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마을 인문여행 - 미술, 마을을 꽃피우다 공공미술 산책 2
임종업 지음, 박홍순 사진 / 소동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우리가 사는 곳곳이 삭막하다고 느낀 적이 있다. 예술가들이 활동하지 않은 적은 없었지만 예술 따로, 일상 따로, 평행선처럼 다른 공간에서 따로 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보니 일상속 풍경에서 예술이 녹아들어온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을미술프로젝트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아직은 여전히 낯선 느낌이지만 이 책『미술마을 인문여행』을 통해 예술분야의 변화를 실감하게 되었다. 이 책을 보며 마을미술을 엿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의 글을 쓴 임종업은 한겨레신문 창간 때 입사해 27년째 기자로 일하고 있다. 자연마을이나 도시의 형성 또한 오랜 시간에 걸쳐 집단지성이 이룩한 대지미술이라는 사실을 깨달아가고 있다고 한다. 사진을 찍은 박홍순은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났으며 유년시절 자연과 더불어 뛰어놀던 추억이 평생의 사진작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었으며,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땅들을 밟으며 《대동여지도 계획》을 이어가고 있다.

 

마을미술프로젝트는 일종의 '문화 새마을운동'이다. 일군의 작가들이 마을로 들어가 한바탕 미술잔치를 열어 가라앉은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시도다. 시작은 가난하여 작가들 일자리 창출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틀을 잡아가면서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마을경제 활성화로 지평을 넓혔다. 프로젝트의 결과를 관광자원화해서 쇠락한 마을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연 것이다. (4쪽_서문 中)

 

이 책에는 열 곳의 마을미술프로젝트에 대해 담겨있다. 부산 감천문화마을을 시작으로 화순 성안마을, 영천 별별미술마을, 영월 아트미로, 서귀포 유토피아로, 음성 동요마을, 남원 혼불마을, 정선 그림바위마을, 함창 금상첨화, 안동 벽화마을 등 열 곳을 직접 가본 듯한 느낌이 들도록 구성되어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곳은 서귀포 유토피아로이다. 그저 그곳의 겉모습만 보고 온 나로서는 다시 갔을 때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을 알고 보는 것이 훨씬 의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 마을미술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서귀포 '유토피아로'는 짧은 시간에 제주도를 맛보려는 이한테 돌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길은 제주 올레 6코스의 일부이며, 이에 덧대 서귀포시에서 만든 '작가의 산책길'에다, 작가들이 조형물과 벽화 40여 점을 설치하고 새로 붙인 이름이다. 말하자면 삼겹길이다. (139쪽)

작가의 산책길은 한국전쟁기 11개월 동안 서귀포에 머문 화가 이중섭이 어슬렁거렸으리라 짐작되는 가상의 길이라고 한다. 이중섭이 가족과 함께 머물렀다는 서귀포 집과 그를 기려 세운 이중섭미술관이 중심이다. 곳곳에 있는 예술작품을 책 속의 사진을 보며 다시 상기하게 된다. 막연히 보던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자구리 해변에 갔을 때에 왜 이런 미술품이 있는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이 책을 보며 알게 된다. 바다를 가린다며 극력 반대했다는 일화도 인상적이다.

 

이 책의 특징은 어슬렁어슬렁 산책하며 그곳에 직접 가있는 듯한 현장감을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잘 모르던 곳에 대해서도 하나씩 짚어주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언제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찜해놓게 된다. 이미 아는 곳이라도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는 것이 많다. 이렇게 한 권의 책에 마을미술프로젝트를 테마로 담아내려면 얼마나 많이 자료조사를 하고 다녀봐야할지 짐작이 간다. 이들의 노력으로 앉은 자리에서 편안하게 보게 된다.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또한 마을 안에 예술작품들이 어디에 생겨났고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볼 수 있어서 좋다. 어디론가 돌아다니고 싶은 가을날, 이 책을 보며 미술마을을 여행하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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