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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민낯 - 내 몸, 내 시간의 주인 되지 못하는 슬픔
대학가 담쟁이 엮음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3월
평점 :
세대 차이, 이해하기 힘든 장벽이다. 같은 시간을 공유하지 않았기에, 같은 꿈을 꾸지 않기에, 그만큼의 거리감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서로 간의 이해는 평생을 가도 기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시간의 간극은 메우기 힘든 것이고, 사람의 생각마저 커다란 차이를 만들고 말았으니까. 같은 시대를 살아도 다른 세상을 사는 듯한 느낌이다. 결국 대화의 창을 아예 닫아버리게 되기 십상이다.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해도 이해되는 것은 아닌 것이 세대 차이라는 생각이 든다.
2014년 2학기. '출판기획제작' 강의를 듣던 학생들 20명이 20대의 실체를 보여주고나 20대의 낙서 채집에 나섰다. 대학생들이 활발히 참여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페이스북, 블로그의 글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놀이, 연애, 경제, 학업, 진로, 정치,사회, 잉여 생활 등으로 분야를 나누고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모았다. 그런데 어느 정도 모아진 글을 읽으며 깜짝 놀랐다. 그들의 글에는 연애, 교수, 친구, 축제에 관련된 글이 거의 없었다. 과제, 스펙, 당장 먹고사는 문제와 진로에 관해 마치 한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반복하고 있었다. 학생들조차 당황하는 듯했다. 마치 거울을 처음 마주한 사람처럼, 낯설고도 익숙한 이 얼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생각이 많아 보였다. 이 시대 청춘은 이런 모습이었다. (에필로그 中_ 지도교수_이소영)
우리는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지금 학교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학생들은 어떤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그 안에 속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졸업 후에 적당히 쉽게 취직이 되는 세대도 아니고, 캠퍼스의 낭만은 꿈꾸기 힘든 분위기일 것이라는 추측을 할 뿐이다. 학점 관리와 스펙 쌓기는 기본, 출중한 외모에 다양한 경험까지 갖춰야 하는 요즘 대학생들. 하루 24시간은 모자라기만 하고, 몸과 마음이 지쳐 의욕도 사그라들 법하다.
처음에는 가벼운 듯 했다. 낙서를 보는 느낌은 다 그럴 것이다. 가볍게 던져진 말을 보며 순간 웃어 넘기기도 하고, 묘하게 공감하며 마음이 가게 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낙서인데 내 마음속에서 뜯어낸 듯 나와 꼭 닮아 있었다'는 생각을 털어놓았다는 서문의 글이 인상적이다. 가벼운 것도 무거운 것도, 세상의 고뇌를 다 짊어진 듯한 염세적인 것도, 웃어넘기는 초긍정마인드도 모두 그들의 일상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어느 시대라고 청춘들이 살아가는 현실이 힘들지 않았던 적은 없었겠지만, 요즘 아이들이 쉽게 산다거나 생각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삶의 소리를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이 책의 표지에 '내 몸, 내 시간의 주인 되지 못하는 슬픔'이라는 문장이 눈에 띈다. 마음이 아려온다. 이들 나름의 고민과 힘든 일상이 있을텐데, 그저 기성세대는 이들을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근성이 없는 사람들로 치부해버린다. 이 책으로 조금이나마 그들의 마음을 이해해본다.
얼마 전 만난 친구가 그랬다.
"야, 요새 애들한테 뭐 하냐고 물어보면 다 똑같아. 무슨 자소서 써, 면접 봐, 인턴 해, 토익? 오픽? 하나같이 다 이런 소리만 한다니까? 나, 난 그게 너무 싫어!"
물론 이게 절대 비난받을 일이 아니고, 우리 시기에 당연한 것이고, 그런 거 잘하는 애들이 자기 삶의 절대 갑 편집장들인 경우가 더 많다. 그렇지만 개중에 많은 수가 색깔이 없는 것도 사실.
무명씨 페이스북_화학과
"네 탓이오. 네 탓이오. 너 개인의 큰 탓이옵니다"...슬프다
무명씨 페이스북_정치외교학과 11학번
하고 싶은 걸 하면 부모님께 죄송하고, 하고 싶은 걸 안 하면 나한테 미안한. 그들의 죄책감. 그 세대의 보편적 감정이라고 한다. 예전보다 등록금은 훨씬 더 올랐고,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자신이 좀더 열심히 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자책한다.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해 산다고 해도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그렇기에 그에 따른 좌절감과 죄책감은 삶의 무게가 되어 짓누른다.
이 책을 읽으며 '세대 단절에 다리를 놓는 청춘의 일기장'이라는 표현이 맞아떨어지는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기성세대가 있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그들의 낙서, 잡담에 집중해보면, 이들의 생각과 현실을 직시하게 되고, 그들을 이해하게 되는 돌파구를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왜 이들이 이런 모습인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20대가 끄적여놓은 일기장을 들여다보며 이들의 마음을 짐작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1. 왠지 이 사회는 젊음을 무기로 가진 20대에게 '젊음'을 핑계로 자꾸만 무언가 강요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젊으니까 뭐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젊으니까 뭔가 해야만 한다고 협박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서글퍼요.
2. 달려가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이 사회에서는 달리다 한 번 넘어지면 절대로 한 번에 일어설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평생 못 일어날 수도 있죠.
3. 그런데도 늙은이들은 계속해서 젊은이들에게 도전하라 하고 달려가라 해요. 자기들이 만들어놓은 괴상한 사회구조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이.
최주영_13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