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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묻다 첫 번째 이야기 - 지성과 감성을 동시에 깨우는 일상의 질문들 ㅣ 문득, 묻다 1
유선경 지음 / 지식너머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어보겠다고 생각한 것은 호기심에서였다. 최후의 만찬 그림을 여러 매체를 통해 보았지만, 메뉴가 무엇이엇는지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궁금하다는 것조차 생각지 못했던 많은 것들에 대해 새롭게 통찰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리라는 생각에 이 책 『문득, 묻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이 던져주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은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기대 이상이었고, 상상 이상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유선경. 1993년부터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글을 쓰고 있다. 이 책은 2011년부터 매일 아침 KBS 클래식 FM <출발 FM과 함께>에서 <문득 묻다>라는 동명의 코너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급하게 기획한 코너였고 제목도 별다른 게 생각나지 않아서 있는 그대로 '문득, 묻다'로 붙였는데, 5년째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하도 특별해서 누구라도 궁금해할만한 것보다는 주변에 흔하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궁금해하지 않는 것들이 시선을 끌었기에 주로 그에 관해 다루었다. 이번 권에서는 꽃을 보다가, 먹고 마시다가, 말하다가, 이렇게 세 장에 걸쳐 관련 내용을 담았다.
무엇보다 호기심과 궁금증은 생의 충동을 가늠하는 잣대입니다.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은 사람, 그는 삶에 통달한 사람이 아니라 세상과 인간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 심지어 이 세상을 사람들과 더불어 살고 싶지 않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묻지 않는 사람은 불안합니다. 침묵과는 다른 의미의 경고등입니다. (여는 글 中)
이 책의 첫 장을 펴자마자 '그러게. 난 왜 그게 궁금하지 않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김춘수의 <꽃>에 나오는 꽃은 무슨 꽃일까?'라는 질문을 접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수시로 접한 시인데다가 억지로라도 외우게 된 시, 그 시의 꽃이 무엇일까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궁금해지고 그에 대한 답변도 보게 되었다. 첫 번째 장에는 꽃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통해 새롭게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그밖에도 '가냘픈 꽃 코스모스에 왜 우주(cosmos)라는 이름이 붙었을까?','반달에 사는 계수나무는 어떤 나무일까?','대나무에도 꽃이 필까?','<겨울 나그네>의 보리수는 어떤 나무일까?','저승의 서천꽃밭에는 어떤 꽃들이 피어 있을까?'와 같은 질문들이 특히 궁금했고, 그에 대한 짤막한 글을 바라보게 되었다.
두 번째 장에는 '<최후의 만찬>에 나온 메인 요리는 무엇일까?','<커피 칸타타>를 작곡한 바흐, 실제로 커피를 즐겨 마셨을까?','예루살렘에는 왜 치즈버거가 없을까?','2억 년 전의 식물 중 우리가 지금도 먹는 것은 무엇일까?','최초의 숟가락과 젓가락은 무엇이었을까?' 등 음식과 관련된 내용을 짚어본다. 마지막 3장은 '말하다...문득,묻다'인데 '도리도리 까꿍은 무슨 뜻일까?','삼천갑자 동박삭, 어떻게 죽었을까?','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개 풀 뜯어먹는 소리는 어떤 소리일까?' 등의 질문을 다룬다.
평소에 질문조차 하지 않던 부분을 짚어주고 이야기를 건네주기에 이 책을 읽는 시간이 흥미로웠다. 주변을 달리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으며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재미있게 읽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었다. 깔깔 웃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며, '아, 그렇구나!' 감탄도 하면서 읽어나갔다. 혼자만 아는 것보다는 나누고 싶은 이야기이다. 이 책을 집어들고 질문을 던지면 사람들의 호기심이 극에 달한다. 그러면 관련 내용을 읽어주는데 듣는 사람도 재미있어한다. 라디오 방송을 듣지 않는 나로서는 이렇게 책으로 출간된 것이 더없이 반갑다.
감수성을 일깨우는 시간은 하루에 잠깐이면 족하다. 커피를 한 잔 마시는 시간이어도 되고, 나른해지는 오후 무렵이어도 좋다. 잠에서 덜깬 이른 아침이어도, 홀로 깨어있는 한밤의 시간이어도 상관없다. 그저 짧은 시간을 내서 내 안의 내가 깨어나서 살아있음을 느끼면 된다. 오히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면 부담스러워져서 감성의 시간과 멀어지게 할 뿐이다. 그렇기에 이 책이 잠깐씩 살아 움직이며 세상의 수많은 것에 질문을 던질 것이다. 사소하다고 생각되어 질문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을 짚어주기에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새롭게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 책이 첫 번째 이야기를 담은 것이니 다음 책에는 어떤 내용이 담길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곁에 두고 또 읽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