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행열차 한 대가 탈선하여 산간 절벽 아래로 떨어진 대형 사고가 있었다. 맹렬한 속도로 궤도를 이탈한 열차는 가마쿠라 이키타마 신사의 도리이, 즉 신사 입구에 세운 기둥 문을 스친 다음 산간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승객 127명 중 68명이 사망한 탈선 사고가 일어난 후 두 달쯤 지났을 때, 심야에 유령 열차 한 대가 가마쿠라선 선로 위를 달린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역은 니시유이가하마 역. 이 역의 승강장에 '유키호'라는 유령이 나타나는데, 유키호에게 부탁하면 과거로 돌아가 사고 난 가마쿠라선 상행 열차에 탈 수 있다는 것이다. 단, 그 열차에 승차하려면 다음 네 가지 규칙을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
하나, 죽은 피해자가 승차했던 역에서만 열차를 탈 수 있다.
둘, 피해자에게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려서는 안 된다.
셋, 열차가 니시유이가하마 역을 통과하기 전에 어딘가 다른 역에서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도 사고를 당해 죽는다.
넷, 죽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현실은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애를 써도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만일 열차가 탈선하기 전에 피해자를 하차시키려고 한다면 원래 현실로 돌아올 것이다.
죽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현실은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애를 써도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네 가지 규칙을 듣고도 다들 사고로 떠난 사람을 만나러 갔다. (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