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의 방외지사 열전 1 - 한세상 먹고사는 문제만 고민하다 죽는 것인가?
조용헌 지음, 백종하 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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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예전에는 산속에 숨어 사는 도인들을 방외지사(方外之士)라 했지만, 현대에는 고정관념과 경계선 너머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 그를 일컬어 방외지사라 한다.

 

먹고 사는 문제,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가 '내 하고 싶은 대로 한번 살아보자.'라고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서문에서 저자 조용헌이 이야기한다. '10년 전이나 100년 전이나, 1,000년 전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불멸과 자유'. 이는 인류역사를 초월하여 영원한 문제의식 아니겠는가!' 이 책은 『방외지사(方外之士)』의 증보판이다. 두 권의 두툼한 책으로 출판된 것이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면서도 먹고 사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쉽게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과감하게 자신만의 삶을 구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대리만족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삶을 누리고 있는 방외지사들을 책을 통해 만나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조용헌의 방외지사 열전 1』에서는 13명의 방외지사를 만나볼 수 있다. 그들의 삶을 거창하게 생각할 것은 없다. 첫 시작은 20년 공무원 생활을 접고 고향집에 돌아온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옛날에는 세속을 벗어나 명산대천을 순례하는 도꾼들이 방외지사였지만, 지금은 아파트와 매달 나오는 월급, 그리고 조직을 벗어나 사는 사람이라면 가히 방외지사라 부를 수 있겠다.(24쪽)' 공무원 경력 20년을 채우면 그때부터 연금이 나오니, 먹고살 대안은 연금으로 하고,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인 그림 그리는 것을 하고 싶어서 귀거래사를 감행한 박태후 씨의 이야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일반인이 방외지사를 꿈꾸며 실행할 수 있는 길을 먼저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다. 평소 같이 귀거래사를 하겠다고 약속한 동류와 후배들이 몇 명 있었지만, 막상 20년이 되었어도 사표를 내지 않았다는 점을 보았을 때, 꿈과 현실은 많이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울 생활이 미칠 것 같아서 지리산으로 들어온 시인 이원규의 이야기도 눈에 들어온다. 유서 깊고 전망 좋은 고택에서 새로운 삶을 누리게 된 강기욱 씨 일가의 이야기도 남의 일 같지 않다. 정찬주 작가의 이불재도 마음에 담아보게 된다. 이불재는 자연의 평화로움, 시골생활의 느긋함, 문필가의 서권기 문자향이 어우러진 집이라 전국에서 방문객이 찾아오는데, 정 작가는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는 철칙으로 그곳 생활을 하고 있다. 생전에 이불재에 자주 오셨던 법정 스님은 '흙탕물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리고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의 세 가지 문구를 강조했다고 하는데, 그 세 가지 문구가 참으로 잘 어울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방외지사의 시간은 공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신화세계 탐구하는 성형외과의 김영균, 공자철학의 좌파적 해석자 주대환 등 어떤 연구를 하는가를 바라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

 

때로는 영화나 소설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인생을 한 번 살아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삶을 대신 살아보는 듯 짐작하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책의 부제에서 볼 수 있듯, '한세상 먹고사는 문제만 고민하다 죽는 것인가?'의 질문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바라보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이렇게 사는 방법도 있겠구나! 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야기 하나 하나가 흥미로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역시 조용헌의 입담은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그의 다른 책들에서 받은 느낌이 이 책에서도 '역시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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