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 서울대 박찬국 교수의 하이데거 명강의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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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에서 회오리바람처럼 불어오는 격변을 느껴버린 요즘이다. 폭풍은 잠깐 멈추었지만 언제 다시 몰아칠지는 모르는 상황이다. 이럴 때에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고 존재의 근본으로 들어가 사색에 잠기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특히 인문서적은 생각을 깊이 끌어당겨준다. 삶이 힘겨울 때야말로 하이데거를 읽을 시간이라는 말에 이끌려 서울대 박찬국 교수의 하이데거 명강의를 담은 이 책​《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를 읽어보게 되었다.



프롤로그에 보면 하이데거의 철학은 난해하기로 악명이 높다고 한다. 철학을 공부하거나 연구하는 사람들도 하이데거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는데 철학에 문외한인 사람에게 하이데거의 글은 도저히 올라갈 수 없는 절벽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언급한다.

"깊은 겨울 밤 사나운 눈보라가 오두막 주위에 휘몰아치고, 모든 것을 뒤덮을 때야말로 철학을 할 시간이다."

_마르틴 하이데거


이 책의 저자는 박찬국.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고,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니체와 하이데거의 철학을 비롯한 실존철학이 주요 연구분야이며 최근에는 불교와 서양철학 비교를 중요한 연구과제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이 책에서 저는 과학기술시대라고 불리는 현대사회의 위기와 한계, 그리고 극복에 대한 하이데거의 사상을 깊이를 잃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쉽게 소개하려고 합니다. (19쪽)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궁핍한 시대의 사상가, 하이데거'를 시작으로 1장 '고향상실의 시대', 2장 '과학과 기술에 대한 우상 숭배', 3장 '우리의 삶은 왜 이토록 공허한가', 4장 '근본기분이란 무엇인가', 5장 '장미는 이유 없이 존재한다', 6장 '인간은 왜 불안을 느끼는가', 7장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8장 '언어란 무엇인가', 9장 '건축의 본질과 시적 사유', 10장 '자연은 위대한 사원이다'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시인으로서의 삶을 향해'로 마무리 된다.


하이데거의 사상을 박찬국 교수의 시선으로 풀어낸 이 책을 읽으며 마음에 와닿는 부분을 가슴 속에 담아본다. 특히 지금처럼 삶이 공허하다고 느낀 적이 없기에 '존재자가 존재한다'는 것에 시선을 집중한다.

하이데거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을 일찍이 영국 시인 새뮤얼 콜리지도 경험했던 것 같습니다.

당신은 일찍이 사물이 존재하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 그 자체에 마음을 빼앗긴 적이 있는가? 당신은 당신 자신에게 당신 앞의 한 인간이든 아니면 하나의 꽃이든 아니면 한 알의 모래알이든 '그것이 거기에 존재한다! It is!'고 말해본 적이 있는가? 그것들이 어떤 방식으로 있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어떤 형태를 갖는지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은 채 말이다. (중략) 그러한 경험을 가진 적이 있다면 당신은 당신의 정신을 경외와 경탄으로 사로잡는 어떤 신비의 현존을 느꼈을 것이다. (68쪽)


강의를 듣는 듯한 현장감이 느껴진다. 어렵다는 선입견은 접어두고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나가다보면 문득 '두둥~' 하면서 가슴속을 파고드는 문장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이지만, 특히 삶이 짐처럼 느껴질때 접하면 더욱 크게 다가오게 될 하이데거의 철학이다. 일반인이 읽기에도 부담없이 편안하게 설명해주고 있으니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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