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은 답을 알고 있다 - 길을 잃었을 때, 해결책이 보이지 않을 때
석정훈 지음 / 알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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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야기로 시작하는 프롤로그에서부터 시선이 집중된다.

옛날 어느 마을에 한 노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이 노인이 산을 넘어가고 있는데 길을 잃은 듯 보이는 말 한 마리가 길가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습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노인도 처음 보는 말이었죠. 노인은 말의 주인을 찾아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무 단서도 없는데 어떻게 말의 주인을 찾으려고 한 것일까요? 만약 당신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겠습니까? (프롤로그_5쪽)

이쯤에서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한 번 생각해본다. 말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지?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노인은 달리 고민하지도 않고 그냥 그 말 위에 넙죽 올라탔습니다. 그러고는 말고삐를 쥐고 그저 가만히 있었습니다...(중략)..."나야 자네 집을 전혀 몰랐지. 자네 집을 찾은 건 내가 아니고 자네 말이라네. 나는 그저 이 말이 길에서 벗어나지만 않게 해줬을 뿐이야." (6쪽)

저자는 이 이야기에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한다.

바로 우리가 길에서만 벗어나지 않는다면, 우리의 무의식이 우리가 가야 할 곳으로 스스로 찾아가게 될 거라는 겁니다. 이미 눈치 챘겠지만, 청년의 집은 우리들이 추구하는 삶의 여러 가지 해답을, 말은 우리의 마음 또는 무의식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그 말을 탄 노인은 우리의 의식, 길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 길옆의 풀은 우리를 길 밖으로 유인하는 유혹 등을 뜻합니다. 이렇듯 우리가 사사로운 욕심에 흔들리지 않고 길에서만 벗어나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는 가야 할 어딘가에 다다르게 되어 있습니다. (7쪽)

 

프롤로그의 이야기부터 길게 늘어놓게 된 것은 그 이야기가 나의 무의식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강렬한 깨달음을 주기 때문이었다. 가볍게 접하게 되는 옛날 이야기, 물음에 대한 대답을 스스로 생각해보고, 그에 대해 깨닫게 된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딱딱한 이론을 나열하는 문장보다는 훨씬 마음에 와닿으며 오래 남기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더라도 그 이야기를 떠올리면 그 안에 들어있는 핵심적인 메시지를 함께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크게 5장으로 나뉘어진다. 1장에서는 윌가 왜 무의식의 영역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다루고, 2장과 3장에서는 무의식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어쩌다 잘못 작동하게 되는지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 마지막 4장과 5장에서는 무의식을 어떻게 활용해야 우리가 원하는 답을 찾고 진정 바라는 삶을 살 수 있는지, 그 방법에 대해 살펴보게 된다. 저자는 이 책에 대해 독자와 단둘이 마주 앉아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나누며 담소를 나눈다고 상상하며 집필했다고 한다. 또한 최고의 효과를 얻고 싶다면 가급적 조금 차분한 마음으로 처음부터 차례로 읽어나가기를 권한다. 저자가 권한대로 조금씩 차분하게 읽어나가며 내 안의 무의식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인간과 도토리의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일까요? 미국의 어느 심리학자는 그 차이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도토리는 자기가 누구인지 몰라도 참나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면 절대 참다운 자기 자신이 될 수 없다." (23쪽)

이 책을 읽으면서 군데군데 시선을 집중할 수 있는 질문과 대답이 담겨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실험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생활 속의 소재를 끌어내어 들려준다든지 하면서 전체적으로 부담없이 읽어나갈 수 있는 장치를 해놓았다. 아무래도 무의식이라는 소재로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칫 나른한 봄에 늘어질 수도 있는 분위기인데, 적절한 이야기가 다시 집중력을 발휘해 이야기에 몰입하게 한다.

 

조곤조곤 이야기를 전해주는 듯한 글에서 음성지원이 되는 듯한 느낌이다. 차 한 잔 마시며 읽기도 하고, 고요한 한밤중에 읽기도 했다. 그냥 부담없이 스윽 읽어나가다가도 어느 부분에서 딱 멈추고 생각에 잠기게 된다. 나도 모르던 내 안의 무의식을 인식하는 시간이다. 살아가는 일에 대한 정답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문득 생각에 잠기고 무의식에 대해 새로운 관점에서 접해볼 수 있었다. 내 안의 깊은 곳에 존재하고 있는 무의식을 인식조차 하지 않고 살아가던 시간을 떠올린다. 이제 무의식에 대해 짚어보고 무의식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게 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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