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명상 - 내 마음이 보이는 그림 수업
프레데릭 프랑크 지음, 김태훈 옮김 / 위너스북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습하고 더운 여름 날, 두 번째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몇 달 전에 처음으로 읽어보았고 나중에 여유있을 때 또다시 읽어야겠다고 아껴둔 책이다. 이번에 다시 책장을 넘기니 처음의 감동이 오롯이 되살아난다. 이 책은 읽고 넘겨버릴 책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보며 내마음을 들여다볼 수단으로 해야한다. 나에게는 그림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제공해주는 책이다. 왜 그림을 그릴지, 어떻게 그릴지, 어떻게 대상을 바라보아야할지, 섬세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일러주는 책이다. 읽을 때마다 두근거리게 되니, 몇 번을 더 읽어도 내 마음에 파장을 남길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프레데릭 프랑크. 치과의사면서 미술가, 문필가로도 널리 알려진 인물로 다양한 재주 덕분에 '르네상스인'이란 별명이 붙었다. 치과의사로 일할 당시 아프리카 람바레네에 있는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의 병원에서 함께 의료 봉사활동을 펼쳤다. 그러면서 꾸준히 그림을 그려 재능을 인정받았고, 화가로도 이름을 알렸다. 2006년 6월 5일 98세의 나이로 자신의 집에서 편안히 눈을 감았다. 이 책 『연필 명상』은 그의 저서 중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은 책으로 당시 70만 부 이상 팔렸고, 현재까지도 단 한 번의 절판 없이 독자들에게 읽히며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이 책은 1973년에 출간된 책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았는데, 시간 간극을 전혀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더 놀라게 되었다. 지금의 나에게도, 먼 미래의 누군가에게도 이 책은 큰 울림을 줄 것이다.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리는 사람들에게도, 연필을 제대로 쥐지 못하는 일반인에게도,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그릴지 커다란 틀에서 일러주는 책이다.

그림 그리기를 생각해본 적이 없거나 간단한 선 하나도 쉽게 그릴 수 없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연필을 들고 사물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싶어질 것이다. (15쪽)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연필'과 '명상'에 대한 것이다. 즉 눈으로 받아들인 대상의 진실을 마음을 통해 손으로 전달하는 것을 연필 명상이라 일컫는다. 주변을 둘러싼 사물들을 보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명상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살면서 잘 안다고 생각하던 나무나 풀, 양상추 등 흔한 생물도 그리자고 보면 생소하다. 나는 그것들을 제대로 본 적이 없는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는 '보기'를 할 때 우리는 어느덧 몰두해서, 이 학습된 나를 잊고 벗어나 내가 마주한 현실 속으로 뛰어든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일부가 되고, 거기에 참여한다.

 

이 책은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일러주는 것이 아니다. 연필과 명상 중 명상에 더 큰 비중을 두되 연필이라는 수단이 꼭 필요한 것이다. 연필을 손에 쥐고 눈 앞에 보이는 사물이나 자연을 집중해서 바라보며 손의 흐름에 맡기면 된다. 이 책에 의하면 보고 그리는 일이 곧 명상이고, 온전히 살아있는 세상을 의식하고 완전한 관심을 기울이는 법에 대한 수련인 것이다. 나의 눈은 세상을 향해 열린 마음의 렌즈라는 점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대상을 바라보는 법을 새롭게 터득하게 되는 것은 큰 수확이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누군가에게 칭찬받을 만한 명작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수행이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제대로 바라보며 물아일체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는 방편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연필 한 자루를 들고 사물을 세심히 관찰하여 담아내는 수행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그런 열정을 건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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