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독의 제주일기
정우열 지음 / 예담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나도 제주에 이주해왔다. 내가 이곳에 무작정 내려왔을 때, 사실 나같은 사람들이 얼마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무렵, 귀농귀촌 문화이주민들이 눈에 띄게 늘었고, 지금도 이곳으로 오는 사람들과 왔다가 다시 도시로 나가는 사람들 모두 많다고 들었다. 1년, 3년이 고비라고 한다. 그 기간을 넘기면 좀더 오랜 기간 여기에 살게 될 것이라고. 어느덧 그 기간을 넘기고 말았다. 여전히 서울은 잠깐 다녀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급속히 변화하는 도시가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까지 하니, 이 노릇을 어쩔까.

 

제주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출간된 것을 보면 궁금한 마음에 읽어보게 된다. 나와 비슷한 시행착오를 했을 것이고, 어느 지역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알고 싶은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직접 만나게 되는 사람들 말고도 만나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을 것이고, 각각 자신의 삶을 다양한 색깔로 채워나가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책을 통해 만나보게 되는 것은 다른 이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현지인이 아니고 외지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의 시선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으리라 생각되었다. 이 책도 그런 의미에서 읽어보게 되었고, 웃음과 공감이 함께 했다. 제주 이주민으로서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가 많았다. 물론 개를 키우는 것에 대한 것과 수영을 좋아하는 올드독의 취향과는 많이 다름에도 간간이 보이는 교집합이 나를 웃게 했다.

 

이곳에 살면서 겪는 일들과 느끼는 감정들을 누군가 같이 이야기하는 기분이 들어 반가운 마음. 제주로 이주해서 사는 사람들이 보면 정말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그렇다고 제주에 이주한 사람들에게만 재밌다고 할 수는 없으니......-이상순(뮤지션)

이 책의 표지에 보면 뮤지션 이상순의 추천사가 눈에 띈다. 그 또한 제주 이주민으로서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있어서였을까? 반가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게 된다.

 

가습기가 아니라 제습기를 써야하는 이곳, 여름에 무작정 하루종일 제습기를 돌렸다가 갑자기 늘어난 전기요금에 한전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정말로 전기 많이 쓴 것이 맞는지 확인하는 전화였다. 올드독에게도 그런 기억이 있었던 것이다. 하루종일 선풍기를 돌리고 에어컨을 열두시간은 틀었다니 십칠 만원 정도의 전기요금에 한전의 전화를 받았다는 에피소드에서 그 당시를 떠올리며 웃음이 났다. 제주 생활의 장점과 단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글에서는 킥킥 웃음이 났다. 단점을 뒤덮을 만큼 장점의 힘이 크긴 하지만, 단점은 단점. 가끔 버거울 때가 있으니 말이다. 또한 오일장, 길고양이 이야기, 날씨, 지명에 관한 것 등 제주에 살면서 겪고 느끼는 외지인의 시선이 남 이야기 같지 않아서 반가운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저자 올드독 정우열은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다. 바다에서 개들과 헤엄치기 위해 제주도로 이사왔다고 하는데, 이 책 속의 그림과 사진을 보면 그 생생한 장면이 잘 포착되어 있다. 혹시 어느 날 어느 바닷가에 갔을 때 개가 헤엄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면 그 주변에 있는 사람을 살펴보고 '아, 이 분이 올드독이구나!' 생각하고 싸인이라도 받아야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5-03-09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도 이주하셨군요
얼마전 여행갔을 때 요리사이신 분이 게스트하우스와 작은 레스토랑을 하시는 곳에서 숙박했는데 참으로 부러웠습니다

살던 터전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는 것은 정말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라 그저 부러워만 하는군요.

카일라스 2015-03-10 17:55   좋아요 0 | URL
어느 곳에 살든지 장점과 단점이 다 있는 것 같아요. 살다보니 이곳은 단점을 다 덮을만한 장점이 있는 곳이라 제주로 이주하기를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이주했다가 다시 되돌아가는 사람들도 많으니 다들 내생각같지는 않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