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영 현대경영
박상하 지음 / 한국표준협회미디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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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청문회를 보며 대기업과 정치의 행태에 답답함을 느낀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내가 사는 곳과는 다른 세상인 듯한 분위기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중대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삼성경영 현대경영》에서는 '삼성경영 현대경영은 역사이자 전기이며, 기업전략이자 기업문화의 경영 텍스트다'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으며 이들 기업의 역사와 전략, 기업문화를 살펴보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저자는 박상하. 1995년 허균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고, 2000년에는 문예진흥원 소설 부문 창작지원금을 받으면서 줄곧 문학 작품을 써오고 있다. 또한 경영칼럼니스트로 경제경영 관련 원고 역시 줄곧 써오면서 우리 기업의 속살까지도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중이다. 기업史 분야를 개척한 알프레드 챈들러의 저서에 감화를 받아 기업史를 추적하는 글을 쓰고자 마음먹게 되었다. 향후에는 우리 기업의 역사와 문화 스토리에 대해서도 두루 톺아볼 작정이다.

 

우리의 경제경영사는 1945년 8.15 광복 이후부터가 아니라 그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한국 기업의 역사가 이제 갓71년이 된 것이 아니라 100년 이상이 되었다는 게 평소 저자의 생각이다. 그 좋은 예가 두산그룹(1896년)과 동화약품(1897년), 경성방직(1919년) 등이 있다. 두산그룹은 '마지막 보부상'이라고 일컬어지는 박승직이 오로지 맨주먹으로 일군 기업이다. 동화약품은 왕조 말기 궁중의 어가를 호위하던 선전관 민병호가 궁중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비기를 들고 나와 소화제 '활명수'로 창업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상업자본으로 시작했던 이들과 달리 경성방직은 설립 때부터 이미 산업자본으로 출범했다. 인촌 김성수는 조선인들이 옷을 만들어 입으려고 일본에서 들여오는 광목 값으로 한 해 2,700만원(지금 돈 약 2조 9,700억 원)이나 새어 나간다는 얘길 전해 듣고 방직공장 설립에 나섰다. 우리의 옷은 우리가 만들어 입어야 한다며 전국의 유지들에게 주식을 공모하여 설립한, 대규모 생산 시설을 갖춘 첫 근대 기업이었다. 우리의 경제경영사는 마땅히 거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만 옳다. (743쪽)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된다. 1부 '왜 삼성경영 현대경영인가?', 2부 '왕국의 시대', 3부 '제국의 시대', 4부 '일본의 SONY vs 한국의 삼성전자', 5부 '삼성경영 현대경영의 미래'로 나뉜다. 왜 '삼성경영 현대경영'인가를 시작으로, 삼성과 현대의 기업가정신, 리더의 조건, 이건희의 '창조경영', 정몽구의 '바텀 피더', 초고속 성장제국, 삼성경영 현대경영의 과거와 미래 등을 다룬다.

 

이 책은 758쪽에 해당하는 엄청난 두께의 책이다. 이 책 속에는 삼성과 현대의 과거로부터 현재, 미래까지를 비교분석하며 포괄적으로 담아냈다.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우화라든지 일화 등을 이용하여 자연스레 이야기를 펼쳐나가서 부담없이 몰입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현실 속에서 기업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왔으며, 그 안에서 배울 점은 무엇인지, 어떤 점을 기억해둘지 파악해볼 수 있다.

 

삼성과 현대는 리더의 양상이 확연히 구분되어 설명된다. 짐 콜린스는 세상의 모든 리더는 고슴도치와 여우,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진다고 말했는데, 이른바 직선과 곡선으로 일컬어지는 숲 속의 고슴도치형 아니면 숲 속의 여우형이라고 단정 짓는다. 이 책에서는 정주영과 정몽주를 숲 속의 고슴도치형 리더로, 이병철과 이건희를 숲 속의 여우형 리더로 분류한다. 이 책에서는 각각의 차이를 비교분석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저자는 이 책이 비판의 소지도 많을 줄 안다고 언급했다. 어떤 지적이 있을지 예상한다는 고백을 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도 그런 점에 동의하게 된다. 하지만 삼성과 현대에 대한 책을 출간하여, 그들 기업의 과거부터 미래까지 훑어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이 충분히 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해당 기업의 지난 시절을 되짚어보며 앞으로 미래를 통찰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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