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질리언 테트. <파이낸셜 타임스>의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베스트셀러 《풀스 골드》, 생각이나 행동을 가로막는 편협한 사고의 틀이나 심리 상태를 의미하는 '사일로'가 개인과 조직, 사회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들여다본 책 《사일로 이펙트》를 썼다. 타지키스탄의 결혼 의식을 연구하여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사회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물고기는 물을 볼 수 없다'를 시작으로, 1부 ''낯선 것'을 낯익게 만들기', 2부 ''낯익은 것'을 낯설게 하기', 3부 '사회적 침묵에 귀 기울이기'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아마존에서 아마존으로'와 후기 '인류학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등으로 마무리된다.
이 책은 프롤로그를 읽으면 독특한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인류학 박사학위 연구를 위해 타지키스탄 고산지대의 한 마을 가정집에서 지냈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내부인이자 외부인'이 되어 소련 사람들을 가까이서 관찰하고 그들의 풍습과 가치관, 사회적 패턴, 기호의 맥락에서 그들의 '문화'를 연구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확히 뭘 연구했냐고 질문하는 영국의 저널리스트 마커스 워런에게 '결혼 풍습'이라고 대답했더니, 마커스가 되물었다는 것이다.
"결혼 풍습! 그런 걸 뭐하러 연구해요?"
저자는 이 물음에는 더 큰 질문이 감춰져 있었다고 말한다. 세상에 어느 누가 서구인에게는 이상해 보이는 산악지대로 가서 이질적 문화에 파묻혀 지내면서 그 문화를 연구하겠느냐는 뜻이었으니, 이 책의 목표가 바로 마커스의 물음에 답하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이국적'인 것만 연구한다고 잘못 생각하는 학문에서 나온 개념이 오늘의 세계에 꼭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8쪽)이라고 말한다.
이 책으로 저자가 절감한 인류학의 용도를 새삼 깨닫는다.
나는 이제껏 일하면서 인류학의 용도를 절감했다. 이 책에서 설명하겠지만 나는 타지키스탄을 떠난 뒤 저널리스트가 되어 내가 배운 인류학을 토대로 2008년 금융위기와 도널드 트럼프의 부상, 2020년 코로나19 범유행, 지속 가능성 투자의 급증, 디지털 경제 등에 관해 예견하고 이해했다. 한편 이 책에서는 인류학이 어떻게 기업의 경영인, 투자자, 정책 입안자, 경제학자, 기술 전문가, 금융인, 의사, 변호사, 회계사에게 가치 있는 학문인지에 관해서도 설명한다. 실제로 인류학의 여러 개념은 아마존 밀림만큼 아마존 창고를 이해하는 데도 유용하다. (8쪽)
이 책을 통해 인류학 시야로 주변을 바라보도록 시각을 달리하니, 프롤로그 맨 처음 시작에 나오는 말이 더욱 와닿는다.
물고기가 맨 마지막에 알아채는 것이 물일 것이다.
-랠프 린턴
인류학 시야를 기르는 법에 관한 다채로운 아이디어를 배우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인류학의 세 가지 핵심 원리인 '낯선 것을 낯익게 만들기'와 '낯익은 것을 낯설게 하기' 그리고 '사회적 침묵에 귀 기울이기'를 설명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