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는 뇌 - 디지털 시대, 정보와 선택 과부하로 뒤엉킨 머릿속과 일상을 정리하는 기술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 여름에 입었던 옷을 어디에 두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아서 대대적인 정리에 들어갔다. 분명 내가 정리해두었으니 버리지 않았다면 분명 어딘가에는 있을텐데, 예상했던 자리 몇 곳에서 찾을 수 없었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찾았을 때 환호성을 질렀지만, 숨어있던 잡동사니들이 몰려나와 정리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했다. 이번 일로 크게 두 가지를 깨닫게 되었다. 첫번 째는 시간이 흐르고 내 관심 밖으로 가버린 일은 기억에서 희미해지기 때문에 물건은 끼리끼리 제자리를 지정해서 놓아두어야한다는 것이다. 바쁘다는 이유로 대충 아무데나 두었을 경우에 나중에 찾으려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비슷한 옷과 가방이 있으면서도 그 물건들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또 사려고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가지고 있는 것만 충분히 활용해도 될 것을 내가 갖고 있지 않은 물건에 대한 결핍감으로 새 것에만 눈을 돌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최근에 정리에 관한 여러 책을 들여다보며 정리를 하려고 하지만, 금세 다시 어수선해지는 환경에 의욕 상실 중이었다. 무엇보다 정리를 하고자 하는 나의 의지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책이나 더 보고 싶고, 친구를 만나거나 영화를 보는 등 다른 일을 하고 싶은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푹 쉬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내 마음을 흔들어놓을 무언가가 필요했고, 이 책이 나의 시야에 들어왔다. '정리'와 '뇌'라는 단어에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책이다. 단순히 집 안의 정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세계의 정리, 시간의 정리, 정보의 정리, 비즈니스 세계의 정리 등 삶의 포괄적인 부분에서 바라볼 수 있어서 의미 있는 독서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이 책 『정리하는 뇌』의 저자는 대니얼 J. 레비틴이다. 인지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이며,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현재 몬트리올 맥길대학에서 심리학, 행동신경과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음악 지각, 인지, 전문지식을 위한 레비틴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TV,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 및 잡지 기고 활동을 통해 심리학과 신경과학의 대중화에도 힘 쏟고 있으며,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에서 언급해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1만 시간의 법칙'을 과학적으로 연구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 책의 추천사를 보면 이 책의 매력을 한 줄로 압축해놓은 것을 알 수 있다. 그 중에서 '내 말이 그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었던 추천사를 모아보았다.

신경과학과 인지심리학을 빗질하듯 가지런히 다듬어놓은 책이다. 가정, 사회, 시간, 의사결정, 비즈니스 세계와 관련된 값진 통찰을 제공한다.

      -나딘 캐슬로, 미국 심리학회 회장, 에모리대 의과대학 교수 겸 부학장

위트와 매력이 넘치고 과학적 정보도 가득 담긴 책이다. 심리학과 인지과학의 원리들이 일상생활을 정리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게리 알트만, 코네티컷대학 심리학과 교수, 《말하는 뇌》저자

《정리하는 뇌》는 정보 과부하의 영향을 극복하게 해 줄 완벽한 해독제다.

     -스콧 터로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아이덴티컬》,《이노슨트》저자

 

이 책은 총 3부로 나뉜다. 제 1부에서는 '인지 과부하의 속사정'과 '주의와 기억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볼 수 있고, 제 2부에서는 집 안의 정리, 사회세계의 정리, 시간의 정리, 어려운 결정을 위한 정보의 정리, 비즈니스 세계의 정리를 다룬다. 제 3부에서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그 외 모든 것의 정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부록과 인덱스, 주석까지 포함하면 600페이지가 넘는 대장정이다. 흥미로운 느낌을 유지하며 기나긴 여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저자의 능력이고 글솜씨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뒷표지에 보면 이런 질문들이 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질문들이 와닿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을 읽으면 이 질문들에 대해 적절한 해답을 얻게 될 것이다. 읽어나가면서 뇌 속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또한 어떻게 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감이 오고 실행하고 싶어진다.

자주 물건을 잃어버리고, 중요한 일을 깜박하는 정보 과부하 증상에 필요한 정리법은?

멀티태스킹을 하면서 습득한 정보는 왜 뇌의 엉뚱한 부분에 저장될까?

성공하는 사람들이 엄청난 업무량에도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비결은?

뇌를 중독시키는 이메일, 문자메시지, 소셜미디어. 어떻게 사용해야 득이 될까?

사실로 위장한 광고글, 엉터리 의학 등 위험한 정보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은?

 

먼저 부담갖지 않고 이 책을 읽으려면 다음 문장을 염두에 두고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정리하는 뇌를 이해하는 한 가지 핵심은 그것을 그 자체로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 뇌는 사물을 당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정리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작동방식이 설정돼 있다. 뇌는 상당한 유연성을 지녔지만, 오늘날과는 서로 다른 종류, 서로 다른 양의 정보에 대처하기 위해 수만 년에 걸쳐 진화되어온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다. (15쪽)

뇌를 이해하고, 정리하는 뇌를 그 자체로 인정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수많은 정보가 쏙쏙 들어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기 인류나 옛사람들로부터 현대인까지 이어지는 역사적인 부분까지 짚어주며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고,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에 대해 과학적 뒷받침까지 알차게 구성되어 있으니 지루할 틈 없이 읽어나갈 수 있다. 우리 뇌가 작동하는 현실을 인식하고 정리에 대한 본격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지금껏 비효율적이었던 환경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욕이 생긴다.

 

뇌의 기본적인 것을 짚어보고, 본격적으로 2부에서 정리정돈을 시작하게 된다. 이 책을 읽는 속도가 더디게 된 것은 읽는 순간 정리를 하고 싶도록 만드는 데에 있었다. '정리정돈의 시작은 집에서부터'라는 부분을 읽으며 잡동사니 서랍부터 손이 가고, 디지털 정보까지 정리하게 되며 점점 폭을 넓혀가게 된다. 특수문자까지 넣어 만들라는 비밀번호, 예전에 사용했던 비밀번호는 사용하지 말라고 하니 나에게조차 비밀이 되어 자꾸 잊어버리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그에 관한 공식을 만들어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눈에 띄는 알찬 정보 덕에 곧바로 실행하며 책 읽기를 지속하게 된다.

 

일단 집 안의 물건을 정리할 때에는 어떤 물건을 잃어버리기 쉬운지에 대한 설명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차 키는 잃어버려도 차를 잃어버리는 일은 없다고 하며,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는 큰 원칙 중 하나는 '지정된 장소의 원칙'이라고 말한다. 또한 행동유도장치를 통해 정리된 상태를 지속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간단한 행동유도장치라면 꼭 새로 무언가를 구입하지 않아도 비슷한 기능을 이끌어낼 수 있다. 책, CD,DVD 같은 것이 잘 정리되어 있고, 책장이나 음반 서랍장에서 지금 막 꺼낸 것을 어디에 다시 꽂아두어야 하는지 기억하고 싶다면 방금 꺼낸 것 바로 왼쪽에 있는 것을 2cm 정도만 앞으로 빼어두자. 물건을 다시 되돌려놓도록 해주는 간단하고 훌륭한 행동유도장치가 될 수 있다. (138쪽)

정리정돈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를 잡아가며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이 책의 포인트이다. 저자의 말처럼 모든 사람에게 효과 있는 단 한 가지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 법. 그렇기에 이 책을 읽으며 자기만의 방식을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원칙들을 바라보며 중점 사항을 뽑아내는 것이 이 책을 잘 활용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하는 이야기가 내 마음에 강하게 남는다. 정리하는 목적은 다른 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하고 효율적으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것이다. 그렇기에 물건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기나 사람들과의 관계 등 모든 면에서 웅덩이의 물처럼 고여있지 말고 끝없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낡은 것은 내보내야한다. 우리는 끝없이 변화하며 존재하는 인간이기에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관건이라는 점을 기억해야할 것이다.

정리는 우리 모두를 삶의 다음 단계로 이끌어준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낡은 습관에 얽매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우리 삶에서 청소가 필요한 영역들을 의식적으로 자세히 살펴 확인한 후에 체계적이고 주도적으로 청소를 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행동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중략)...경험에 비추어보면 내가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무언가를 잃어버렸을 때 보통은 그보다 더 좋은 무언가가 그 자리를 대신해주었다. 낡은 것을 없애면 무언가 훨씬 멋진 것이 그 자리를 채워준다는 신념을 갖는 것, 그것이 바로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관건이다. (55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