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풍경, 근대를 만나다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엮음 / 채륜서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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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벌써 90년대의 일상이 추억거리가 되어 매스컴에 소개된다. 영화 <건축학개론>을 보며 '벌써 그 시대가 추억이 되었구나.' 느끼게 되었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서 '토토가' 열풍을 일으키며, 그 당시 유행하던 노래 속에서 추억을 곱씹어보게 된다. 시간은 흘렀고, 그 시절은 이미 추억이 되어있음을 느낀다. 그런데 좀더 오래 전의 이야기라면 어떨까? 물론 아주 먼 과거가 아니라 100년~200년 정도 전의 상황 말이다. 근대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는데, 이 책 『조선의 풍경, 근대를 만나다』를 통해 그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엿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의 기간 동안 개화기에서 일제강점기까지 신문과 잡지 등의 대중매체 자료를 바탕으로 여러 자료집과 연구서를 내었다. 이 책은 그런 9년간의 연구 성과를 담은 것이다. (근대 조선의 풍경을 엿보기 전에 中)

 

 

근대는 꽤 오래전일 것 같으면서도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지금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꽤나 우스꽝스러운 일도, 그 당시에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타고 아무렇지도 않게 이슈가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우리의 현재도 미래 어느 시점에서 보면 비슷한 느낌일 것 같다. 요즘 각종 매체를 통해 90년대의 모습을 보았을 때, 약간은 촌스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모습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며 생각에 잠긴다. 과거 어느 순간에도 사람들이 살았고, 혈기왕성한 청춘들이 시대의 흐름을 따라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며 존재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어렴풋이 들어서 알고 있는 옛모습을 옛날 기사와 이야기를 통해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고, 새롭게 알게 되는 그 당시의 상황도 많아서 호기심을 채워주는 시간이 되었다. 연구원들이 연구하며 알게 된 근대의 여러 모습들을 대중들과 공유해 보자는 소박한 계기로 출발하게 되었다는데,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을 통해 그 당시의 모습을 짐작해보는 시간이 정말 의미 있었다. 대중을 대상으로 하기에 어렵지 않고 술술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 마음에 들었고, 그들의 의도가 성공적으로 잘 들어맞았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웃으면서, 때로는 그 무렵의 상황을 나보다 잘 알고 계신 어르신들께 질문을 해가며, 그 당시의 상황을 좀더 구체적으로 이미지화해본다. 이 책을 통해 세대간의 차이를 좁혀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은 성병에 대한 이야기와 '미두'에 관한 것이었다. 코가 사라진 여자의 모습을 1914년 11월 23일 『매일신보』기사에서 볼 수 있다.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일까? 성병으로 코가 사라진 사람들이 많았고, 신문에는 성병 약을 홍보하기 위한 광고로 실은 것이다. 이러한 광고가 신문 1면을 차지한다는 것은 일제강점기의 조선사회가 그만큼 성병에 대한 공포심이 만연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고 이 책에서는 이야기한다. 당시 사회통념에 비추어볼 때 남자 앞에서 치마를 걷어 올리고 알몸을 보여주어야 하는 상황에서 매매춘 여성들은 극도의 수치심을 느껴 실제로 성병 검사를 피하기 위해 도망가거나 심지어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지금은 그저 그 당시의 분위기를 짐작할 뿐이다.

 

'미두'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 증권거래는 언제부터였을까? 이 책에는 그 유래와 그 당시의 상황을 알 수 있는 분위기를 묘사해준다.

1896년일본인에 의해 우리나라 최초로 인천에 미두취인소가 설립되었는데, 미두취인소는 오늘날로 얘기하자면 일종의 증권거래소이다.(127쪽)

현재의 쌀 가격을 기준으로 미래의 쌀 가격을 예측해 투자하는 것이 '미두' 즉 '米豆' 쌀과 콩의 거래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탕주의를 위해 모여드는 투기꾼들이 있으니, 변함없이 이어지는 모습인 것이다. 그 당시의 신문 기사를 보여주며 그에 대해 설명을 해주니,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좀더 현장감있게 그 시대를 살펴보는 느낌이다.

 

여자들의 궁금한 점은 그 당시의 의복과 화장품에 관한 것이다. 이 책의 처음부터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니, 궁금한 마음에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게 된다. 백의민족인 우리 민족은 그 당시에 옷 관리를 어떻게 했을까? 몇년 전 하얀 이불을 들여놓았다가 빨래 고민에 구석으로 처박아놓을 수밖에 없었던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세제도 제대로 없고, 세탁기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도대체 어떻게 했을까? 보통 노력이 아니다. 모든 것은 여인들의 일이었으니, 이 책의 설명대로 험난한 세탁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그당시 유행하던 옷차림과 그에 얽힌 신문 기사 등을 살펴보는 것도 호기심을 충족시켜주었다. 박가분 광고와 그 당시 여인들이 선호하는 화장법도 이 책에 실린 장연홍,김롱주의 사진을 보며 짐작해본다. 지금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낯선 찹쌀떡? 밤도깨비다.

 

 

근대도 역시 사람들이 살아가는 시간이었다. 그들의 문화가 있었고, 사회적인 분위기, 그에 따른 이슈가 있었다. 이 책을 보며 지금은 그저 짐작만 할 수 있는 그 당시의 모습을 좀더 생생하게 그려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생각보다 얇은 책이고, 어렵지 않으며, 근거 자료가 풍부해서 막연한 추측이 아니기에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를 들여다보는 기분으로 독서를 해본다. 과거의 시대를 살펴보며, 지금을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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