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피다 시학시인선 82
송현숙 지음 / 시학(시와시학)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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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도시를 떠나 제주도로 이주하는 사람들로 제주도는 들썩이고 있다. 제주도는 예술혼을 불태울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특히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곳이기도 하다. 천혜의 자연을 바라보다 보면 글을 쓰고 싶고 그림을 그리게 된다. 글과 그림이 저절로 나온다고 할 수 있을만큼 자연스레 예술인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송현숙 시인이 서울을 떠나와 서귀포에 정착한지 다섯 해가 지나갔다. 다섯 번의 봄을 보내며 제주 서귀포에서 바라본 자연과 일상 속 상념을『그 섬에 피다』라는 한 권의 시집에 담아냈다.

 

 

이 책은 시학시인선 82번 째 시집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사람, 관계, 이별 등의 일상을 엿볼 수 있고, 2부에서는 서귀포에서 보는 자연, 3부에서는 여행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절제된 언어로 표현된 시편들은 정갈하다. 복잡한 감정의 곁가지를 쳐내고 오롯이 결정체만 남긴다. 이 시집을 보면 '말로 가득한 현실을 깨끗이 치우고 침묵을 만들어내는 것, 그게 시의 일이다.'라는 스테판 말라르메의 말이 떠오른다. 복잡한 도시의 생활을 청산하고 제주에서 자발적 유배를 택하자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담긴 책이다. 중요한 것은 늘 똑같았던 일상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켜야 두각을 나타낸다. 제주라는 공간에서는 소중한 추억과 멋진 자연, 모두를 누릴 수 있다.

 

시는 시인의 내면에서 오랫동안 차곡차곡 쌓여 응축되고 발효되어 어느 순간 비로소 표현되는 것이다. 어느 날 시를 쓰겠다고 결심하고 펜을 집어든다고 곧바로 시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에너지가 끊임없이 활동을 하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여 시가 되는 것이다. 그때까지 기다려주는 것도 시를 쓰는 행위이다. 이 책 속의 시를 보면 시간의 담금질로 슬픔은 정제되고, 대자연은 여러가지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그렇기에 슬프다고 말하지 않아도 읽는 이의 마음을 훑어내리고, 감동을 말하지 않아도 피부로 전달되며 신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것이다.

 

 

송현숙 시인의 시는 시대적 어떤 흐름이나 유파에 흔들리지 않고 목숨의 긴 이랑에서 머리로 가슴으로 부딪쳐 오는 것, 별이나 꽃, 새 울음이나 바람소리, 사람과의 만나고 헤어짐, 나고 죽음, 슬픔과 기쁨 등 마음속에 일어나는 모든 것을 글자로 옮겨 놓지 않고는 견뎌낼 수 없어서 그렇게 쓰인 시들이다. -이근배(시인,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이 책에는 삶의 순간이 농축되어 있다. 때로는 사람과의 이별에 고통받고, 자연에 경탄하고 자연 속에서 우리네 인생을 보기도 하며, 여행을 떠나서 새로운 세계에서 느끼는 감상을 보기도 한다. 결국은 그 모두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이 삶이라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누구든 이 시집을 읽으며 어느 부분에서는 멈춰서서 깊이 공감하게 될 것이다. 또한 지금의 마음 상태에 따라 마음속에 들어오는 시가 달라질 것이다. 특히 제주 이주민의 시를 읽어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고, 깔끔한 시어의 정갈한 느낌을 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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