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
이근후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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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을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의 저자 이근후가 '인생의 사계절을 보내는 이들에게 편지를 띄운다. 이근후는 우리나라 정신의학계에 큰 영향을 끼친 정신과 전문의로 50년간 환자를 돌보고 학생들을 가르쳤다. 76세의 나이에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학과를 최고령으로 수석 졸업하면서 세간에 화제를 불러일으킨 이력도 있다. 『나는 죽을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를 읽으며 살아가는 모습, 가족들과의 관계, 사소한 일상 속 생각 등을 종합적으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기에, 이 책도 궁금한 마음에 읽어보게 되었다.

 

 

 
 

책장을 넘기면 활짝 웃고 있는 저자의 모습과 함께 이런 글이 있다.
"거울 속의 노인을 보고 흠칫 놀랐다. '이게 나라고?' 내 딴엔 거울 속 저 노인보다 젊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너털웃음을 짓자 거울 속 노인도 따라 웃는다. 거울 속의 당신은 나와 함께 나이 들어갔다. 그런데 나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젊어 보인다. 그래, 지금의 나를 외면하지 않으면, 오늘이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다."

 

 

먼저 이 책의 구성이 독특하다. 우리네 인생을 사계절로 나누어 봄,여름,가을,겨울에 해당하는 시기에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네팔에서는 오래전부터 인생을 100세로 설정하고 이를 4등분하여 인생설계를 했는데, 이 책에서 그 방식을 차용한 셈이다. 삶의 첫 계절 봄은 25세까지로, 이 세상에 태어나 부모에게 배우고 사회에서 학습하는 시기인데, 이들에게 띄우는 편지가 1부 '세상과 나를 알아가는 그대에게'에 담겨있다. 두 번째 계절인 여름은 50세까지로, 익힌 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뜨겁게 사는 시기인데, 2부 '역할을 감내하며 오늘을 사는 그대에게'에 그들에게 띄우는 편지를 담았다. 75세까지는 되돌아보는 시기인 가을, 3부 '다시 온전한 나를 찾고자 하는 그대에게'에 저자 또한 그 시기를 보낸 사람으로서 편지를 적었다. 마지막으로 인생의 사계절이 끝나가는 시기 겨울, 힌두교에서는 76세 이후의 삶을 자유의 시기라고 한다. 4부 '행복하게 떠날 준비를 하는 그대에게'에 그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담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자신이 해당되는 시기에 대한 이야기에만 공감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지나온 계절인 봄, 현재에 해당되는 여름, 앞으로 다가올 가을, 겨울에 대한 이야기 모두 무엇인가 메시지를 던져주며 생각에 잠기게 한다. 이전 책에서도 느꼈지만,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로 내 마음과 일치되는 부분이 많다. 현재의 나와 내 주변을 생각하며 점검하기에 좋은 글이다. 막힘없이 술술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낀다. 부드럽게 읽어나가다가 문득 어느 한 구절에서 눈길이 멈춘다.

 

한 번 지나간 시간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습니다. 영원히 살 수 없는 우리는, 매순간 영원 속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한정된 현재를 영원 속에 새기는 것이 인생이니, 소중하지 않은 순간이 있을까요? (27쪽)

한정된 현재를 영원 속에 새기는 것이 인생이라는 언급에 인생을 깊게 생각해본다. 소중하지 않은 순간이 어디 있을까? 왜 지나고 나서야 소중했다는 것을 깨닫는 정도로 '현재'에 인색했던 것일까? 현재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된다.

 

이 책도 역시 소제목에서 깊은 인상을 주는 것이 많다. 소제목을 읽는 것만으로도 내용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당신이 만나는 사람들이 당신이 사는 세상입니다.' 라는 소제목에서 주는 메시지는 사람들의 관계를 되짚어보게 된다.

'좋은 세상에서 사는지, 나쁜 세상에서 사는지, 그것은 오늘 내가 누구를 만나느냐에 달렸습니다. 그리고 나 또한 상대방의 세상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42쪽)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하느냐에 따라 나의 세상이 바뀌고, 나 또한 그들의 세상에 속하게 됨을 깨닫는다.

 

저자가 정신과 전문의이기 때문에, 그에 관련된 이야기도 볼 수 있는데, 일반 대중에게 쉽게 전달해주기에 마음에 들었다. 특히 '환자는 가족을 대표해서 앓는다.'는 말이 마음 속에 맴돈다. 대부분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내세우기 때문에 이 말이 더욱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정신의학 교과서에도 이런 말이 있습니다. '환자는 가족을 대표해서 앓는다.' 정신과 환자 중 꽤 많은 수가 가정환경과 가족 간 관계에서 병을 얻습니다. 표현이 극단적이지만 가해자는 가족 안에 있습니다. 결국 가정이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장 약한 사람이 마음의 병을 겪게 됩니다. 하지만 정작 환자를 데려온 가족은 자신은 정상이며 환자가 비정상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 의사는 보호자인 가족 또한 관찰해야 합니다. (157쪽)

 

 

 

 

이 책에서는 캘리그라피 작품을 함께 볼 수 있다.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의 대표 작가인 박병철의 작품은 초중교과서 및 각종 제품의 브랜드, 광고, 달력, 출판물에서 볼 수 있다. 캘리그라피 작품이 글 사이사이에 있어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상승시켜준다. 바라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천천히 멈춰서서 생각에 잠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품이다. 작품 감상을 함께 할 수 있기에 전체적인 분위기에 빠져들기 수월했고,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근후 박사가 전하는 행복한 오늘을 사는 지혜를 엿보고 싶다면, 편안한 마음으로 인생을 점검해보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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