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미친 그리움
림태주 지음 / 예담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한참을 책장 속에 묵혀두다가 읽게 되는 책이 있다. 이 책이 그 중 하나였다. '이 미친 그리움'이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읽어보겠다고 나섰으면서도 왠지 다음으로 미루게 되는 책이었다.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곰삭아서 미칠 지경에 이르렀나보다. 갑작스레 내 손에 집힌 이 책, '왜 나는 이제야 이 책을 읽은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책을 읽으며 사소한 일상 속에서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끄집어 내주는 것도 좋고, 이미 생각했던 것이지만 그냥 스쳐지나갔던 것을 짚어주는 것도 좋다. 시인의 감성을 건네받아 공감하는 시간은 지금 이 순간 이 책과 나만 함께 있는 듯 풍요로워진다.

 

2014년 8월 11일 초판 6쇄 발행.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열광한 책인데, 나에게는 작가의 이름마저 아직은 생소하다. '황동규의 기대를 받으며 등단했으나 시집은 아직 한 권도 내지 못했다. 어머니의 바람 따라 돈벌이 잘되는 전공을 택했으나 글 곁을 떠나지 못하고 책바치로 살고 있다. 페이스북에 올린 글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전국적으로 팬클럽이 만들어지는 기이한 현상도 일어났다. 시인이지만 SNS를 기반으로 하는 희한한 '소셜 커넥터'' 여기까지 읽고 보니 인터넷을 하긴 하지만, 여전히 책을 통해서 알게 되는 사실이 더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림태주 시인을 이 책 『이 미친 그리움』을 통해 알게 된다. 그가 바라보는 세상을 고스란히 엿보게 된다.

 

시인, 책바치, 명랑주의자, 야살쟁이, 자기애 탐험가, 미남자. 바닷가 우체국에서 그리움을 수학했다. 봄으로부터 연애편지 작업을 사사하고, 가을로부터 우수에 젖은 눈빛을 계승했다. 책날개에 있는 림태주 시인의 소개이다. 이런 소개가 마음에 든다. 틀에 박힌 학벌 위주의 소개라든가 이력서를 읊는 듯한 과시용 문장에 살짝 삐딱한 마음이 생겨서 그런가보다.

 

림태주의 글에는 찬찬한 힘과 은밀한 즐거움이 들어 있다. -조국(서울대 교수)

세상에 와서 입은 모든 상처와 미망들을 씻어내는 노래. -류근(시인)

사실 이러한 추천사는 이 책을 읽은 후에 보았다. 적절하게 잘 어우러지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우수와 명랑, 서늘함과 따스함이 혼융되어 있다'는 표현에 동의하게 된다.

 

사람이 시를 쓰는 이유는 마음을 숨겨둘 여백이 그곳에 많아서다. 사람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글이나 말보다 그리움을 숨겨둘 공간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워한다는 것은 과거부터 미래까지를 한 사람의 일생 안에 담아두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워하면 할수록 마음의 우주가 팽창한다. (14쪽)

글을 꾹꾹 눌러 읽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심오하고 무거운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무게감을 느끼게 되는 글이 있어서 강약을 조절해주는 것이 좋다. 심각하다가 까르르 웃게 되고, 마음이 먹먹하다가도 통통튀는 신선함이 있다. 그런 글에 힘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끝까지 이끌고 가는 매력적인 문장이다.

 

읽으려다 머뭇거리기만 했던 책 중에 숨겨진 보물을 찾는 듯한 느낌, 살짝 바람이 불지만 춥지는 않은 이 계절에 딱인 느낌이다. 그래서 지금껏 겨울잠을 재웠나보다. 마음의 강약을 조절하며 책을 읽는 시간이다. 봄날에 어울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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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2015-03-28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력적인 문장이 많은 책을 아주 매력적인 필력으로 소개하는 글...조용한 토요일... 여기온 보람있게 읽고 싶은 책 한 권 건져갑니다 글 잘보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