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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인간 안나
젬마 말리 지음, 유향란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 지금 현실이 되어있고,
어쩌면 지금 상상도 하지 못하는 일이
미래 어느 날에 현실이 되어있는 것은 아닐까.
나의 상상력은 그냥 이 정도였다.
미래 어느 날, “옛날 사람들은 바다에 들어가서 수영도 하고 그랬대~!” 라고
감탄하는 정도!
예전에 한강에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어서 사람들이 수영도 했고,
배타고 다니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저 가볍게 상상만 해본다.
가벼운 상상!
그런데 이 책은 나에게 충격적이고 파격적이었다.
이런 상상을 할 수도 있겠구나!
그런데 정말 이것이 청소년용 소설이란 말인가?
요즘 청소년들이 읽는 책 수준이 예전 같지 않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재미있게, (혹은 심각하게) 읽을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충격적이고도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소설 말이다.
<잉여인간 안나>는 디스토피아 소설이라고 한다.
디스토피아 소설이라기에 그 뜻이 무엇인지 먼저 살펴본다.
디스토피아 소설: 현재의 문제점을 미래로 확장시켜 부정적이고 암울한 미래 세계를 그려냄으로써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문학작품을 일컫는다.
2140년, 영국,
인간은 ‘장수약’을 개발하여 더 이상 죽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영원한 삶과 젊음을 유지하는 대신 새 생명을 태어나게 할 수 없다.
영원히 살기 위해 ‘장수약’을 복용하는 대가로 새 생명을 거부하는 인간,
그리고 태어나면 안 되는 ‘잉여인간’,
잉여인간들은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세뇌 당하면서 자유를 억압당하고
노예처럼 일을 하는 생활을 해야 한다.
무언가 궁금해 하는 것도, 배우는 것도 안된다.
아무 의견도 가져서는 안된다.
그레인지 수용소 내에서의 안나의 생활은
내리는 눈송이를 경이롭게 쳐다보는 것조차도 시간 낭비라고 몰아세워진다.
창밖으로 흩날리는 눈송이를 찬탄하기 위해
차가운 유리창에 코를 누른 채 밖을 내다보았다.
“너 보라고 눈이 내리는게 아니야.”
“어떻게 감히 그걸 보고 있어!
일을 하고 있어야 할 시간에 감히 아름다운 것을 본답시고 시간을 낭비하다니!
이 세상 좋은 것 가운데 네년을 위해 있는 건 하나도 없다.“ (133p)
그런데 잉여인간은 생각이 많아지면 안된다는 그런 논리가
소설 속의 이야기로만 넘기기에는
우리 사회의 3s 로 알려진 현대판 우민정책이 생각나서 괜히 마음이 씁쓸해진다.
지배자에 의해서 그들의 마음대로 조작되는 미래의 ‘잉여인간’
현재의 대중들과 비교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인 것인가?
과거의 노예들이 말이 안되는 인권유린이었고,
미래의 잉여인간 마찬가지로 말도 안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우리도 현재 우리의 모습은 객관적으로 볼 수 없는 것이겠지?
왠지 생각이 많아지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