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한국사 - 메뉴로 본 20세기 한국 음식문화사
주영하 지음 / 휴머니스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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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얼마 전 『빵의 지구사』를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그 책을 보면 빵의 세계사를 한 눈에 보게 되는데, 그렇게 읽은 후에 '한국 빵의 역사는'이라는 특집이 나온다. 그 글이 한국편 감수자 주영하의 글이다. 1927년 7월 5일자에 '방 제조법'에 대한 질문을 시작으로 조선인이 처음 접한 '서양떡', 식민지 조선에서 빵의 확산 등 빵의 역사를 훑어보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당연히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지금의 빵과 이전의 빵은 달랐다는 것 말이다. 또한 지금의 식생활과 옛 시절의 식생활은 당연히 달랐을 것이다. 그 시절에 어떤 음식을 일상적으로 먹었는지 궁금해져서 주영하의 『식탁 위의 한국사』를 읽어보게 되었다.

 

국밥, 설렁탕, 추어탕, 육개장 등의 음식이 옛날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삼계탕은 근대가 만들어낸 음식이라고? 배추김치의 변천사는 어땠을까? 목차를 찬찬히 살펴보니 궁금한 내용이 많다. 신선로나 구절판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대폿집의 술과 안주는 어땠을까? 해방 이후에 짜장면과 간장, 희석식 소주 등의 문화와 지금의 치맥까지. 음식으로 살펴보는 역사의 흐름이 흥미롭다. 이 책을 통해 한국 음식의 역사에 대해 궁금증을 해소해본다.

 

나는 이 책에서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음식 메뉴들의 본래 모습과 진화 과정에 대해 설명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 진화 과정은 결코 음식 자체만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단순히 음식을 만든 사람이 발명한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한국인들이 20세기를 한반도에서 살면서 경험한 세계와 관련이 있다. 어떤 음식에는 정치적 관계와 경제적 맥락이 깊이 개입되어 있으며, 우연히 발명된 음식에도 음식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조건이 내재되어 잇다. 이런 면에서 음식의 역사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비판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앞에서 밝힌 20세기 한국 음식사의 시대구분이 그 길라잡이 역할을 해줄 것이다. (26쪽_프롤로그)

 

집에서도 나가서도 즐겨 먹게 되는 음식이 있다. 바로 비빔밥이다. 지금도 즐겨먹는 비빔밥의 옛모습은 어땠을까? 이 책을 통해 비빔밥의 옛모습을 짐작해본다. 이 책에서는 1890년대에 필사된 한글 조리서 《시의전서,음식방문》에서는 제목을 한자로 '골동반', 한글로는 '부븸밥'이라고 적었다고 한다.

밥을 정히 짓고 고기 저며 볶아 넣고 간랍 부쳐 써흐러 넣어 각색 나무쇠 볶아 넣고 좋은 다시마 튀각 부숴 넣고 고추가로 깨소곰 기름 많이 넣고 뷔비여 그릇에 담아 우희난 잡탕거리처럼 계란 부쳐 골패쪽만치 써흐러 얹고 완자는 고기 곱게 다져 잘재워 구슬만치 부뷔여 밀가로 약간 무쳐 계란 재워 부쳐 얹나니라. 부븸밥 상에 장국을 잡탕국으로 하여 놓나니라.

《시의전서,음식방문》'부븸밥'

옛날의 비빔밥이 그런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선요리제법》에 나온 조리법 역시 조금 다르다. 그러면 육회비빔밥은? 1929년 12월 1일자 《별건곤》제24호에 실린 글에서 육회비빔밥에 대한 언급을 찾을 수 있다. 가정에서 식당으로 옮겨온 비빔밥은 주방장이 아닌 손님이 직접 비비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이 과정에서 간을 맞추는 조미료로 고추장이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상세하다. 두툼한 서적에 관련 자료가 상세히 기재되어 있다. 관련 전문가가 참고하기에 좋고, 일반인이 읽으며 옛 음식에 대한 지식을 채우는 데에도 유용하다. 읽는 데에 시간은 좀 소요되지만, 읽고 나면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음식 문화에 대해 짚어볼 수 있어서 의미가 있다. 요즘에는 일상적인 음식이지만 사실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점을 미루어볼 때, 현재의 식문화도 미래에는 연구 대상이 될 것이다. 이 책으로 음식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바라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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