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성주의 - 미국이 낳은 열병의 정체
모리모토 안리 지음, 강혜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반지성주의'라는 단어를 보면 부정적인 느낌이 먼저 떠오른다. 옮긴이의 말을 보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것과 관련하여 '반지성주의'라는 표현이 여기저기서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낯선 개념이 아닌가 싶고, 더구나 요즘 나오는 반지성주의에 대한 단편적인 언급들을 보면 트럼프 현상뿐만 아니라 매카시즘, IS, 일본의 군국주의, 나치즘, 파시즘 등과 연결시키는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접하는 '반지성주의'는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경계 대상인 것만은 아니다. 조금은 낯설고 당황스러운 느낌으로 이 책《반지성주의》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미국 사회 기저에 흐르는 반지성주의에 대해 살펴본다.

 

이 책의 저자는 모리모토 안리. 1956년 가나가와 현 출생. 국제기독교대학 인문과학과를 졸업하고 도쿄 신학대학 대학원을 거쳐 프리스턴 신학대학원에서 조직신학 박사과정을 수료, 프린스턴 대학교와 버클리 대학교에서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이 책『반지성주의』는「아사히신문」,「요미우리신문」,「마이니치신문」,「니혼게이자이신문」을 비롯한 각 매체의 극찬을 받으며 일본 독서계에 '반지성주의'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2016년 일본 최대의 서점 기노쿠니야의 인문대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화제의 책이다.

 

이 책은 총 일곱 챕터로 구성된다. 챕터 1 '하버드 대학교: 반지성주의의 전제', 챕터 2 '신앙부흥운동: 반지성주의의 출발점', 챕터 3 '반지성주의를 키운 평등 이념', 챕터 4 '미국적인 자연과 지성의 융합', 챕터 5 '반지성주의와 대중 리바이벌리즘', 챕터 6 '반지성주의의 또 하나의 엔진', 챕터 7 '하버드주의를 내던져라'로 구성된다. 이 책에서는 미국에서 반지성주의가 탄생하게 된 배경부터 지금까지의 발전 과정을 역사적으로 고찰하고, 반지성주의의 기원, 의미, 역사적 역할, 효용 등을 설명한다.

 

이 책에서 살펴보는 반지성주의는 상당히 뚜렷한 계보를 가지고 있는 지극히 미국적인 현상이다. 이 책에서는 독립 전 미국 전역을 휩쓸었던 신앙부흥운동을 미국 반지성주의의 출발점으로 삼고, 그 역사에 대해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특히 신 앞에서는 모두 평등하다고 하지만, 사실 가톨릭 신앙체계 안에서 사제와 신도 사이, 혹은 수도자와 세속인 사이에 신분상 차이가 크다는 점이 문제였고, 이것은 반지성주의의 철저한 평등관의 강력한 원칙이 되었던 것이다.

 

챕터 4에서는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 등 잘 알려진 영화와 서적을 들어가며 이야기를 펼쳐나가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해당 영화를 보았지만, 반지성주의 관점에서 본 적은 없었기에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반지성주의를 이해하려면 인간의 이성이 자연계 안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면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영화는 낚시라는 단면을 이용해 에머슨적인 미국 정신을 영상화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에머슨 자신도 인간을 포함하는 대자연을 관통하며 흐르는 생명력을 '강'에 비유해 말하고 있다. 알고 보면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영화를 통해 심원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에머슨의 이런 사상은 근대과학에서 요구하는 자기와 세계의 구별, 혹은 계몽주의에서 말하는 주관과 객관의 구별에 거스르는 일종의 반역으로 보이기도 한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범아일여, 즉 우주의 원리인 '범'과 개인의 영혼인 '아'가 완전히 하나라는 고대 베다 철학의 '불이일원론'의 재탕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다만 에머슨의 사상에는 이런 이론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더없이 미국적인 특색이 더해진다. 그것은 압도적인 자연미에 대한 동경이다. (145쪽)

 

반지성주의를 설명하면서 구체적인 인물을 언급하며 '반지성주의 영웅'을 다루는 것도 눈길을 끌었다. 구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다. 반지성주의가 낯설다고 생각되면 먼저 에필로그를 살펴보아도 좋을 것이다. 지성이란 무엇인가?, 지성을 가진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반지성주의란 무엇인가?, 반지성주의가 생겨난 배경, 반지성주의의 존재 의의, 반지성주의의 미래, 긍정병에 걸린 현대의 미국, 반지성주의는 수출되는가? 등의 내용으로 정리되어 있다. 압축된 핵심 내용을 살펴보고 구체적인 내용을 본문을 통해 익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책은 반지성주의 역군들을 축으로 미국 종교사를 더듬는 열전이다. 그러나 단순한 종교사에 머무르지 않는 문화사이자 정치사, 대학사이기도 하다. 이 책은 경묘한 말투로 무거운 주제를 다양한 문맥 속에서 음미한다.

_요미우리신문

책을 통해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이 책을 통해 잘 알지 못했던 반지성주의에 대해 살펴보고, 실제 역사 속에 스며들어 있는 반지성주의의 면모를 훑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책을 통해 지금껏 알지 못했던 것을 알아가는 시간은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기에 필요하다. 반지성주의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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