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 - 파워라이터 24인의 글쓰기 + 책쓰기
경향신문 문화부 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다보니 서평을 남기게 되었다. 독서량이 많아지면서 나의 기억력이 따라가지 못하기에 나중에는 그저 읽었다는 기억밖에 남지 않아 아쉬운 경우가 있기 때문이었다. 어떤 책은 내가 쓰면 이것 보다는 낫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직접 글을 쓰겠다고 시도해보니 느낌이 달랐다. 백지공포라는 것을 경험해보기도 했다. 나를 잡아먹듯 노려보는 커서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초라한 느낌에 다시 독서와 서평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강신주, 고병권 등 뉴 파워라이터 24인의 글쓰기와 책쓰기에 대해 궁금한 생각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가장 먼저 강신주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내가 왜 자꾸 글이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인지 깨닫게 되는 문장이 있었다. 정신적인 선순환을 추구하는 본능이었던 것이다.

글쟁이가 되려는 사람이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변비'와 '비만'이다. 글을 잘 쓰려면 좋은 책을 무턱대고 많이 읽기보다는 일단 지금까지 읽고 배운 것들을 글이나 말로 '배설'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독서 모임에 나가든, 블로그에 글을 쓰든, 책을 써서 풀든 속을 비워내서 더는 말이나 글로 떠들 게 없다고 느껴질 때 책도 읽힌다. "먹고 싸는 것을 함께해야 선순환이 되는데 만성변비 상태인 사람들이 많아요. 책은 많이 읽는데 세상에 대한 판단이 별로 없는 사람들의 문제는 배설기관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거죠." (26쪽)

 

이 책에 담긴 뉴 파워라이터 24인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철학자 강신주, 사회학자 고병권, 법학교수 김두식, 정치학자 김원, 군사평론가 김종대, 셰프 음식칼럼니스트 박찬일, 역사저술가 박천홍, 디자인연구자 박해천, 경제연구인 선대인, 문학평론가 신형철, 문화학자 엄기호, 입자물리학자 이강영, 시인 이병률, 경제평론가 이원재, 미술사학자 이주은, 서평가 이현우, 저술가 임승수, 과학철학자 장대익, 진화심리학자 전중환, 문학평론가 정여울, 여성학자 정희진, 철학자 진태원, 신경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칼럼니스트 한윤형

보통 서평을 쓸 때 몇 명만 선별해서 쓰게 되는데 이번에는 한 명도 빠뜨릴 수가 없다. 이들의 직업과 이름을 하나하나 나열하게 되는 것은 이야기 하나하나가 개성있고 가치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다양한 직업과 분야만큼 이들의 글쓰기 스타일도 개성 넘친다.

 

글쓰기에 관련된 책을 읽다보면 무조건 많이 쓰라고 하는데 틀린 말도 아니지만 막연하게만 느껴질 때가 많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천편일률적인 글쓰기 법칙이 아니라, 지금 글을 쓰는 작가들이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써나가는지에 대해 짚어보게 되어 흥미롭다. 다들 제각각이고 자신만의 글쓰기 방법이 있다. 세상에 있는 책들이 한 가지 색깔만 드러낸다면 얼마나 단조로울까. 글쓰기에 관해 보편적인 법칙을 정리하는 책도 필요하겠지만, 구체적으로 실제 작가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니 눈에 쏙쏙 들어온다. 이 책은 작가들의 글쓰기에 관한 인터뷰를 다루고 이들의 솔직담백한 모습을 보여주기에 독자에게 글쓰기의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은 주어지지만 모든 시간을 글쓰기에만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는 법. 그렇기에 한 인간으로서 이들의 글쓰기 방법을 엿본다. 고병권은 글을 다 쓰고 나면 며칠 묵혀두는 습관이 있고, 김두식은 글을 쓸 때 일단 떠오르는 생각을 아무렇게나 적고 나서 많이 고치는 편이다. 무조건 많이 고칠수록 좋아진다고 생각한다. 선대인은 잠자기 전 편안하게 있을 때나 산책을 할 때도 긴장감이 풀리면서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른다고 하고, 이원재는 먼저 구성하고 나서 글을 쓰는 쪽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자신만의 글쓰기 방법이 정리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는 마음에 콕 와닿아서 실행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고, 의견이 맞지 않은 부분에 있어서는 알아서 걸러내게 된다. 그것은 나의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면 자신의 글쓰기 스타일을 정립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정희진은 "흔히 사람들이 범하는 착각 가운데 하나가 머릿속에 들어 있는 글뭉치를 모니터나 종이에 옮겨놓기만 하면 그대로 글이라는 완성품이 나온다는 생각이다. 쓰기도 전에 이미 완성되어 존재하는 글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어떤 방식으로 글쓰기를 할지 내 색깔을 잃지 않을 방법을 정리했으면, 이제 시작이다. 일필휘지는 없다. 틈틈이 많이 쓰고 열심히 고쳐야겠다.

 

이 책은 논픽션 글쓰기를 지향하는 예비작가, 전문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 막연히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어떻게 할지 막막하기만 한 사람들에게 유익한 책이다. 각 분야의 저자가 한 데 모이니 읽을거리가 풍성해진다. 몇 명만 읽어보려고 펼쳐들었으나 한 글자도 빼놓지 못하고 꼼꼼하게 읽게 된다. 그런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글을 써보겠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읽고 나니 조금은 더 용감해진다.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