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중고상점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각 계절의 시작 부분은 이 책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계절과 함께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각 에피소드 시작 전의 경쾌한 도입부가 마음에 든다.
미니 트럭의 운전석에서 내리자 주차장 한구석에 핀 서향의 달콤새큼한 향기가 풍겨왔다. 아주 맑은 월요일 오후 세 시. 요 한 주 내내 몹시도 추운 날이 계속되었지만 오늘은 푸근하니 따뜻하다. 공기는 티끌 하나 없이 맑고, 나무 우듬지에서는 새가 지저귀고, 바람은 부드럽고, 지갑에는 돈이 없다. (9쪽)
미니 트럭의 운전석에서 내리자 옆집 담에서 얼굴을 슬쩍 내민 커다란 해바라기가 해를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주변에는 유지매미소리가 울려 퍼지고, 하늘에는 새하얀 적란운이 뭉게뭉게 피어 오르고, 옷깃을 간질이는 바람은 기분이 좋고, 지갑에는 돈이 없다. (73쪽)
미니 트럭의 운전석에서 내리자 요 며칠 사이에 한층 차가워진 바람이 목덜미를 훑고 지나갔다. 해는 어느덧 자취를 감추었고, 흐린 날의 습한 공기가 주변을 가득 메웠고, 주차장 구석에서는 무릇이 빨간 꽃을 흔들었다. 그리고 역시 지갑에는 돈이 없었다.(149쪽)
미니 트럭 운전석에서 내리자 정면에서 불어온 차가운 바람이 코트 등 부분을 두둥실 부풀렸다. 해 질 녘이 되자, 주차장의 무릇꽃은 어느 틈엔가 모습을 감추었다. 숱이 적은 머리카락처럼 듬성듬성 나 있던 잡초들도 전부 시들었고, 공기는 한겨울의 단단함을 머금었으며, 지갑에는 돈이 있다.
있다! (24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