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인과 바다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인규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월
평점 :
『노인과 바다』를 처음 읽은 것이 사실 몇 년 되지는 않았다. 그 제목을 당연스레 들으며 자랐고, 너무나 큰 유명세만큼 나에게 익숙한 책이었지만, 막상 책장을 펼쳐드니 읽은 적이 없던 책이었다. 그 때에는 이 책이 왜 유명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책장에 꽂아두고 잊고 지내다가 문득『노인과 바다』를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느낌이 이렇게 180도 다를 수 있는가, 묘한 생각이 든다. 분명 3년 전 이 책을 읽었을 때에는 왜 이 책을 읽겠다고 덤벼든 것인지 나 자신이 이해되지 않았고, 그냥 유명한 책으로 놔둘 걸 하는 후회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때의 내가 왜 그렇게 느꼈던 것인지, 가능하다면 과거의 나에게 짚어주며 이야기해주고 싶어진다.
주인공 산티아고 노인은 어부인데, 84일이나 고기를 못잡았다. 그 날은 바다 멀리까지 나가서 길이가 5.5미터 가까이 되고 무게가 700킬로그램가량 되는 엄청나게 큰 물고기를 잡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노인에게는 시련이 남아있었다. 이틀연속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지친데다가 상어들의 공격으로 물고기를 지켜내는 것이 버겁기만 하다. 결국은 커다란 물고기의 뼈다귀만을 가지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무미건조하게 요약할 수 있겠지만, 노인이 바다에서 물고기와 힘겨루기를 하는 장면이나 노인의 독백에서 유추해볼 수 있는 심리적인 면 등이 읽는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요리의 재료를 툭툭 던져주며 레시피만을 알려주어도 직접 요리해서 식탁을 풍성하게 만드는 듯한 느낌이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에는 요리의 재료만 바라보며 실망을 했지만, 이번에는 직접 요리하며 간을 보는 전반적인 과정을 즐겼음을 알게 된다.
이 책을 모닝커피를 한 잔 마시며 소리내어 읽었다. 매일 아침 10분에서 15분 정도일 것이다. 눈으로만 읽으면서 놓쳤던 많은 것들을 소리내어 읽으며 알게 된 것이다. 책은 언제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상반된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며 확실히 깨닫게 된다. 글로 남기며 지금 이 느낌 그대로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