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이란 무엇인가 - 데카르트, 칸트, 하이데거, 가다머로 이어진 편견에 관한 철학 논쟁을 다시 시작한다
애덤 아다토 샌델 지음, 이재석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편견' 또는 '선입견'이라는 것을 깨뜨려야할 고정관념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편견은 없애고 또 없애야 하는 것인데 나도 모르게 자꾸 생기고 있다고만 여겼다. 하지만 이 책을 접하고 그것 또한 나의 편견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 책 자체가 그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내 안의 편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도구가 되었다. 그동안 생각하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논리적으로 접근해서 또다른 깨달음을 얻는 것이 독서의 즐거움이고 진리에 이르는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애덤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를 저술한 마이클 샌델의 아들이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하버드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다. 2014년 하버드대학교에서 출판한 본서 『편견이란 무엇인가Yhe Place of Prejudice』에서 그는 도덕 판단, 역사 이해, 그리고 과학 지식에서 편견의 역할을 탐구했다. 아리스토텔레스에서부터 하이데거, 가다머에 이르는 철학사를 토대로 바르게 이해된 편견은 명료한 사고에 대한 불행한 방해물이 아니라, 오히려 명료한 사고의 필수적 측면임을 보여준다. 나아가 우리의 이해로부터 모든 문화적, 역사적 선개념을 제거하려는 시도는 우리가 진리에 이르지 못하게 하며 오히려 부박함과 혼란으로 이어질 뿐이라고 주장한다. (책날개 中)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의 유명세와 그의 아들이라는 점이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을 더해서 읽어보도록 유도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김선욱 숭실대학교 철학과 교수의 추천의 글에서 보더라도 애덤의 책은 아버지 마이클의 책과 독립된 저술이다. 또한 아버지 마이클의 유명세로 나처럼 궁금한 생각에 읽어보게 되는 독자가 많으리라 생각된다. 어떻게든 편견에 대해 좀더 깊이 생각해볼 기회가 된 것이 중요한 일이다.

 

애덤 샌델은 우리가 편견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을 체계 있게 지적하면서 정당한 편견에 대한 적절한 평가를 우리에게 요구한다. 이러한 작업을 '비관여적 판단'과 '정황적 판단'이라는 두 개념의 정립을 통해 솜씨 있게 수행하고 있다. 편견은 안 좋은 것이므로 편견을 갖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은 우리의 상식이다. 그런데 애덤은 편견 가운데는 정당한 편견이 있음을 지적한다. 또한 우리가 편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편견임을 알려 준다. (7쪽_김선욱 숭실대학교 철학과 교수의 '추천의 글' 中)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편견에 반대하는 주장, 정황적 이해의 옹호, 정황적 행위, 역사 연구에서 편견의 역할, 도덕 판단에서 편견의 역할, 편견과 수사, 이런 내용이 총 6장에 걸쳐 이야기되고 있다. 고대 철학에서부터 계몽사상과 그 비판자들, 헌법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진행되어 폭넓고 깊게 생각할 계기를 마련해준다. 먼저 편견에 대한 편견부터 정리해보며 이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다양한 각도로 편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이 책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을 때와는 또다른 느낌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전혀 다른 저술 방식을 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잘 표현해낸 책이다. 이 책은 술술 읽히지는 않는다. 문장을 곱씹으며 의미를 해석해나가야 한다. 때에 따라서는 앞으로 다시 돌아와서 읽는 경우도 있다. 내가 이해한 부분이 그 의미가 맞는지 점검하기 위해서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편견에 대한 치밀하고 흥미로운 해석을 담은 애덤 샌델의 철학 대중서'라는 말이 들어맞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철학적인 갈증을 해결해주며 책을 읽어내는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편견에 관해 한 권의 책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해보는 시간이다. 아리스토텔레스, 키케로, 베이컨, 데카르트, 칸트, 헤겔, 애덤 스미스, 하이데거, 가다머 등 고대 철학에서부터 계몽사상과 그 비판자들, 하이데거와 가다머로 대표되는 독일의 해석학 전통, 그리고 헌법에 이르기까지 거시적인 관점에서 훑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좀더 깊고 어렵게 접근한다면 전문가들에게 필요한 부분이겠지만, 이 정도라면 철학 대중서라 이름 붙이기에 적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편견에 관한 철학 논쟁에 조용히 참관해본 느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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