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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라오스 - 행복을 꿈꾸는 여행자의 낙원 ㅣ 지금 이 순간 시리즈 1
오주환 지음 / 상상출판 / 2015년 1월
평점 :
여행 책자를 보는 것은 또 다른 여행이다. 실제로 여행지에 가서 내 눈으로 직접 바라보며 느끼는 것이 나만의 여행으로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시간과 공간에 제약을 받는 존재. 당장 눈앞에 처리해야할 많은 일들과 금전적인 문제, 체력적인 부담감 등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발목잡게 하는 일상 속 장애물은 무궁무진하다. 여행을 하지말아야 할 이유가 여행을 떠날 이유보다 10가지쯤은 더 많으니 쉽게 발길일 떨어지지 않는다. 이럴 때, 떠돌아다니는 마음을 붙잡아놓고,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 여행 책자를 보는 것이다. 상상 속 여행을 즐기며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 다음에 여행을 하게 된다면 이곳에 가는 것도 참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책을 마음껏 활용하게 된다.
이 책은 '지금 이 순간 시리즈' 1권이다. 라오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여행지에 대한 느낌과 사진, 여행 정보를 담아 시리즈로 발간될 것이다. 가장 먼저 출간된 라오스 편을 읽으며 라오스에 대해 알아본다. 다음 여행지로 선정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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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친절한 가이드북도, 감상적인 에세이도 아니다. 내가 만난 라오스의 자연, 사람들에 대한 느낌이다. 그러니 말하고 싶은 것도 자연스럽고 소박한 라오스의 본모습이다. 라오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책을 통해 그대로 드려내고 싶다. 원초적인 자연 법칙이 남아 있는 라오스. 그 속에서 그윽한 자유를 향유하고 있는 사람들을 아낌없이 보여주고 싶다. (작가의 말 中)
이 책은 저자의 그런 뜻이 잘 드러나는 책이다. 사진과 글을 보며 '라오스는 이런 곳이구나! 지금 이순간 내가 라오스에 간다면 이런 모습을 볼 수 있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사진에서 보게 되는 그곳의 자연을 마음에 담아본다. 다양한 사원들을 직접 발품을 팔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보는 듯한 느낌으로 찬찬히 살펴본다. 사람들의 순수한 표정을 눈여겨본다. 글과 사진으로 방 안에서 여행을 대신해본다.
이 책에는 비엔티안, 방비엥, 루앙프라방, 폰사반, 싸야부리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작가의 말에서도 나타나있듯 친절한 가이드북도, 감상적인 에세이도 아닌, 작가의 느낌을 바라볼 수 있는 책이다. 여행자의 마음을 잘 표현해놓은 글귀에 시선이 머물며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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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구경하다 보면 몇백 년 또는 몇십 년 전 옛 사람들의 체취가 전해진다. 그러면 시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더 이상 낯설지 않고 생경하지 않다. 이것이 여행지에서 시장을 꼭 들르는 이유다. 시장을 돌면서 느끼는 사실 하나는 '옛날'이란 언제나 살아 있는 '지금'이라는 것이다. (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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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자들의 천국 방비엥, 그곳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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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자연, 그 순수함에 매료되고 싶다. 아직까지는 자연의 순수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지만, 여행자들의 발길이 계속되며 많은 부분이 변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 전에 꼭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곳. 나의 발걸음이 그곳 변화에 일조한다면 가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머뭇거리게 되는 곳. 그곳은 그런 느낌을 주는 곳이다. 카약과 튜빙은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구경이나 하며 어슬렁 어슬렁 그곳에서 천천히 머물러보고 싶다. 어쩌면 그곳에 가면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 보게 되는 루앙프라방 딱밧도 인상적이다. 딱밧이란 승려들이 음식을 공양 받는 것인데, 일종의 탁발이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이 되는지 사진과 설명으로 눈에 선하게 알 수 있다. 여행 중에 그렇게 음식을 나누는 의식에 참여하는 것도 귀한 경험이 될 것이다. 그곳의 종교문화와 사원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 바라보게 된다. 다양한 사원의 모습은 이렇게 책으로 보게 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폰사반의 항아리 평원의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된 점이 인상적이다.
"항아리 평원 1지역에는 25ha 넓이에 334개의 항아리가 있는데, 그중 제일 큰 것은 지름 2.5m, 높이 2.57m에 달한다."
그곳의 안내문에는 이런 문구 하나만 있었지만, 가이드가 보충설명을 해주었다. 여전히 불발탄이 남아 있는 곳, 제거작업도 아직 진행 중이다. 1964년부터 1973년까지 베트남 전쟁 기간 동안 사회주의 단체인 파테트라오를 궤멸하기 위해 북베트남을 공습하고 돌아오던 미국 폭격기들이 베트남에서 처리하지 못한 폭탄을 라오스 북부에 쓰레기 버리듯 쏟아냈다고 한다. 폭격 횟수 50만 회, 투하된 폭탄의 양만 220만 톤에 달한다. 그곳에 그런 항아리 평원이 있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인데, 폭격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아픈 역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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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는 항아리의 기원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평원에 있는 항아리는 사람 시신을 안장한 집단 석관묘지라는 설과 라오라오 위스키를 담가 보관하는 용도로 제작되었을 것이라는 설이 있어요."(184쪽)
어떤 설이 맞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석관묘지라는 설이 학자들 사이에서는 설득력을 얻나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곳의 역사가 생생하게 이어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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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루앙프라방이 정말 좋은가? 왜 좋은 것일까?' 여행을 하는 동안 수없이 던진 질문이다. 답은 의외로 쉽게 나왔다. 나는 루앙프라방이 정말 좋다. 왜냐하면 디지털 세상에서 아날로그적 풍경이 그리웠고,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내 삶의 속도를 한 박자 늦추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삶의 쉼표가 간절하게 필요할 때 내 앞에 나타난 곳이 루앙프라방이다. (150쪽)
다 읽고 나면 끝부분에 스페셜 챕터가 있다. 간단한 국가 기본 정보라든지, 여행 정보, 역사 등이 압축되어 있다. 여행 정보는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아쉽지만, 좀더 많은 정보를 원한다면 관련 책자를 더 찾아봐야할 것이다. 이 책은 여행 가이드북은 아니니 말이다. 이 책은 라오스에 대해 거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여행지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굵직굵직하게 라오스에 여행할 때 보게 되는 것과 느낌을 가감없이 들려주고, 정말 기본적으로 익혀야할 정보를 간단하게 파악해본다. 이 책을 통해 라오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