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있어요, 지금도 - 소설처럼 살아야만 멋진 인생인가요
서영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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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없이 눈 앞에 가득 쌓인 일을 처리하며 헥헥거리며 살다보면 시간이 정말 금세 흐르고 만다. 분명 추운 겨울이었던 것 같은데, 정신 차리고 보니 벌써 여름의 더위가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일상에 치우치다보면 꽃 한 송이 제대로 볼 시간도 없고, 하늘 한 번 쳐다보는 여유도 누리지 못한다. 하지만 책을 읽을 때에는 다르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따라가며 마음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시간 만큼은 나를 멈추게 한다. 이 책 『잘하고 있어요, 지금도』를 읽으며 지금 현재의 인생을 짚어보고 나를 위로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에서는 나에게 편안하게 이야기를 건넨다. '소설처럼 살아야만 멋진 인생인가요? 잘하고 있어요, 지금도......'

 

표지를 넘기고 앞부분 페이지에 차례로 적힌 글을 보며 숨을 고른다.  

지금은

잠시 멈출 때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나에게 질문할 때

어떻게 살고 싶은지 세상을 둘러볼 때

그리고

나의 성장을 위한 작은 변화를 준비할 때

하찮게 보이는 작은 '지금'들이 현재를 채우고 나의 과거가 된다.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이라면, 정신없이 바쁘게만 보내는 시간을 나중에 돌이켜볼 때 아쉬움이 가득하리라 생각된다. 지금, 잠시 멈추고 나를 바라보고 세상을 둘러보아야할 때라는 점을 절감한다.

 

이 책의 저자는 서영아. 생각해보니 그의 전작 『당신은 스토리다』를 읽은 기억이 떠오른다. 대한민국 스토리를 만드는 10명의 크리에이터, 그들을 10가지 이야기로 만나볼 수 있는 책이었다. 그 책을 읽으며 '마음을 흔들지 못하면 모든 것이 가짜다.'라는 문장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내 안의 열정을 되살려보며 나 자신도 창조적인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을 떠올린다. 기억에 강하게 남았던 책이었기에 이번 책 『잘하고 있어요, 지금도』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이 책은 낯선 공간, '티아하우스'에 관한 이야기로 프롤로그가 전개된다. 스토리를 통해 독자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그곳에서는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을 수 있는 시간을 고요한 자기 혁명의 시간,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고 비로소 다음 단계로 건너갈 수 있는 '브릿지 타임'이라고 불렀다. 그 시간을 선물한 곳은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신부들의 공간인 티아하우스다. 미혼과 결혼의 가운데에 놓여있는 섬과 같은 곳. 티아 할머니는 한 달에 한 번 신부들을 위한 모임을 마련했는데, 이곳의 주제는 결혼이 아니라 '여자'였다. 소통하면서 서로를 찾아내고 배워가는 시간을 보여준다. 그 공간에는 여자들의 시간이, 여자들의 움직임이 있다.

 

여자들끼리 모여서 도란도란 수다를 나누고 소통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티아하우스같은 공간이 내 주변에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속의 티아하우스를 만들어놓고 티아 할머니같은 멘토를 초대해본다. 전체적으로 술술 풀어나가는 스토리 구성에 티아 할머니의 말씀과 노트가 어우러져 멈춰서서 음미하게 된다. 때로는 티아 할머니의 노트를 들여다보듯, 그 안에서 지금의 나에게 건네주는 목소리를 듣는다.

자신의 생을 굳건히 살아내는 모든 것들은 모두 꽃이다. 모두 기특하다.

피고 지는 모든 것들은 맨 처음 지구에 발을 딛고

뿌리 내렷던 역사를 가졌다.

제자리를 찾아내고 그 자리에서 기어코 뿌리를 박고

제 에너지를 모으고 펼쳐내는 것이

아프지 않았을 리 없다.

그 성장통이 있었기에 피고 지는 모든 생명이

이렇게 애틋하다. 짠하다. (66쪽)

티아 할머니의 메모를 보고 나도 나만의 감상에 젖는다. 그런 시간을 갖게 되는 것이 이 책의 묘미다. 티아 할머니의 말과 메모를 통해 내 마음을 어루만져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을 나만의 공간에서 조용히 읽어나가면 강물에 던지는 돌멩이처럼 내 마음에 파장을 일으킨다. 마음에 말을 걸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티아 할머니와 함께 하는 브리짓 타임은 소소한 일상의 의미를 되살려준다. 씹을 수록 단 맛이 나는 껌처럼 곱씹으며 읽으면 감동이 배가된다. 소박한 한 끼 밥상을 먹는 것처럼 담백하고 정갈하다. 그러면서도 내 안의 자양분이 되어 건강한 마음으로 뿌리내리게 도와준다. 처음에는 티아 할머니의 노트만 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읽다보니 스토리 속에서 티아 할머니의 말이 더욱 도드라져 다가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강약 조절을 잘 해서 강하게 다가올 문장이 더욱 빛난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는 문이 하나 있다.

그 문 끝에 또 다른 문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다음 문을 열고 나는 새로운 여행을 준비할 것이다.

나는 늘 다음 페이지가 설렌다.

티아 할머니의 노트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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