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는 시와 좀더 가까워져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지를 강하게 해도 평소에 시 읽기를 게을리했으니 쉽지 않은 일이다. 어느 시인의 시집 한 권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감동을 받게 되는 것도 아니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일이다. 이런 때에는 누군가가 엮은 시를 모아서 보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이 책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는 『광수생각』의 박광수가 건네는 '내 인생에 힘이 되어 준 시 100'이다. 어떤 시를 엮어냈을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엄선된 시를 통해 힘을 얻고 싶었고, 시를 읽으며 2015년을 활기차게 시작해보고 싶었다. 기대감으로 한 장 한 장 넘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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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하늘이 맑거나
별이 유난히 총총한 저녁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난 시를 읽는다.
당신은 지금 뭐하고 있을까?
누군가와 수다를 떨고 있을까?
아주 가끔 나처럼 그 옛날의 서로를 생각하고 있을까?
십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오랜 세월 동안 내 삶 어느 순간에나 시가 있었다.
그 시들은 외롭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를 토닥이며
괜찮다고 말해 주었다. (서문 中)
모든 시가 다 내 맘에 드는 것은 아니다. 어느 순간 문득, 내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는 시가 있기에, 가슴을 파고드는 말의 힘을 느끼기에, 주기적으로 시를 읽으며 마음에 드는 시를 모아보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생각 뿐. 무엇이 그리 바쁜지, 바쁜 일상 속에서 여유 있게 마음에 깊이 새길 시 한 구절 발견하는 것이 그리도 어렵다. 아무래도 시에 대한 기대감이 커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광수생각』을 읽을 때를 떠올리며 이 책을 읽기로 했다. 아무 부담없이 읽어나가다가 문득 공감하게 되는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 웃음과 공감이 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으며 마음에 드는 시를 모아보기로 했다.
이 책에는 박광수의 짧은 글과 함께 엄선된 100편의 시가 소개된다. 박광수 특유의 그림과 함께 시를 감상할 수 있다. '당신, 잘 지내나요?', '그때는 미처 몰랐던 것들', '내 곁에 네가 있어 참 다행이다'라는 세 가지 제목을 붙여서 여러 시인의 시를 묶어놓았다. 시를 읽어나가며 웃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며, 천천히 읽어나갔다. 문득 시가 그리워지는 날에 꺼내들어 읽어나가면 좋을 것이다. 문득 사람이 그리워지는 날에는 시를 떠올리며 차 한 잔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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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정현종의 「방문객」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에서 잠깐 나왔던 싯귀였다. 그 시가 정현종의 「방문객」이었으며, 전문을 다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냥 스쳐지나갈 뻔한 글을 마음에 담아두는 시간이 된다. 그림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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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씻어 엎다 보니
무덤과 밥그릇이 닮아 있다
우리 생에서 몇 번이난 이 빈 그릇
엎었다
뒤집을 수 있을까
-송수권 「혼자 먹는 밥」
매일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면서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시인이 시를 통해 짚어주고 나서야 얼핏 알게 된다. 이래서 시 읽는 맛이 느껴진다. 박광수가 엄선한 시 100편을 다시 엄선해서 정리해본다. 이 중 한 편이라도 외워서 두고두고 곱씹어보기로 한다. 모처럼 시를 읽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시를 읽는 것은 세상을 차곡차곡 내 마음에 쌓는 일이다. 우주의 마음을 내 마음 속으로 끌어들여보는 일이다.
이 책의 끝에 보면 출처가 정리되어 있다. 마음에 드는 시인이 있으면 그의 시집을 찾아보며 더욱 깊이 있게 시를 읽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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