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생명 이야기 아우름 1
최재천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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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행동학의 세계적 권위자 최재천 교수. 이 책은 그가 들려주는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생명 이야기'이다.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는 그만의 열정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한 분야의 정상에 있는 사람이 들려주는 자신의 이야기이다. 생명에 관해 자연스럽게 던져주는 이야기에 귀기울이다 보면, 조금씩 알아가게 되고, 다시 바라보게 된다. 한 분야에 열정적인 저자의 이야기에 집중하다보면 꿈을 찾으며 방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글귀를 발견하게 된다.

주변 사람들은 분명히 말릴 겁니다. 흔들리지 마십시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무지하게 열심히 하면서 굶어 죽은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악착같이 찾으십시오. 눈 뜨고 있는 시간 내내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이를 나는 '아름다운 방황'이라 부릅니다. 일단 찾으면 앞뒤 좌우 살필 것 없이 달리면 됩니다.

아름다운 방황 끝에 아름다운 삶이 있습니다. (여는글 中)

 

이 책에서 저자는 생명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떤 부분에서는 깔깔 웃기도 했고,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자연스레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진정성이 느껴지기에 일단 이 책을 펼쳐들었을 때 집중해서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먼저 어린 시절에 종종 쥐 새끼를 가지고 놀았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미는 먹이를 구하러 나가고 덩그러니 빈집을 지키는 새끼 쥐들을 한참동안 손바닥에 올려놓고 주물럭거리며 놀다가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동물학자가 되어서야 깨달은 사실이지만, 나의 따뜻한 배려에도 새끼 쥐들은 모두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입니다. 그것도 어미로부터. 동물들은 우리와 달리 주로 냄새로 서로를 인식합니다. 사람의 손을 탄 새끼 쥐들은 체취가 달라져 어미에게는 더 이상 자식이 아니라 먹이일 뿐입니다." 어린 시절의 일화를 통해 보았을 때, 무지로 인해 생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섬뜩함마저 느끼게 된다.

 

귀뚜라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여러분 한번 팔을 뒤로 하고 열 시간 동안 계속 비벼 보세요. 이게 보통 일이 아닙니다."라고 한다. 귀뚜라미의 입장에서 생각해본 적이 없으니, 이런 이야기를 계기로 한 번 생각해보기도 한다. 정말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열대연구소에 가게 되어 흰얼굴꼬리말원숭이들을 보게 되었을 때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한참 원숭이들을 지켜보고 있는데, 어느 순간 내가 원숭이들을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저들이 나를 관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들 입장에서 보면 웬 '털 없는 원숭이' 한 마리가 나타나 자기들의 담 안을 기웃거리고 있는 것일 테니까요."

 

이 책을 통해 생물학이 누구든 접하고 있는 것이지만, 학문적으로 알지 못했던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늘 이야기하는 '알면 사랑한다'를 곱씹어보게 되는 부분이다. 알지 못하기에 늘 보더라도 보았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살고, 어쩌다가 관심있게 바라보더라도 잠깐일 뿐, 우왕좌왕하기만 했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대상을 바라보는지, 이 책을 읽어나가며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어려서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고,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듯 생물학자가 되었는데, 생물학자로서 쓴 글들을 작가들이 좋아해주었다고 한다. 동물행동학을 하며 글을 쓸 소재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을 이 책을 보면서도 알 것 같다. 광활한 자연에서 소재를 퍼 오니까 끊임없이 쓸거리가 생긴다는 이야기에 부러움이 가득해진다.

 

이 책은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인문교양 시리즈' 아우름 1권이다. 인문교양 시리즈의 책이라고 해서 천천히 읽을 계획을 세웠는데, 어렵거나 지루한 책이 절대 아니라서 책 읽는 속도가 빨라졌다. 일반인에게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도록 이야기를 펼쳐나갔고, 다소 생소한 학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길을 가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이 책은 그 길을 제시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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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1-03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책도 물론 좋았지만 무엇보다 인상깊게 남은 부분을 찾으라 그러면 저는
웃기겠지만...바로 작가의 말..부분입니다.
그는 어릴 때 하도 글 읽기를 싫어해 국어 점수가 않좋아 하루는 어머니를 불러 담임이
주의 어린 충고를 해주었더라나요.너무 만화만 읽을게 아니라 책도 읽을수있게 집에서 지도해 달라고..그말 끝에 어머니의 말이 압권였던게 ˝ 우리애는 만화도 안읽어요˝그러니 선생님은 그럼 만화부터 시작하는게 좋겠다고...했더랍니다..그러며..작가가 자신이 글을 쓸때 항상 생각하는 건 자신이 독자가 되었을때 중간에 내던지지 않고 끝까지 읽을수있는 이야기..라고...
어릴 때 국어 담임이 주의 주던 사람이
이젠 타국에서도 신간이 나오기 바쁘게 읽기
바쁜 소설가가 되기까지...
그 시작은 어려운 문학이 아녔을 거라는 얘길
하려고 이리 길었어요.
만화부터..흥미를 끄는 무엇부터...
담임의 그런 말이 아니었다면
우린 나미야잡화점의 기적은 못 읽었을 것.
그리고 그의 이름 조차 몰랐겠죠..
시작하는 것의 의미를 짚어주시기에
깊이 호응하며..동감한다고..
즐겁게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삶을 생각해
본다고....카일라스 님..날씨는 미칠 듯 추운데 마음은 창 의 이쪽 편..같아요.
님도 그런 하루 되시길.바랍니다.
또 뵙겠습니다..^-^

카일라스 2015-01-03 09:07   좋아요 0 | URL
http://blog.aladin.co.kr/781758123/6130216
저도 그 부분이 인상적이어서 그 책이 더 좋았어요. 그 부분을 언급하시는 분을 뵈니 반갑네요.
추운 겨울이지만 그장소 님, 푸근한 마음으로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그장소] 2015-01-03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때..막, 그..속 든든한 뭔가가 생긴듯
진짜 기뻐요.^^
카일라스님도요..!