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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만든 대학들 - 볼로냐대학부터 유럽대학원대학까지, 명문 대학으로 읽는 유럽지성사
통합유럽연구회 엮음 / 책과함께 / 2015년 5월
평점 :
사회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좋은 대학에 가서 졸업후 번듯한 직장을 얻고 행복하게 가정을 꾸리고 살아야 한다. 평범한 사람이 된다는 것조차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다. 해마다 수능철이 되면 수험생들 신경을 쓰느라 초조하다. 이왕이면 시험을 잘 치러 좋은 대학에 합격하는 행운을 누리도록 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행복으로만 향해 가는 것일까.
'대학'이라는 추상적인 단어 말고 실제의 대학이 궁금하다. 특히 유럽의 대학의 현재와 지금의 모습까지의 역사, 미래의 모습은 짐작하기 힘들다. 유럽대학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이 책 『유럽을 만든 대학들』을 읽어보게 되었다.
한 사회에서 대학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어떤 역할을 하는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대학이 독립적인 위상을 위협받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답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이를 생각해보려면 최초로 대학이 태어나고 성장한 유럽 사회를 역사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과연 유럽 사회에서 대학은 어떤 존재였는지 말이다. (13쪽)
이 책은 '통합유럽연구회'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전문가 집단의 공동 집필로 발간되었다. 통합유럽연구회는 유럽을 하나의 '통합적' 역사 단위로서 이해하려는 시각을 견지하면서 역사, 문화 등 인문적 시각 및 사회과학적 접근 방법을 '통합'하여 연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술 단체이다. 2010년 『인물로 보는 유럽통합사』2013년『도시로 보는 유럽통합사』에 이어, 이번에는 유럽통합운동을 이해하기 위한 세 번째 접근 방식으로 대학을 통한 접근을 시도하고자 한 것이다.
이 책의 앞부분에서 유럽대학의 기원부터 살펴본다. 유럽대학의 기원이 언제부터인지를 정확하게 알 길은 없지만, 활발한 인적, 물적 교류가 이루어지는 자치 공간인 도시, 특히 이탈리아의 볼로냐와 파리에서 대학의 원형이 싹트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두 도시의 공부 모임이 틀을 갖추게 되는 데에는 세속 권력자들과 교황이 이 모임에 자치권과 학문적 자율권을 인정하는 각종 특허장들을 수여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볼로냐와 파리 이외에도 12세기 후반에는 잉글랜드의 옥스퍼드와 이탈리아의 살레르노, 남부 프랑스의 몽펠리에에서도 대학들이 형성되었다. 이후 13~15세기에 걸쳐 유럽 전역 각 도시에서 때로는 교회의 후원으로, 때로는 세속 권력자들의 후원으로 대학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은 1부 '중세의 전통을 만든 대학들', 2부 '근대 유럽을 형성한 대학들', 3부 '유럽의 미래를 만드는 대학들', 4부 '통합 유럽을 이끄는 대학들', 이렇게 총 4부에 걸쳐서 유럽의 대학을 다룬다. 유럽 대학들의 모교 '볼로냐대학', 중세 신학의 심장이 되다 '파리소르본대학', 근대 대학의 어머니 '베를린훔볼트대학', 프랑스 권력 엘리트의 산실 '시앙스포', 민족 경계의 대학에서 통합 유럽의 대학으로 '스트라스부르대학' 등 이 책을 통해 유럽의 대학을 굵직굵직하게 짚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유럽 주요 대학들의 역사와 전통을 살펴보는 부분에서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학들이 유럽의 정신을 이끌어간 원동력이 된다는 점을 인정하게 되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 읽어나가게 되었다. 이름조차 잘 몰랐던 대학들이지만 거기에 얽힌 역사를 살펴보면서 역사적인 면과 결부시켜 이해하게 되었다. 모르던 사실을 알아가는 것에서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시간이다. 대학으로 읽는 유럽 지성사로 유럽의 흐름을 읽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