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물이의 수많은 어떤 날
김쑤야 지음 / 좋은땅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꼬물이 작가 김쑤야 작가의 그림 에세이, 펜화 일기다.

'펜화 일기'라는 것을 보고 나서야 '아, 나도 한때 취미로 그림을 그리던 때가 있었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듯 가버리는 시간을 조금 더 의미 있게 붙들고 싶다면 기록하고 마음에 담을 필요가 있다.

무언가를 그린다는 것은 자세히 관찰하고 마음에 담는 것이 될 테니까.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막상 그리려고 보면 아무것도 모르겠으니, 그린다는 것은 정성껏 온 힘을 다해 마음에 담는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서랍 속에 들어있는 펜을 꺼내보았다. 이미 딱딱하게 굳어버려서 세월의 흐름이 안타깝다. 한때의 열정이 사그라들었지만 이 책을 펼치며 그 마음을 다시 떠올려본다.

꼬물이 작가가 하루하루 찰나의 순간을 펜화 일기로 기록을 남기고 그것을 이렇게 책으로 출간했으니, 이 책 『꼬물이의 수많은 어떤 날』을 읽으며 꼬물이 작가의 일상과 생각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이 책의 글과 그림은 김쑤야 작가의 작품이다.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은 큰 데 비해 방법을 잘 몰랐던 그는 매일 아주 작은 순간도 일단 기록했다. 놓치고 싶지 않은 장소의 느낌도, 다시 써먹고 싶은 농담도, 지금 잠깐 다짐한 걸지도 모를 결심도 모두. 글로 부족한 날엔 작은 동그라미랑 코랑 점같은 눈이 박힌 그림까지 곁들였다. 그렇게 몇 년이 쌓인 일기를 우연히 주변 지인들이 보았고 자신들의 일화가 아닌데도 재밌게 읽어주는 걸 보고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책 속에서)

꼬물이는 코가 오똑하기보단 아래로 살짝 휘어 콤플렉스인 제 모습을 형상화한 캐릭터입니다. 콤플렉스 때문에 누군가가 옆에 나란히 앉아 보는 것을 싫어하는 실제 성격과는 달리 그림으로는 살짝 휜 내 코도 괜찮지 않냐고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꼬물이는 항상 측면만을 드러내고 있어요. 어릴 적 쾌활한 듯 조금은 소심했던 성격 때문에 입은 없지만, 코와 콕 찍힌듯한 눈을 가진 얼굴, 그리고 다양한 동작을 통해 꼬물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답니다.

꼬물이의 꼬물한 생각, 한번 읽어 보실래요? (책 속에서)



꼬물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들춰보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의 일상과 접점을 만난다.

그림이 섬세하다, 그림이 자잘하다.

이 차이는 내 그림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평가의 차이도 있겠지만

부모님의 흐려지는 시력 때문도 있을 것이다. (책 속 문장)

그리고 이렇게 자잘한 설명을 더하지 않은 짤막한 문장 만으로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자신의 부모님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예전과는 다른 그런 것 말이다.



나는 책이 관상용도 아닌데 커버 예쁜 것만 읽는 못된 편독 습관이 있다.

단숨에 첫 장부터 끝까지 읽지는 않아도 힘들 때면 무작위로 펼치는

그런 책이어도 좋다. (49쪽)

나에게도 그런 책들이 있다. 그냥 손에 들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책 몇 권이 얼마나 위안이 되는데….

이 책을 통해 그 마음을 전해 듣는다. 나도 그렇다며 반가워한다.



어떤 일이든 꾸준히 한 것들이 쌓여 나를 만든다.

단,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으로 할 때 가장 온전한 내가 되고,

내가 되고 싶은 것을 정확하게 이해할 때 가장 완벽한 내가 되더라. (59쪽)

이 책은 글과 그림이 하나의 화두 같다고 할까. 소소한 일상인 줄로만 알았는데 한참 사색에 잠기도록 이끌어준다.

하긴 그런 날들이 꾸준히 모여 우리 자신이 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내가 될 것이니, 짤막한 기록이나마 온 힘을 담아 해둘 필요가 있겠다.

그런 수단으로 펜화 일기 괜찮겠다.

이 책의 저자처럼 순간순간의 생각을 글로, 그림으로, 자신만의 개성 있는 방법으로 기록해둘 필요가 있겠다. 그러는 데에 영감을 줄 책이다.

또한 이 책을 읽고 나면 잘 아는 듯 사실은 잘 몰랐던 내 마음과 내 주변과 가족들에 대한 관심도 새록새록 되살아날 것이다.

스쳐 지나가며 별 관심을 갖지 않던 소소한 무언가도 진심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그 시선을 전해주는 책이다.



작가에게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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