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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마을 - 외국인 노동자, 코시안, 원곡동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국경 없는' 이야기
박채란 글 사진, 한성원 그림 / 서해문집 / 2004년 11월
평점 :
"이 책은 인권에 관한 책이 아니다. 그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진정한 이야기책이라면 인권을 말하지 않을 수 없고,
정직하게 인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이야기가 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런 말로 이 책은 시작된다. 다소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 하지만 이 시대에 함께 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보고 싶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이 출판된 것은 2004년,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2012년, 나 자신도 다문화 가정에 관해 너무도 무지했고, 무관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잘 모르는 부분도 많이 있었고, 여전히 그들은 낯선 존재이긴 하다. 그래도 그들도 사람이고, 삶의 이야기가 있는 존재라는 생각을 왜 하지 않았던 건지? 그냥 낯설기만 한 느낌이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1988년 처음 한국에 들어와 일하기 시작한 지 15년이 넘었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은 외국에서 인종차별 당하는 것을 싫어하면서, 막상 우리나라에 들어와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종은 차별하고 있다. 처음 그것을 보았을 때에는 의아한 느낌 뿐이었지만, 요즘은 정말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몰라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들은 잘 몰라서 그런 것이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 책을 읽으며 첫 장부터 가슴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여섯 살 꼬마 띠안과 아빠의 이야기였다. 아무 것도 모르는 천진난만한 여섯 살 꼬마 띠안은 인도네시아에 가게 된 것이 기쁘기만 하다. 하지만 띠안의 아빠 이야기를 보면 인도네시아에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딱하기만 하다. 그 이야기가 두 명의 시선에 따라 달리 전개되는데, 담담한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눈물이 핑 돈다. 특히 천진한 띠안의 이야기를 보면서.
우즈베키스탄 노동자 누리끼의 '내 친구 초리 이야기'도 마음이 아팠다. 우리 나라의 노동자들도 한 때 해외로 나가 가족들을 위해 노동을 하고 돈을 벌어 송금하던 때가 있었는데, 입장이 바뀌고 상황이 바뀌었다고 그들을 대하는 것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지. 안타까운 느낌이다.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책이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청소년 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읽기에도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다문화 가정에 관심을 더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