행되고 재즈가 유행하던 당시 미국은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루었다. 전쟁 특수로 기업은 막대한 수익을 올렸고 주가는 연일 급등했으며 개인의 수입도 큰 폭으로 늘었다. 이런 경제적 붐은 1929년 월스트리트의 주식시장이 붕괴되고 대공황이 찾아오면서 막을 내렸지만 사람들, 특히 부유층들은 서로 경쟁하듯 환락과 쾌락을 좇으며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다. 그런 가운데 도덕적 혹은 윤리적 타락과 부패가 만연했는데, 《위대한 개츠비》는 바로 그 같은 미국 사회의 치부를 드러낸 소설이다. (279쪽)

이 책의 저자는 F. 스콧 피츠제럴드. 1896년 9월 24일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태어났다. 프린스턴대학교 재학 중 육군 소위로 임관되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군인 시절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해, 제대 후 '잃어버린 세대'의 감수성을 그린 첫 번째 장편소설 《낙원의 이쪽》(1920)을 발표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 뒤 1925년에 발표한 《위대한 개츠비》는 피츠제럴드를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이자 20세기 미국 소설을 대표하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책 속에서)




내가 지금보다 나이도 어리고 마음도 여리던 시절, 아버지는 내게 한 가지 충고를 했다. 나는 아직도 그 충고를 마음속 깊이 되새기고 있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면 이 점을 꼭 명심하도록 해라.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좋은 환경에 놓여 있지 않다는 걸 말이다." (13쪽)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보통 처음 나오는 말은 소설 전체에서 메시지를 던져준다. 그리고 이 책은 마지막에 독후감이 실려있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그 글을 보면 그 의미를 좀 더 폭넓게 파악해볼 수 있다. 그러니까 백민석 소설가에 의하면 이 말은 이 소설이 얼마나 '어른스러운' 관점에서 쓰였는지를 잘 드러내 보여준다는 것이다. 즉, 《위대한 개츠비》는 가장 젊은 목소리로 말해지는 가혹한 어른들의 삶이자 세계의 이야기(297쪽)라는 것이다.

데이지의 먼 친척인 닉의 시선으로 소설 속 이야기는 전개되고 있다. 인간이라면 어느 순간, 물질에 대한 갈망이 정점에 가닿는 때가 있을 것이다. 물질을 채운다고 공허한 마음까지 채워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열등감이 드러나는 느낌이랄까. 이 소설을 읽으며 파티가 화려하게 묘사될수록 무언가 허망한 느낌이 커져만 간다.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삶의 허황한 표정들이 흘러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걸 소설이라는 매개를 통해 현실 속에서 바라보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나간다. 마음의 무언가를 끄집어내어 펼쳐 보여주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이번에는 이 소설을 읽으니 인간 개츠비

의 일생이 보인다. 제목처럼 '위대하다'라고 이야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고, 그렇다고 안쓰럽거나 처량하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무어라고 규정할 수 없는 한 사람의 일생 말이다. 사람의 심리와 인생에 대해 문득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가슴 한 켠이 뻥 뚫린 듯 공허해진다.

고전은 그렇다. 어느 순간에는 '이게 왜 유명하지?' 의아할 때가 있고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괜히 명성만 높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건 그 작품과 내가 적절한 때에 만나지 않아서 그렇다. 어찌 보면, 지금이어서 이 책이 나의 눈에 더 들어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품 해설에 있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생애까지 겹쳐지며 메시지를 던져주는 소설이어서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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