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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신화로 말하다
현경미 글.사진 / 도래 / 2015년 4월
평점 :
인도 여행을 하다보면 힌두교의 신들이 생활에 뿌리 깊이 공존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생활 속에서 잠깐씩 신에게 기도하기도 하고, 자신들만의 의식을 행한다. 특별한 축제일에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라 매일매일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다보면 곳곳에서 다양한 신전을 볼 수 있다. 그들에게서 종교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삶 자체이다. 인도의 신은 이 책에서도 이야기하지만 3억 3천여 신이다. 그 신을 모두 알 수는 없겠지만 기본적으로나마 짚어보고 인도 여행을 떠난다면 여행지에서 보게 되는 폭이 달라진다. 인도에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인도 신화를 알아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일이다.
이 책에서는 힌두교의 3대 신인 창조주 브라마, 보존자 비슈누, 파괴자 시바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인도 신을 소개한다. 브라마가 창조의 신이면서 인도 그 넓은 땅에 브라마를 위한 사원은 푸시카르 단 한 곳밖에 없다는 점에 대한 여러 가지 설, 브라마의 부인 지식의 신 사라스와티, 비슈누와 아내인 부의 여신 락슈미, 시바와 파르바티 등 가지뻗어나가 듯 신화가 이어진다. 그들이 환생하고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변형된다. 앞부분만 보아도 흥미로운 생각이 들 것이다. 인도에서 힌두교는 모든 종교를 포용하는 모습이기에 토속적으로 끊임없이 재탄생하는 듯이 보인다. 그래서 미신이라고 사라질 일은 없을 듯하다.
인도인의 삶에서 힌두교는 현재진행형이다. 외부인이 언뜻 보면 미신처럼 보이지만 수천 년 동안 그들의 역사 속에 녹아 있는 것은 물론, 지금도 각 가정이나 사회에서는 힌두교의 윤리와 규범을 따록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힌두교는 인도인의 삶 전체를 지배한다. (27쪽)
이 책은 무엇보다 각종 신에 대한 그림과 사원 사진 등이 상세하게 실려 있어서 읽는 맛을 더한다. 글만 있으면 막연한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그림 및 사진이 함께 있어서 더욱 생생하게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다. 인도 여행을 할 때에 사원이 워낙 많아서 일일이 다 짚어보고 다닐 수는 없다. 여행 중 스쳐지나갈 수도 있을 부분까지 알차게 담겨있어서 인도 구석구석을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생생한 사진이 책에 임팩트를 더한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는 신화 속으로, 2부에는 생활 속으로, 3부에는 여행 속으로'를 다룬다. 1부에서 인도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계보를 빠른 속도로 훑어보았다면 2부에서는 인도인의 생활 속에서 볼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나온다. 가장 먼저 불의 축제 디왈리를 다룬다. 지역별, 계절별로 보면 단 하루라도 축제가 없는 날이 없다는 인도에서 디왈리와 홀리는 손꼽을만한 축제다. 카스트 제도를 직접 몸으로 느끼게 된 일화라든지, 저자가 살았던 동네인 구르가온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3부에서는 여행 이야기를 들려준다. 히말라야 언저리 심라, 히말라야 만년설이 보인다는 내니탈, 저자만의 여행지를 함께 여행하는 듯 읽어나갔다.
제목으로 예상해볼 때 한 권 전체에 신화에 대한 이야기가 있을 줄 알았는데, 온전히 신화에 대한 이야기는 1부에서 볼 수 있고, 2,3부에는 다른 이야기가 함께 있었다. 이런 점이 이 책의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서 인도 여행을 앞둔 사람들에게는 흥미를 유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이 장점이고, 좀더 인도 신화에 대해 깊이 들어가서 살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아쉬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3억 3천 신 중에서 모르는 신을 대량으로 알게 될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굵직굵직한 신을 제대로 아는 시간을 제공해준다.
인도 여행을 하면 신화에 대해서는 듣지 않으려고 해도 들을 수밖에 없다. 얼핏 들은 이야기와 추상적으로 어렴풋이 알았던 내용을 이 책을 보며 정리할 수 있어서 의미 있었다. 저자가 인도에서 4년간 거주했던 경험을 살려 집필한 내용도 생생하게 현장감을 느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처음 인도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사람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