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여행의 시간은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드라마 도깨비 대사를 막 갖다쓰고 싶은...ㅎㅎ

지금 이곳 계절도 좋은 봄날이지만 파리 여행의 기억을 더듬다보니, 도깨비처럼 문 열고 나가면 파리였으면 좋겠다.

 

오랑주리 미술관과 오르세 미술관을 관람했던 어느 날.

월요일에 휴관인 오르세, 화요일이 휴관인 오랑주리를 한꺼번에 가고자 수요일로 날을 잡았던

그 날은 모든 것이 적당했다.

나의 저질체력과 배고픔이 눈부신 그날을 빨리 마무리하게 했지만 ㅠㅠ

 

오랑주리와 오르세는 일단 지하철 콩코르드 역에서 시작!

알파벳이 가득한 역.

파리에서 지나다니다보면 느끼겠지만

작품은 미술관이나 박물관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 생활 공간에서도 이들의 작품을 발견할 수 있다.

 

지하철 역에서 발견한 작품이다.

역 자체가 예술품.

언어를 쪼개고 나누어 흩뿌려놓았을 뿐인데,

단순함 속에 온 세상이 담겨있는 듯

시공간을 확장시키는 마법을 부린다.

 

 

 

 

 

역에서 나와 화살표를 따라가다보면 오랑주리 미술관이 있다.

가는 길에 죄드폼 입구에 들러 콩코르드 광장을 한 번 내려다보고 사진도 찍고 가는 것도 추천.

죄드폼은 오픈 시간 이전이지만, 그곳에서 그 시간에 광장 한 번 봐주는 것, 나무들 한 번 쳐다보는 것, 해볼 만하다.

 

테러 이후에 짐검사가 강화되었는지, 가는 곳마다 가방을 열어서 보여줘야 한다.

물론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고 있지 않으니 적극 협조하며 가방 안을 보여주었다.

먼저 열어서 보여주니 특별히 궁금해하지도 않는 듯.

그래도 짐검사에 시간이 소요되니 감안하고 넉넉하게 일정을 잡을 것.

 

 

오랑주리 &오르세 미술관에 갈 때 체크 사항 여섯 가지

 

1. 오랑주리는 화요일 휴관, 오르세는 월요일 휴관이어서 두 곳을 함께 가고자 수요일에 방문함.

미술관은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휴무인 곳이 많으니 반드시 체크하여 동선을 파악할 것.

 

2. 짐을 맡기는 곳에 무거운 코트나 가방을 맡기고 가볍게 관람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단, 핸드백은 안 맡아준다고 하니 되도록 숙소에 쓸데없는 것은 빼놓고 나갈 것. (백팩은 가능하지만 핸드백은 안 된다고 하여 메고다니다가 더 지침)

 

3. 오디오 가이드는 설명이 너무 길어서 다 들으면서 서 있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할 것.

한정된 시간에 좀더 많은 작품을 보고 싶었기 때문에 설명을 끊어가며 이동을 하게 되었다.

설명보다 조용히 작품 감상하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작품 감상에 설명이 필요하다면 가이드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

(인터넷 검색하다보면 미술관 박물관 하루 관광 등의 상품이 많이 있다. 사실 루브르에서는 워낙 작품이 방대한데다가 루브르 자체가 넓어서 길을 잃기도 해서, 가이드 투어 안 한 것을 엄청 후회함.)

단, 책을 너무 많이 읽고 가면 책에서 봤던 것을 실물로 확인만 하는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4. 하루에 두 군데 미술관 가는 것만으로도 체력 방전.

하나라도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지만 현실적으로 체력이 받쳐주지 못함. 그래도 여행 중 컨디션은 중요한 것이니 체력안배에 힘쓸 것.

작품 감상 말고도 하고 싶은 일이 많은 곳, 파리

 

5. 두 군데 다 간다면 오랑주리 먼저, 오르세는 그 다음으로.

오랑주리가 더 먼저 문을 열고 규모도 오르세보다는 작으니 먼저 방문하여 수련 연작을 비롯한 지하 전시를 찬찬히 감상하고 나와서 오르세 미술관에 갈 것.

11월이기도 했지만 아침 일찍 움직인 것도 있어서 줄은 안 서고 바로 들어감.

오르세 미술관은 익숙한 예술작품들과 적당한 규모여서 마음이 편안한 느낌.

훨씬 큰 규모에 천천히 살펴보자면 끊고 나가기 힘들다.

 

6. 사진 촬영은 가능하다. 플래시는 터뜨리지 말 것.

여행하고 돌아와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에는 '왜 이런 사진을 굳이 찍어왔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좀더 흐르고 다시 보니, 사진만으로도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 작품을 바라보던 마음이 다시 떠오른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했을 때에는 셔터를 눌러서 사진기에도 담아두면 두고두고 꺼내볼 수 있다.

혹시라도 사진 촬영이 안 되는 전시가 있을 수도 있으니, 입구에서 미리 파악할 것.

 

 

 

오랑주리 미술관

튈르리 정원 내의 센 강변에 위치한 미술관으로 앙리 4세가 만든 오렌지 농원(오랑주리) 터에 지어졌다. 전시물의 핵심은 화상畵商 폴 기욤과 실업가 장 바르테르의 개인 소장품으로 르누아르, 세잔, 마티스, 루소, 로랑생, 위트릴로 등 인상파 화가를 중심으로 한 프랑스 근대 회화다. 피카소, 모딜리아니, 수틴 등 외국 화가의 작품도 충실하다. 또한 이 미술관의 하이라이트인 모네의 <수련> 연작은 모네의 유언대로 자연광을 살린 전시실에서 감상할 수 있다. 방 두 개의 사방벽이 수련으로 가득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위치: M1,8,12호선 Concorde역에서 도보 4분

개관시간 09:00~18:00

화요일, 5/1,12/25 휴무

입장료 9유로, 매월 첫째 일요일 무료

오랑주리 미술관과 오르세 미술관 세트 입장권 16유로. (파리 뮤지엄 패스 가능)

-《저스트고 프랑스》 中

 

 

 

오랑주리 미술관의 하이라이트!

<수련> 연작

 

 

가운데 의자가 있어서 앉아서 감상할 수도 있고,

작품 앞에서 한참을 서서 관람할 수도 있다.

 

 

오랑주리 미술관은 1927년 모네의 <수련>을 기증받으면서 개관했는데, 이때 모네는 "시민에게 공개할 것, 장식이 없는 하얀 공간을 통해 전시실로 입장할 수 있게 할 것, 자연광 아래에서 감상하게 할 것"을 조건으로 규모가 큰 8점의 <수련>을 기증했다고 한다. 이로써 1층 전체를 자연 채광으로 바꾸는 공사가 시작되었다고. 수련을 위한 미술관이라는 수식어답게 오랑주리 미술관은 가장 먼저 수련의 거대한 작품 앞에 서게 된다.

 

 

지하 전시실에도 르누아르의 작품 25점, 세잔 작품 15점, 고갱의 작품 1점, 모네의 작품 1점 등, 그리고 피카소의 작품 12점, 모딜리아니의 작품 5점, 마리 로랑생의 작품 5점, 샤임 수틴의 작품 22점 등 후기 인상주의 회화를 포함하여 총 146점의 작품이 있다고 이 책은 알려준다. 수련을 비롯하여 대표 작품들을 엄선하여 설명해놓은 이 책을 미리 읽고 가니, 아는 만큼 보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한 역시 작품은 실물을 보는 것이 사진으로만 보는 것보다 훨씬 나에게 강렬하게 다가온다.

 

<피아노 치는 소녀들> 르누아르

 

 

 


 

모네 작품

 

작품은 어떤 액자에 넣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는 생각을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하게 되었다.

사람은 외면과 내면이 모두 중요한 것처럼,

작품은 작품 자체와 액자 모두 빛날 필요가 있다.

 

오랑주리의 규모는 작아서 한 시간 정도면 아쉬움 없이 전체 관람 가능하다.

다음은 오르세 미술관으로 이동.

오랑주리에서 걸어가면 되는 거리이긴 하지만, 작품을 하나라도 더 보고 싶은 생각에 지하철로 이동.

 

오르세 미술관

1848~1914년의 근대미술 작품 약 2만 점을 소장하고 있다. 1939년까지 이곳은 철도역이었다. 이후 포로수용소와 경매소로 사용되다가 1979년 내부 장식과 골격을 살려 미술관으로 개조, 1986년 개관했다. 인상파 작품이 충실하여 특히 우리나라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다. 전시 공간은 3층을 나뉘어 있으며 카페와 레스토랑의 인테리어도 둘러볼 만한 가치가 있다.

위치: M12 솔페리노 Solferino역에서 도보 5분

개관시간 09:30~18:00(목요일 21:45까지)

월요일, 5/1,12/25 휴무, 매월 첫째 일요일 무료

입장료 11유로

-《저스트고 프랑스》 中

 

 

 

 

 

 

작품 관람을 할 때에는 1층 먼저 보고, 3층을 본 후, 2층 조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고 추천한다는 글을 봄.

오디오 가이드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레 그렇게 된다.

1층과 3층을 천천히 보다보면 어느새 체력이 떨어지는데, 2층에 보이는 의자가 반가워진다.

 

 

<밀레의 이삭줍기>를 보려고 했는데, 서울 예술의전당 오르세미술관전 대여 때문에 서울에 가 있다고 해서 아쉬움이 컷다.

그래도 <만종>을 보며 위안을…. 

 

 

 

여러 작품들 중 처음 접하게 된, 그래서 눈길을 끌고, 발걸음을 멈춰서 한참 쳐다보게 된 것이 바로 에티엔 디네의 작품.

책이나 인터넷 자료를 통해 알지 못했던 작품이기에 신선하고

선입견 없이 바라본 미술작품이다.

 

 

에티엔 디네 Etienne Dinet : 국적 프랑스, 출생-사망 1861-1929년

 

<사랑의 노예와 눈의 신> (아랍 전설)

제작연도 1900년

유화. 캔버스에 유채

 

 

 

미술관 관람 이전에는 든든히 배를 채우고,

관람 중에는 틈틈이 앉을 자리를 찾아 휴식을 취하며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났을 때에는 앞으로의 일정이나 다른 생각은 모두 떨쳐버리고

작품하고만 마주하는 순간.

다시 간다고 해도 오랑주리와 오르세 콤보 티켓을 구입하여 하루에 두 군데에 갈 것 같다.

오랑주리에서 수련 연작을 다시 마주하며 자연광에 따라 달리 보이는 감상을 느끼고,

오르세에 가서 이미 알고 있고 유명한 작품은 물론, 알지 못했던 명작을 건져내는 기쁨을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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