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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詩 - 돈에 울고 시에 웃다
정끝별 엮음 / 마음의숲 / 2014년 10월
평점 :
2015년을 맞이하여 시를 좀더 다양하게 읽어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다양한 테마로 여러 시인의 시를 묶어낸 책이 출간되고 있다. 테마로 읽는 시는 눈에 쏙 들어오고 골라읽는 재미가 있다. 한국대표시인 49인이 쓴 '엄마'에 관한 시 『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와 박광수가 건네는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시 100편을 모은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에 이어 정끝별이 엮고 해설한 돈에 관한 시 『돈 詩』를 읽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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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지만, 가난으로도 살 수 없다."라는 레오 로스텐의 말이 있다. 돈이 있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돈이 없다고 더더욱 행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사람은 돈에 대해 어려움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라고 한다. 어쨌든 우리 시대에 살아가려면 돈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돈이 있어야 따뜻한 밥에 반찬이라도 더 먹을 수 있고, 이렇게 컴퓨터에 서평을 남기려면 전기요금과 인터넷 비용이 든다. 가만히 있어도 돈이 필요한 세상이다. 돈은 우리 삶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이긴 하다.
이 책을 엮고 해설한 사람은 정끝별.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드물게 돈이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시이고 드물게 돈으로 안되는 것 중 하나가 시이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돈에 관한 시를 보면 통쾌했다. 그렇게 눈여겨보기 시작한 시편들이 모이면서 '돈-詩'라는 하나의 세계를 이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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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실린 시를 읽으면서 생각하게 된 것이 돈에 대해 쓴다는 것 역시 삶의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라는 점이다. '시인'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언가 가난한 이미지이다. 돈이 생기면 기분 나는대로 술 마시고, 계산 속이 하나 없어서 이리저리 뜯기는 그런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보니 그렇게 단편적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속이 답답하기도 하다가 통쾌하게 웃기도 하며 책장을 넘긴다. 엮은이의 해설도 맛깔스럽게 담겨서 읽는 맛을 더한다. 돈을 테마로 한 시에서 우리네 인생을 들여다본다. 사는 것이 다 돈이 필요한 것이니 그런가보다.
이 책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돈에 관한 시가 담겨있다. 이 책에 담긴 시는 각각 그 맛이 다른데, 중간중간 깔깔깔 웃으며 큰 소리로 읽어주게 되는 시가 있다는 점이 좋았다. 시를 경건하게만 접했던 나의 한계를 뛰어넘는 느낌이다. 아름다움만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되고, 그 안에서 씁쓸하면서도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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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웅 시인의 〈김밥천국에서〉는 한 끼 때우는 목적으로 김밥 한 줄 먹었던 시간을 떠올리게 된다. 김밥천국에서 김밥들이 가는 천국에 대해 논하는 것을 왜 생각지도 못했던 것일까? 일상 속 반전을 느끼게 되는 시간이다. 김밥을 먹는다는 것이 멍석말이를 해서 토막내는 일이며, 이들의 순교를 생각하니 한동안 김밥 먹기가 싫어질 것 같다. 하긴 요즘에 김밥을 먹지 않은지 한참 되었으니 그다지 상관 없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에 담긴 시는 이렇게 한참을 웃다가도 무언가 씁쓸한 뒤끝이 남는 시가 많다. 아무래도 돈에 얽힌 시라서 그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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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승 시인의 <이방인>도 기억에 남는 시이다. 버스비 900원이 버스 타서 죄송하다고 백배사죄하며 내는 돈이라니! 살아가는 것이 이리도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인가? 여운으로 길게 남는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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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끝별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살다(生)'에서 온 '산다'와 '사다(買)'에서 온 '산다'는 발음이 같다. 우리는 사면서 사는 존재들이고, 한발 나아가면 인생이 돈이기도 하다.
(책을 펴내며_4쪽)
모 광고에 보면 '그녀는 오늘도 잘 삽니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또한 '산다'는 것이 인생을 사는 것과 물건을 사는 것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일 것이다.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소비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것. 그렇기에 이 책에 담긴 시에서 공감과 씁쓸함을 함께 느끼게 되나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일이겠지만, 돈에 관해서는 여전히 밝히기 싫은 것, 아직까지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강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심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돈에 관한 시를 찾아서 묶어낼 여력이 없지만, 이렇게 이 책을 통해 한 권으로 다양한 시인들의 시를 만나는 시간을 갖게 되어 의미 있었다. 이 책으로 돈과 관련된 시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시인들이 돈에 관해 어떻게 다루었는지 살펴보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