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물이의 수많은 어떤 날
김쑤야 지음 / 좋은땅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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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꼬물이 작가 김쑤야 작가의 그림 에세이, 펜화 일기다.

'펜화 일기'라는 것을 보고 나서야 '아, 나도 한때 취미로 그림을 그리던 때가 있었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듯 가버리는 시간을 조금 더 의미 있게 붙들고 싶다면 기록하고 마음에 담을 필요가 있다.

무언가를 그린다는 것은 자세히 관찰하고 마음에 담는 것이 될 테니까.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막상 그리려고 보면 아무것도 모르겠으니, 그린다는 것은 정성껏 온 힘을 다해 마음에 담는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서랍 속에 들어있는 펜을 꺼내보았다. 이미 딱딱하게 굳어버려서 세월의 흐름이 안타깝다. 한때의 열정이 사그라들었지만 이 책을 펼치며 그 마음을 다시 떠올려본다.

꼬물이 작가가 하루하루 찰나의 순간을 펜화 일기로 기록을 남기고 그것을 이렇게 책으로 출간했으니, 이 책 『꼬물이의 수많은 어떤 날』을 읽으며 꼬물이 작가의 일상과 생각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이 책의 글과 그림은 김쑤야 작가의 작품이다.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은 큰 데 비해 방법을 잘 몰랐던 그는 매일 아주 작은 순간도 일단 기록했다. 놓치고 싶지 않은 장소의 느낌도, 다시 써먹고 싶은 농담도, 지금 잠깐 다짐한 걸지도 모를 결심도 모두. 글로 부족한 날엔 작은 동그라미랑 코랑 점같은 눈이 박힌 그림까지 곁들였다. 그렇게 몇 년이 쌓인 일기를 우연히 주변 지인들이 보았고 자신들의 일화가 아닌데도 재밌게 읽어주는 걸 보고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책 속에서)

꼬물이는 코가 오똑하기보단 아래로 살짝 휘어 콤플렉스인 제 모습을 형상화한 캐릭터입니다. 콤플렉스 때문에 누군가가 옆에 나란히 앉아 보는 것을 싫어하는 실제 성격과는 달리 그림으로는 살짝 휜 내 코도 괜찮지 않냐고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꼬물이는 항상 측면만을 드러내고 있어요. 어릴 적 쾌활한 듯 조금은 소심했던 성격 때문에 입은 없지만, 코와 콕 찍힌듯한 눈을 가진 얼굴, 그리고 다양한 동작을 통해 꼬물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답니다.

꼬물이의 꼬물한 생각, 한번 읽어 보실래요? (책 속에서)



꼬물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들춰보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의 일상과 접점을 만난다.

그림이 섬세하다, 그림이 자잘하다.

이 차이는 내 그림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평가의 차이도 있겠지만

부모님의 흐려지는 시력 때문도 있을 것이다. (책 속 문장)

그리고 이렇게 자잘한 설명을 더하지 않은 짤막한 문장 만으로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자신의 부모님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예전과는 다른 그런 것 말이다.



나는 책이 관상용도 아닌데 커버 예쁜 것만 읽는 못된 편독 습관이 있다.

단숨에 첫 장부터 끝까지 읽지는 않아도 힘들 때면 무작위로 펼치는

그런 책이어도 좋다. (49쪽)

나에게도 그런 책들이 있다. 그냥 손에 들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책 몇 권이 얼마나 위안이 되는데….

이 책을 통해 그 마음을 전해 듣는다. 나도 그렇다며 반가워한다.



어떤 일이든 꾸준히 한 것들이 쌓여 나를 만든다.

단,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으로 할 때 가장 온전한 내가 되고,

내가 되고 싶은 것을 정확하게 이해할 때 가장 완벽한 내가 되더라. (59쪽)

이 책은 글과 그림이 하나의 화두 같다고 할까. 소소한 일상인 줄로만 알았는데 한참 사색에 잠기도록 이끌어준다.

하긴 그런 날들이 꾸준히 모여 우리 자신이 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내가 될 것이니, 짤막한 기록이나마 온 힘을 담아 해둘 필요가 있겠다.

그런 수단으로 펜화 일기 괜찮겠다.

이 책의 저자처럼 순간순간의 생각을 글로, 그림으로, 자신만의 개성 있는 방법으로 기록해둘 필요가 있겠다. 그러는 데에 영감을 줄 책이다.

또한 이 책을 읽고 나면 잘 아는 듯 사실은 잘 몰랐던 내 마음과 내 주변과 가족들에 대한 관심도 새록새록 되살아날 것이다.

스쳐 지나가며 별 관심을 갖지 않던 소소한 무언가도 진심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그 시선을 전해주는 책이다.



작가에게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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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중고상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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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서 벼르고 있었다. 표지부터 호기심이 생기고 그 상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무척이나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띠지의 말에 마음이 동요했다.

"비싸게 사서 싸게 팝니다.

아픈 마음까지도 매입합니다!" (책 띠지 중에서)

그러고 보면 중고상점의 물건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사연이 담겨 있는 것일 텐데, 이 책에서 사람들의 갖가지 사연과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들여다보고 싶었다.

어떤 이야기를 보게 될지 궁금해하면서 이 책 『수상한 중고상점』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미치오 슈스케. 2004년 『등의 눈』으로 제5회 호러서스펜스대상 특별상을 받으며 이듬해부터 전업 작가의 길을 걸어왔다. 같은 해 발표한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은 백만 부 이상 판매되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2007년 『섀도우』로 제7회 본격미스터리대상, 2009년 『까마귀의 엄지』로 제6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2010년 『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로 오야부하루히코상, 『광매화』로 야마모토슈고로상을 받았다. 나오키상 사상 최초로 5회 연속 노미네이트된 끝에 2011년에는 『달과 게』로 제144회 나오키상을 받았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사계절로 구성된다. '봄, 까치로 만든 다리', '여름, 쓰르라미가 우는 강', '가을, 남쪽 인연', '겨울, 귤나무가 자라는 절'로 나뉜다.

도심 변두리를 지키는 작은 중고상점은 올해로 개업한 지 2년, 적자도 2년째.

중고 물건과 잡동사니로 가득한 안쪽 사무소에선 의뢰인이 찾는 물건은 물론, 남모르게 간직했던 사연까지 해결해 주는데……. (책 뒤표지 중에서)

책에 매력을 느끼게 되는 건 이 한 문단으로 충분했다. 그 상황만으로도 독자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거기에 더하고 더하기 때문이다.

소설은 소설가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전부는 아니다. 독자는 거기에 이야기를 덧붙여 자신만의 작품으로 완성한다.

그 즐거움을 이 책을 읽으면서도 만들어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중고상점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각 계절의 시작 부분은 이 책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계절과 함께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각 에피소드 시작 전의 경쾌한 도입부가 마음에 든다.

미니 트럭의 운전석에서 내리자 주차장 한구석에 핀 서향의 달콤새큼한 향기가 풍겨왔다. 아주 맑은 월요일 오후 세 시. 요 한 주 내내 몹시도 추운 날이 계속되었지만 오늘은 푸근하니 따뜻하다. 공기는 티끌 하나 없이 맑고, 나무 우듬지에서는 새가 지저귀고, 바람은 부드럽고, 지갑에는 돈이 없다. (9쪽)

미니 트럭의 운전석에서 내리자 옆집 담에서 얼굴을 슬쩍 내민 커다란 해바라기가 해를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주변에는 유지매미소리가 울려 퍼지고, 하늘에는 새하얀 적란운이 뭉게뭉게 피어 오르고, 옷깃을 간질이는 바람은 기분이 좋고, 지갑에는 돈이 없다. (73쪽)

미니 트럭의 운전석에서 내리자 요 며칠 사이에 한층 차가워진 바람이 목덜미를 훑고 지나갔다. 해는 어느덧 자취를 감추었고, 흐린 날의 습한 공기가 주변을 가득 메웠고, 주차장 구석에서는 무릇이 빨간 꽃을 흔들었다. 그리고 역시 지갑에는 돈이 없었다.(149쪽)

미니 트럭 운전석에서 내리자 정면에서 불어온 차가운 바람이 코트 등 부분을 두둥실 부풀렸다. 해 질 녘이 되자, 주차장의 무릇꽃은 어느 틈엔가 모습을 감추었다. 숱이 적은 머리카락처럼 듬성듬성 나 있던 잡초들도 전부 시들었고, 공기는 한겨울의 단단함을 머금었으며, 지갑에는 돈이 있다.

있다! (249쪽)



히구라시 마사오는 스물여덟 살, 직원이 총 두 명인 이 가게의 부점장이다. 사찰 오호지의 주지가 억지로 팔아넘긴 오동나무 장롱 한 채를 싣고 왔다. "비싸게 사서 싸게 팝니다."라는 문장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소설을 읽을 때 등장인물들의 매력은 이 책을 읽어나갈 큰 원동력이 된다.

나와 가사사기는 사이타마시의 변두리에 있는 여기 가사사기 중고상점의 다락방에서 같이 생활하고 있다. 개업한 지 2년. 동거한 지 2년, 가게의 매출 상태도 2년째 적자를 기록 중이다. (14쪽)

앞부분만 읽어도 대충 상황이 그려진다. 직원이 총 두 명인 가게 가사사기 중고상점에서 벌어질 일들이 궁금해져서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간다.

단순히 중고물품을 사고파는 상황만이 아니라 일종의 탐정소설을 읽는 듯한 이야기가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만든다. 이들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인지, 다음 상황이 어떻게 풀릴 것인지, 궁금한 생각에 계속 책장을 넘긴다.



이 세상은 어처구니없는 착각으로 가득하다고. 다들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 채 살고 있을 뿐이지. (227쪽)

사건을 풀어가며 전혀 엉뚱한 상황에서 해결되거나, 당연히 그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오해일 수 있다는 그런 모습들을 보며, 이들이 들려주는 말이 우리네 인생살이와도 마찬가지라고 여겨져 생각에 잠긴다.

이 책은 진지하고 심도 깊은 기존 문체와는 다르게 의도적으로 경쾌하게 쓰인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읽는 사람도 삶의 무게감은 내려놓고 가볍게 힐링의 마음으로 읽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워낙 세상이 어둡고 무겁고 그러니 그런 일들 털어버리고 소설 속 세상에서 힐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이 조금은 더 따뜻하면 좋겠고, 내 주변에 이 소설 속 인물들 같은 사람들이 함께 하면 좋겠는, 그런 마음으로 말이다.

또한 가사사기의 뛰어난 추리력으로 함께 풀어가는 장면이 기대되기도 하고 흥미로웠다. 등장인물의 매력에 푹 빠져들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단숨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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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노운
이진 지음 / 해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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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우리사회에서 낯선 소재이지만 이 소설로 가능성을 본다. 읽고 함께 생각해볼 청소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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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노운
이진 지음 / 해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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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살다 보면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나에게는 어느 설문조사가 그런 생각을 할 계기가 된 적이 있다. 성별이나 결혼 여부를 적는 란을 접했을 때 그랬다. 먼저 기혼과 미혼 두 가지만 있던 선택란에 다른 칸이 생긴 것이 생소하던 차에, 언젠가는 성별란에 남성, 여성 말고 또 하나가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이분법적으로만 바라보던 세상이 보다 다양한 모습이었다는 것을 그제야 인식하는 순간이 우리에게는 있다.

남자와 여자, 둘 중 꼭 그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

가장 중요한 건 온전한 '나'를 찾고 지켜내는 것

반대로 달려도 괜찮아. 네가 가는 곳이 안전지대라면…

성장통을 앓는 세상의 모든 '우현'에게 건네는 메시지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책은 수림문학상, 블루픽션상 수상작가 이진 성장소설 『언노운』이다. 소재 자체가 약간 묵직한 듯한데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했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어나가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진. 2012년 첫 장편소설 『원더랜드 대모험』으로 제6회 비룡소 블루픽션상을 수상했다. 2014년 청소년 장편소설 『아르주만드 뷰티 살롱』을 냈으며, 2017년 장편소설 『기타 부기 셔플』로 제5회 수림문학상을 수상했다. 2020년 청소년 장편소설 『카페, 공장』을 출간했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우현, 지혜, 영주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소설이 진행된다.

그런데 이 책의 시작이 참신하다. 외톨이 펭귄에 대해 이야기로 시작되고 있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무리들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동물이 있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도 남들과 다른 존재들이 있는 법이다. 그 장면을 교차하며 생각하고 시선을 집중하도록 해주는 소설의 장치인 것이다.

외톨이 펭귄은 무리와 반대 방향으로 걷는다. 남극의 황제펭귄들은 해마다 봄이 오면 남극의 혹한을 피해 북쪽의 서식지로 이동한다. 영하 90도, 바닷물마저 얼리는 무시무시한 추위를 등지고 펭귄들은 한 줌의 햇볕을 쫓아 북쪽으로 향한다. 그 틈에 묘한 녀석이 하나 끼어 있다. 녀석은 홀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별안간 정반대 남쪽으로 걷기 시작한다. 녀석의 걸음은 점점 빨라진다. (7쪽)

그 영상은 우현이 초등학교 3학년 때 과학시간에 선생님이 극지방의 야생동물들을 찍은 외국의 다큐멘터리를 보여준 것인데, 우현을 사로잡은 건 북극곰도 바다사자도 아니고 펭귄이었다는 것이다. 혼자만 고집스럽게 반대로 간 그 펭귄의 모습을 보고 눈물을 터뜨렸다는데……. 우현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이 책은 먼저 우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나는 누구일까. 이름은 이우현. 고등학교 1학년 3반, 생일은 8월 30일, 키 174.5센티미터, 몸무게 61킬로그램, 운동화 사이즈 265밀리미터, 대한민국 서울특별시에 살고 스마트폰 번호 앞자리는 3242, 회사원 이철우 씨와 전업주부 임영주 씨 사이에 둘째로 태어난, 지정성별 남성 청소년. (15쪽)

그런데 우현은 그것이 자신을 나타내는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현은 민찌라는 트위터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실의 남학생 이우현에 비해 훨씬 자유로운 존재다. 하고 싶은 말은 뭐든지 자유롭게 하는데, 성별 이분법에 갇힌 사람들을 비판하기도 하고, 소수자들의 권리에 관한 글과 뉴스를 리트윗하기도 한다. 물론 일상적인 말도 많이 한다.

우현은 남들과 다르지만 외톨이로 고립되지 않고 함께 살아갈 방법을 온라인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트위터에는 나와 같은 주파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우리는 서로를 무지개라고 부른다. 무지개는 다양성을 상징한다. 동성애자, 양성애자, 무성애자, 범성애자, 트랜스젠더, 에이젠더, 논바이너리……. 그 밖에 나도 아직 잘 모르는 수많은 정체성들이 존재한다. 전파에도 빛깔이 있다면 우리의 신호는 프리즘처럼 무지개색으로 빛나지 않을까? 가끔 무지개가 아닌 이성애자나 시스젠더들 중에도 우리의 신호를 수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퀴어앨라이'라고 부른다. 앨라이는 영어로 '연대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연대자는 쉽게 말하자면 '우리 편'이다. (51쪽)

남극의 외톨이 펭귄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더욱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그리고 나 또한 그동안 세상의 다양성을 못 보며 살았구나, 생각하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우리네 삶은 각양각색 다양한 빛깔로 각자의 존재감이 드러나고 있는데, 어쩌면 자신과 비슷한 모습이 아닌 경우에 대해 비난의 눈길을 보냈던 것은 아닐까.

그래도 우현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한 걸음씩 세상에 발을 디딘다. 그리고 우현 자신만의 해결책도 인상적이다.

"잊고 싶은 일을 겪으면 나는 그 기억을 아주 작은 상자에 집어 넣는 상상을 해. 그 상자를 조금 더 큰 상자에 넣고, 그 상자를 또 한 번 더 큰 상자 속에 집어넣는 거야. 속에서 끝없이 작은 인형이 튀어나오는 러시아 인형처럼. 그거 이름이 뭐였더라?"

"마트료시카?"

"그래. 마트료시카처럼. 나중에 기억이 떠오르려고 하면 자동차나 집이 통째로 들어갈 만큼 큰 상자를 먼저 떠올려. 그 큰 상자를 열고, 그 속에 들어 있는 조금 덜 큰 상자를 또 열고…… 그렇게 상상 속에서 상자를 하나씩 풀어 나가면서 기억이 떠오르는 걸 최대한 늦추는 거야." (201~202쪽)



이것은 무리와 반대 방향으로 걷는 외톨이 펭귄들의 이야기다. 한편에서는 무리가 요구하는 정상성을 이유로 폭력을 가하고 한편에서는 소수자의 취약함을 이용하는 어른들이 있다. 누구도 믿기 어려운 절망적인 풍경 너머로, 이진의 소설은 그럼에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이 불확실한 믿음 위에 있음을 분명한 목소리로 전한다. 이 외로운 세계들이 연결되기까지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무지개에 가까워져 있는 우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_ 강수환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몰입해서 읽었다. 이런 세상도 있구나! 조금 다를 뿐인데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며 다른 것은 배척하는 우리네 삶의 모습을 소설을 통해 바라본다.

이론적인 것이나 뉴스나 다른 매체를 통해 접하는 것 말고, 이렇게 소설이라는 도구를 통해 들여다보니 더 현실적으로 실감 나게 다가온다.

그것은 바로 우리 옆에 있는 듯한 인물들을 통해 생생하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현, 지예, 영주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긴다.

마지막에 '작가의 말'을 보면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이 이야기에는 밖에서 들여다보는 자신과 안에서 내다보는 자신이 생뚱맞게 달라 마음고생을 하고, 그러면서도 그로부터 살아갈 힘을 얻는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세상에는 '안과 밖이 일치해야 진실하고 올바른 사람이다'라는 말이 상식처럼 존재하지만, 과연 이 세상에 몇이나 되는 사람들이 안팎이 똑같은 삶을 살고 있을까요? 안팎이 일치한다는 것이 절대적으로 진실하고 올바른 것일까요?

소설을 읽고 거기에 이어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주니, 책을 읽는 것의 연장선상으로 함께 생각에 잠길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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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주의자 - 소식은 어떻게 부와 장수를 불러오는가?
미즈노 남보쿠 지음, 최진호 편역 / 사이몬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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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즈노 남보쿠의 책이어서 읽어보고자 했다. 미즈노 남보쿠는 18~19세기에 일본에서 활약한 전설적인 일본 관상가인데, 관상가이자 사상가로서 제자만 3000명 이상을 두었으며, 특히 이전까지 기술이나 잡기로 치부되던 관상을 학문의 경지에 올려놓은 사람이라고 한다.

그가 말하기를, 좋은 노력은 절제력이며, 그중에서도 음식에 대한 절제가 최우선이라고 했다. 식욕은 인간이 태생적으로 강하게 느끼는 충동이기에, 이를 잘 다스린다면 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나 또한 이미 그의 책 『마음 습관이 운명이다』를 읽고서 소식의 중요성을 인식하기는 했지만, 사람 일이 어디 책 한번 읽었다고 그대로 실천을 지속할 수 있겠는가.

그 책을 읽었을 때에는 줄이고 절제하고 조절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어느새 음식의 유혹에 못 이기는 척, 흐지부지되었다.

이런 때가 바로 이 책을 읽을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 책 『소식주의자』를 읽어보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본문을 읽기 전에 '미즈노 남보쿠'라는 인물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이 책의 지은이는 미즈노 남보쿠(1757~1834)

고아였던 남보쿠는 10세 때부터 술을 먹기 시작하면서 감옥살이를 했다. 감옥에서 죄수의 관상이 일반인과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관상을 공부했다. 관상가가 말하길 칼을 맞아 죽을 관상으로 1년밖에 살 수 없으니 그 불운을 피하려면 스님이 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절을 찾아가니 주지 스님은 '1년 동안 보리와 콩만으로 식사를 계속하면 입문을 허락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보리와 콩으로 1년을 보내고 절에 가는 길에 다시 관상가를 찾아가니 '칼에 맞아 죽을 관상이 없어졌는데 큰 공덕을 세운 모양이다'라며 축하해주었다. 남보쿠는 여기서 스님이 아니라 관상가가 되기로 뜻을 굳힌다.

그때부터 3년간 이발소에서 일하며 두상과 면상을, 3년간 목욕탕의 때밀이를 하며 전신상을, 3년간 화장터 인부로 일하며 뼈와 골격을 공부했다. 그 이후로 단식과 폭포수련 등의 어려운 고행을 한 결과 사람의 운명은 식에 있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마침내 그를 존경하는 제자들이 3천 명이 되었고 황실의 사랑을 받아 종오위의 벼슬도 받게 된다.

그의 관상은 보잘것없었다. 키도 작은 데다 입은 작고 눈은 움푹 들어가 있으며, 코는 낮고 광대뼈는 불거졌다고 본인 스스로 기록했다. 보기 드문 빈상이었지만, '음식의 절제에 따라 운명이 바뀐다'는 큰 깨달음에 따라, '매일 보리 한 홉 반과 채소 한 가지'만 먹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결과 말년에는 가옥과 일곱 채의 창고를 가진 부자가 되었다 그 당시로는 비교적 장수에 속하는 7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미즈노 남보쿠의 <상법극의수신록>에서 음식의 절제에 관한 내용을 일본의 작가 다마이레이 이치로가 번역하고 편집한 책, <음식이 운명을 좌우한다>(다마이라보출판사)를 한국어로 다시 번역하여 편집한 것입니다.



이 책은 총 4부로 나뉘며 88가지의 문답으로 구성된다. 당신의 운명은 먹는 음식으로 결정된다, 배 속을 8할만 채우면 의사가 필요 없다, 검소한 음식도 많이 먹는 것을 경계하라, 식사가 불규칙한 사람은 정신이 망가진다, 식사량이 들쑥날쑥하면 걸인이 되기 쉽다, 평생 먹을 음식을 100년에 나누어 먹으면 100년을 산다, 식탐을 부려 폭식하면 악한 관상으로 변한다, 배부르게 먹는 것은 목숨의 과녁에 활을 쏘는 일이다, 마음을 엄격히 하면 음식도 엄격해진다, 배 속을 8할만 채우면 병이 없고 6할만 채우면 천수를 누린다, 밥그릇의 크기를 줄일수록 부와 장수의 크기는 늘어난다, 근검절약과 인색함을 구별하라, 진정한 관상가는 과거나 미래를 점치는 법이 없다 등의 내용을 볼 수 있다.



이 책은 일본 관상가 미즈노 남보쿠의 <상법극의수신록>에 나오는 음식 부분을 각색한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우리가 감안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그가 18~19세기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부분에서는 살짝 마음이 불편해질 수도 있겠다. 그런 부분은 살짝 통과하고 넘어가고 알짜배기 알곡만 남기는 방향으로 하면서 이 책에서 건져낼 핵심적인 부분을 마음에 담으면 된다.

특히 건강을 위해서 자꾸 무언가 더 챙겨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소식과 과식 사이에서 방황하며 자유롭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방향 설정이 되었다. 소식에 대해 재인식하며 다시 소식을 실행할 계기를 마련해 본다.

사람이 세상에 나올 때에는 반드시 평생 먹을 양만큼의 식복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식하고 폭식하면 수명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평생 먹을 양을 30년 만에 다 먹으면 30을 살고 100년 동안 나누어 먹으면 100년을 살게 됩니다. (38쪽)



그러면 '소식'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얼마큼의 식사가 소식인 걸까.

미즈노 남보쿠는 '일반일채'를 이야기한다. 즉 밥 한 그릇에 반찬 한 그릇으로 식사하라는 것이다.

곡식과 채소처럼 검소한 음식을 먹는 것을 조식粗食이라고 하는데, 미즈노 남보쿠는 조식을 실천하여 장수를 누리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몇 가지 더 기억해둘 만한 것을 언급해본다. 이 책을 읽으며 나만의 소식 기준을 세워서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식사의 양과 질을 일정하게 하여 음식에 유혹되지 않도록 하는 것일 테다.

여름에는 덥기 때문에 몸을 시원하게 하는 과일과 채소가 좋고 겨울에는 춥기 때문에 몸을 따뜻하게 하는 곡물이 사람의 몸에 제격입니다. 식탐을 버리고 자연의 법칙을 겸허히 따르십시오. (22쪽)

하루 세끼 식사의 양과 질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고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은 관상이 나쁘더라도 부와 명예와 장수를 누리게 됩니다. (24쪽)



인상적이었던 대화도 기록해두어야겠다. 이 책에 여러 번 언급되는 것이 바로 '관상은 변한다'이다. 그리고 그것은 음식을 얼마나 절제하느냐에 달려있다.

문 問 스승님께서는 관상이 마음가짐에 따라 변화한다고 하십니다. 저는 얼굴에 나타나는 관상으로 즉시 길흉을 맞히는 것이 최고의 관상법이라 생각합니다. 스승님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답 答 '관상은 항상 변한다'는 것이 내 관상법의 근본입니다. 산도 변하고 강도 변하거늘 그대는 어찌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려 하십니까? 관상에는 실상實相이 있고 무상無常이 있습니다. 나 또한 그 사람의 얼굴에서 길흉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의 품격이 변하면 관상도 변합니다. 품격이 변하는 가장 큰 요인이 음식의 절제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사람이 품격이 없으면 기분에 따라 음식의 양이 들쑥날쑥 변하게 마련입니다. 품격이 있는 사람은 식탐에 휘둘리지 않고 음식을 소식으로 일정하게 유지하게 됩니다. 역으로 음식을 소식으로 일정하게 유지하면 저절로 품격이 갖추어지게 됩니다. 소식이라는 형식이 품격이라는 내용을 만들고, 품격이라는 내용이 소식이라는 형식을 만든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랍니다. 이와 같은 하늘의 도리를 알고 실천하면 부와 명예, 그리고 천수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140~141쪽)



이 책은 문답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본의 관상가 미즈노 남보쿠는 소식을 통해 관상과 운명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해 관상학적으로 접근하여 풀어나가고 있으니 유념하여 볼 필요가 있겠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너무 많이 먹어서 병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 이 책을 읽어보고 지금의 우리에게 맞는 부분을 적용하고 실천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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